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남성들에게 ‘대책 없는 고민’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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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7] 실제 고민 위주로 이야기해야

▲남성들만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사진 박민호

▲남성들만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사진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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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과학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남자와 여자는 말을 하는 목적이 다르다고 한다. 똑같이 '배고프다'고 해도, 남자는 그냥 배고픈 것이고 여자는 다른 언어가 그 말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여자를 보고 '예쁘다'고 해도 남자는 그냥 예쁘다는 것이지만, 여자는 또 다른 뜻과 자기 남자를 향한 테스트 문항을 그 말 안에 담는다고 하지 않는가.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불만이 있을 때 일단 말을 쏟아낸다. 꼭 뭔가 개선하고 실천하기 위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불만의 표출이고 투정이며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는 표시라고 한다. 그런데 남자는 그 말을 자기 뇌의 메커니즘으로 듣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듣는다. 그래서 아내나 여자친구가 불만을 말하면, 일단 들어주고 공감해 주기보다 대책에 골몰한다.

아내가 자기 삶을 한탄하며 투정을 부릴 때는, 무언가 해결해 달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일단 답답하다는 것이고, 그 답답함을 알아달라는 것이며, 자기 하소연을 진심으로 들어주길 원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가 불평하는 코딱지만 한 집의 평수부터 가정적으로 변신해 늘 일찍 퇴근하는 것, 심지어는 다른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내가 양보해(?) 줘야 하나, 그런 머나먼 가능성까지 생각한다. 아무튼 말이 나왔는데 근본적인 해결을 못해주는 남자는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또 다른 예로 여자가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와 분쟁이 나서 늘 투덜거리면, 자기가 다른 곳에 취직을 시켜 주든지 직접 나서서 그 얄미운 사람을 혼내주든지 따지든지 하는, 아주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떠올린다. 그냥 하는 말이라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한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어떻게 그냥 하는 말로 사람에게 이토록 큰 숙제를 안겨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여자는 말로 상당 부분을 풀고 홀가분해진다. 남자가 분개하여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나중에 그들을 욕하기라도 하면, 이미 다 풀고 전보다 더 사이가 좋아져 남자를 오버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눈을 흘기기도 한다. 이쯤 되면 남자는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멘붕에 빠진다.

또한 남자는 이미 지난 일, 엎질러진 물에 대해 자꾸 말하면 이 역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큰 괴로움을 느낀다. 문제는 진짜 그냥 하는 말로 여기고 설렁설렁 넘어가면 큰 코 다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남자의 수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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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글에서 여성들에게 당부를 하고 싶다. 남자에게 고민을 말할 때는 진짜 고민, 실제적인 고민 위주로 해 달라는 것이다.

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돌파구가 없는 물질적 부족을 말하면, 남자는 당장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자괴감에 빠진다. 장기를 팔아서라도 그것을 채워주고 싶은 것이 남자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실행할 수는 없으니, 그저 열심히 뛰든지 복권을 사든지 그냥 모른 척하는 것이다. 되지 않을 일은 호기는 부릴지언정 약속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자코 있는 경우, 여자들은 아예 개선할 의지가 없는 남자로 판단하고 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여성들은, 꼭 그것을 해내라는 것보다 남자가 자기 답답함을 이해하고 자기를 팔아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을 말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도 한다. 그런데 어쩌는가, 뇌 구조상 그런 자세는 사탕발림에 공수표만 날리는 꼴로 여겨져 다시금 실질적인 개선에 골몰하는 것이 남자임을....

남자는 존경받고 인정받고 칭찬받지 못하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 때문에 자기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무능함은 남자에게 치명적 괴로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여자의 성토를 받는 순간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스트레스를 느낀다.

아무리 여자의 말은 잘 들어주는 것이 반이라고 외우고 또 외워도, 막상 그때가 되면 또다시 남자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공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한탄으로, 엄마의 손을 놓친 채 복잡한 찻길을 반밖에 건너지 못한 아이와 같은 심정이 되곤 한다. 이런 아이를 재촉하면 큰 사고가 난다. 여성들은 남자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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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잘 버는 사람은 왕이다. 또한 전쟁과 테러와 각종 범죄로 불안과 공포가 팽배한 세상에서는 힘센 히어로 캐릭터가 대접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돈도 시원하게 못 벌고, 어느 드라마의 멘트처럼 '쓸 줄 아는 근육이라고는 괄약근뿐인' 약한 남자..., 아니 사랑하는 여자의 사소한(?) 투정도 얼른 해결해 주지 못하는 남자라면 빵점짜리가 아닌가 하는 못난 생각에까지 미치는 것이 남자이다.

그런 생각은 두 방향으로 반응한다. 자신이 다운되었을 때는 의기소침과 자괴감으로, 컨디션이 오를 때는 분노와 될 대로 되라는 어깃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남자는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에게는 막연한 요구나 이룰 수 없는 일이 아닌 구체적인 불만과 개선방안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

남자와 여자는 확연히 다르다. 어떤 말을 할 때 남자들은 그 말을 단순하게 듣는다는 것,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나 능력 밖의 일을 말하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 스트레스는 대화하는 순간으로만 끝나지 않고 삶과 생활로 이어진다.

여성들이여, 칭찬과 격려만이 남자를 살리는 것은 아니다. 남자는 내버려 두면 힘을 얻고 속을 차리는 존재이다. 그러니 부디 잊지 말라. 불만에 찬 여자의 속사포 랩은 벼랑에 선 남자를 뒷걸음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총탄임을....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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