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역에서 14일,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전철에 치여 사망했다. 의정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1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전철 1호선 의정부역 인천행 방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의정부역에는 스크린도어가 다 설치돼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스크린도어 다 설치돼 있는데 어떻게…”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분석해 원인을 파악 중이지만, 선로 끝부분은 CCTV 사각지대인 만큼 아직까지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의정부역은 외부를 통해서 선로로 직접 진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크린도어는 현재 안전과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편화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정부는 1개역에 30억여원의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 등 예산을 이유로 모든 역에 설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2003년 10월 당시, 지하철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만 69명에 달했다(도시철도공사 통계). 스크린도어의 설치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이후다.
“이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이는 아내를 잃은 사람이라고 해요. 배우자는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사고소식을 저녁 TV뉴스에서 보신 아버지도 충격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셨고, 나도 밥한 끼 못 먹고 화병으로 온 몸이 아팠어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절망적이었습니다.”
경찰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던 윤병소 씨가 사고로 전철에 치여 사망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글의 일부다. 그의 아내 안상란(당시 42세) 씨는 2003년 6월 26일 오전 10시 6분 회현역에서 전철에 치여 사망했다. 정신병이 있던 노숙자가 갑자기 안 씨를 떠밀어 갑작스럽게 전철로 떨어진 안 씨가 뒤에 오던 전철에 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사망한 것이다. 그녀는 살아생전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교회 찬양대 리더이자 집사로 섬기고 있었다.
이후 윤 씨는 이러한 지하철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서울메트로에 ‘더 이상 억울한 인명 피해가 없도록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언론사에도 기고문을 보내는 등 ‘스크린도어’에 대한 여론 확산을 위해 힘썼다. 아래는 윤 씨가 쓴 글의 일부.
“‘이젠 당신을 잊겠노라’고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잊기는커녕 오히려 아내의 존재가 더 또렷이 제 의식 속에 살아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3여년의 서울지하철공사와의 재판과정은 아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서울지하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위해, 그런 내 마음 속을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해 기도하고 사력을 다했던 온 몸의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송 당시, 종로3가역 지하철경찰대의 형사반장이었던 윤 씨는 ‘어떻게 경찰공무원이 공기업인 서울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긴 기다림 끝에 윤 씨는 서울메트로와의 소송에서 승소했고, 서울메트로는 2005년 10월 지하철2호선 사당역에 처음으로 스크린도어 설치를 시작했다. 이후 다른 지하철역에도 스크린도어 공사가 본격 이루어졌고, 서울시는 2009년, 코레일을 제외한 서울 지하철 1~8호선 스크린도어 설치를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으로 윤 씨는 “남은 소원이 있다면, 아내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말없이 안아주고 싶다”며 만약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허그(HUG)’라는 제목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한편 윤병소 경감의 글은 경기도 고양시의 인터넷신문에서 <윤병소 경감의 애절한 망부가(亡婦歌)>라는 글로 연재됐었다. 2007년 제62주년 경찰의 날 기념 서울대서대문경찰서 주관 문예집 공모에서 금상을, 2011년 경찰청 주관 제12회 경찰문화대전 수필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