[하민국 칼럼] 육십 살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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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하다.

엄동설한 같던 국정의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계절은 어느새 춘풍의 기류를 타고 봄꽃들이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봄꽃 축제들이 열린 마당을 통해 상춘객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다.

그러나 선뜻 봄꽃 축제장으로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봄꽃이 만개한 고장 나들이를 위해 등짐을 메고 집을 나서다 몇 번이나 발걸음을 돌렸다. 무엇인가 의미 있는 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봄을 맞는 리듬을 상쇄시킨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봄날은,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의 사순절과 부활절을 의식하는데 우선적으로 반응하는 시간이다. 오전 금식이라도 실천해야 신앙적으로 평안을 느끼게 된다. 그리스도와의 관계는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보다 소중한 안식을 보장한다.

올해도 봄을 맞는 신체적 율동은 지나온 봄날과 똑같이, 사순절의 시간을 영생의 은혜와 동행하는 줄 여겼다. 봄꽃의 조화로운 채색을 바라보면서 심금을 울리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경탄할 줄 알았다. 그러나 봄을 맞는 마음이 예전의 마음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다.

육십.

나이 앞에 '육'이 붙었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하다. 어느새 다가온 세월의 무게가 삶의 리듬을 고쳐 잡게 한다. 코골이로 깨어난 아침의 몸은 무겁다. 머리카락의 탈색과 일그러진 얼굴이 거울 속에 서 있다. 마을 뒷산을 오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주름의 골은 깊어졌다.

건강검진 결과는 오장육부의 전 기능이 질병의 위험 경계선을 오르내리는 수치들로 평행선을 이룬다. 조금 무리하게 활동하면 많이 고단하고 회복은 더디다.

신장은 줄어들고 입던 바지는 헐렁하고 길어졌다. 빠르게 뛰지 못하고 조금 넉넉히 섭생하면 연신 게트림을 토해낸다. 왼손에 자동차 키를 쥔 채 자동차 키를 찾기 위해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조금 전에 말한 것을 다시 말하는 잔소리꾼이 되어 있다.

그러나 육십은 사회 구성원의 위치로 매우 중요한 나이다. 참으로 할 일 많은 중요한 시기가 육십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느려지고 악해진 심신을 수용해야 하는 순리 앞에 기꺼이 적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지나온 경험과 축척된 분별력을 다음 세대를 위해 환원해야 할 의무를 지닌 자이고, 가정적으로는 고락을 함께 견뎌 온 배우자와의 노후를 준비하면서 연로한 노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을 돌보아야 하는 중간 매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직까지 가정과 가문의 중심 기둥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위치에 서 있다. 그래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도 할애해야 한다.

4월은 특별한 봄날이다. 부활의 소망을 이루어 주신 그리스도의 찬란한 부활의 날이 다가오는 봄날이다. 허물과 죄로 죽은 우리들의 죽음 문제를 해결해 주신 그리스도의 은혜가 꽃망울을 피우는 계절이다.

우리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성도들이다. 죽은 자들이 죽은 자들을 장례 치르고,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시집가고 장가들고 있는 망극의 세상에서 기꺼이 하얀 머리카락을 가다듬고 호탕하게 웃어야 할 축복의 성도들이다. 아직도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하나님의 택정한 자들에게 봄날보다 아름다운 천국 소망을 전해주어야 할 사명의 성도들이다.

그래서 경직된 수족의 마디를 풀고 기지개를 켠다. 그리스도께서 주신 영생의 은혜는 무한 긍정의 동력을 충전시켜준다. 육십 년을 강건하게 지켜주신 감사 앞에 육십의 봄날은 한껏 싱그럽고 화사하다.

육십은 노련한 안취가 좋다. 대충 지나치던 것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투시력이 좋다. 낭비하지 않는 절제의 습관이 좋다. 이해와 양보로 행동하니 만사에 대립이 없어 좋다.

늙는 것은 꿈을 잃은 사람들의 나이다. 성도들의 육십의 봄날은 환희의 부활을 꿈꾸는 벅찬 심령으로 충만하다. 모세의 팔십을 기대하는 꿈 또한 여전하다. 꿈을 잃지 않는 한, 육십은 어린아이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동 새로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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