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딱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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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 쓸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지난 자리에 어느새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함박눈이 내린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아라뱃길 벤치에 누워 실눈 안으로 조화롭게 펼쳐지는 풍정(風情)은 생(生)을 찬미이기에 부족할 것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평화롭다.

오늘은 꼭 해바라기를 해야겠다고 집을 나선 발길이다. 작은 늪지 사이를 나무 둘레길로 조성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두 팔을 휘저으며 해바라기와 걷기를 한다. 평화롭다.

아라뱃길 물길을 따라 여객선이 지난다. 햇살이 물결 위에서 너울춤을 춘다. 만춘(晩春)의 향취에 젖어있노라니 스르르 잠이 쏟아진다. 쫓기듯 지나온 근간의 일들이 햇살 아래 안개와 같이 부서진다. 어디에선가 잔잔한 복음성가가 들려오는 듯하다.

모처럼 일상의 찌끼들이 부서지고 평화의 기운이 나앉는다. 몸종에게 권좌를 유린당한 전직 대통령의 구치소와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맞이하는 청와대의 대조로 어수선했던 마음의 풍랑을 잠재우기에 딱 좋은 날이다.

그래 국민이나 국가나 다시 도약을 해야지. 마음 잡기에 딱 좋은 날이다. 2막으로 끝일 줄 알았던 연극이 3막까지라면 마저 관람해야지. 그래야 변방 초라한 무대일망정 연극하는 사람도 힘을 내겠지. 관객이 연극 도중에 나가버리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공연이 되겠는가. 마음속에 옹이와 같이 박혀있던 갈등과 번민들을 털어내기에 딱 좋은 날이다.

핸드폰이 문자 도착음이 알린다. 식사? 아직. 뭐? 짜장. 알. 핸드폰의 짧아진 문장의 나열을 바라보면서, 짧음과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 될 그리스도의 권능이 다가온다.

그리스도.

우리들은 그리스도 권세로 인하여 특별한 은혜를 받은 인생들이다. 그리스도와 영원히 동행하게 된 성도들이다. 구약성경은 온통 그리스도가 오실 것에 대한 언약이고, 신약성경 역시 온통 언약대로 오신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권능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예수께서는 그리스도 권능으로 죽음을 물리치셨으니 그리스도는 곧 영생의 열쇠이며, 무한광대하신 절대자의 권능이다.

물 위를 걸으시고, 병든 자를 고치시고, 죄인을 용서하시고,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권능은 그리스도 권세이다.

바울 사도는 평생을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했다. 스데반 집사의 순교도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한 현장이었으며, 빌립 집사 또한 예수께서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전파했을 때 사마리아 온 성이 복음화 되었다고 성경은 증거하고 있다.

교회의 프로그램이나 행정, 봉사, 나눔 실천 등은 영생을 받은 자의 기쁨으로 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덕률이다. 그러나 영생을 전하는 일은, 그리스도 권세를 회복하지 못한 성도들이 행할 수 없는 사명 현장이다.

짧은 글과 짧은 혼성어가 난무한 오늘 세태 속에서 은혜와 감사를 심령에 가득 담고 살아가야 할 성도들은, 길고 긴 기도와 감동의 하나님 음성을 듣는 중에 '그리스도'가 생략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를 죽음에서 해방시켜 주신 분은 '예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모든 것이 짧아지고 생략되는 세상 풍조라지만, 우리들의 혀는 예수 그리스도를 줄여서 말할 수 없다. 참혹한 죽음으로부터 우리들을 영생으로 인도해 내신 권세가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봄날 낮잠이 참으로 꿀처럼 달다. 기상 변화로 짧아진 봄날이 안타깝다. 하늘을 우러러, 그리스도를 중하게 여기지 못한 의식들을 돌이켜보기에 딱 좋은 날이다.

하민국 목사
인천 서구 백석동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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