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폭력 중독의 치유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최근 데이트 폭력을 일삼던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나 이는 명백한 집착이자 폭력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은 종종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가정폭력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폭력을 당하는 배우자가 몸과 마음에 상해를 입게 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자녀가 보거나 듣는 중에 부부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부부싸움도 자녀들에게는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데, 만약 아이의 아빠가 아이의 엄마를 폭행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폭력은 중독성이 있다. 폭력이 단 한번이라도 생기면 이미 폭력에 중독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데이트 중에 단 한번의 폭력이라도 있었다면 그 사람과 결혼해서는 안 된다. 아직 사랑의 감정이 많이 남아있어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대부분 용서하고 넘어간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애 중에는 폭력성이 큰 사람이라도 대부분 철저하게 숨기게 되기 때문에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폭력성을 보이면 연인을 잃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단 한번 실수하는 그 순간에 알아차릴 수 있다. 폭력은 한 번이 어렵다. 그 한 번을 넘어서면 그 다음에는 긴장하지 않고 일어난다. 

아차, 하고 실수한 걸 알고 난 뒤 결혼할 때까지는 꾹 누르고 있겠지만 결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데이트 중에 단 한 번이라도 폭력이 나타나면 폭력 중독이 숨겨져 있다고 보고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 

폭력은 신체에 가해하는 폭력도 있지만 언어 폭력이 더 심각하다.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언어 폭력에 찔리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사람이 없다.

데이트 폭력의 피해가 주로 남성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상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폭력 중독은 어린 자녀에게 더욱 모진 상처를 준다.

모든 폭력은 처음에는 상처받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지 않고 불안과 분노로 확산되면, 어떤 사람은 불안이 큰 상태로 고통을 받게 되고 어떤 사람은 분노로 여과없이 표출된다. 

어느 쪽도 다 나쁘다. 속히 치유되어야 한다. 분노하는 사람의 심리 이면에는 불안이 안개처럼 깔려 있다. 말로 계속 찔리고 피흘리면 불안은 더욱 심하게 피어오르고 마음에 심각한 손상을 받아 중증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심리 정신적 질병이 생기게 된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피해자에서 누군가를 상처주는 가해자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상대방이 폭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듯이 자신에게도 폭력적인 분노가 쌓여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분노와 폭력은 너무 오래 되면 원래 자신은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합리화하게 된다. 그래서 고쳐지지 않는다. 

다른 중독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와 깨달음이 있다면 폭력 중독은 쉽게 고칠 수 있다. 폭력이 된 분노의 근원지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나가면 서서히 분노도 줄고 폭력도 줄게 된다. 나이가 많이 들기 전에 치유받아야 한다. 나이가 많아지고 나면 계속된 분노 성향은 성격과 접착되어 다혈질처럼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한 것만큼 분노와 폭력에 대개 관대한 편이다.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양형이 줄어들거나 폭력이 일어났어도 살인을 했어도 선진국에 비해 형량이 크지 않다. 다혈질 성격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소심한 사람에 비해 대범하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하는 것, 폭력적인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상처받았다고 남에게 상처 줄 권리는 없다. 분노를 치유하고 사람다워져야 한다. 분노를 하는 상태가 가장 미성숙한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경 여러 곳에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고 기록되어 있다. 자녀에게 상처주지 말라는 뜻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상처 때문에 세상에는 수많은 악이 번져나가게 된다. 자녀가 평생 심리적 고통의 쇠사슬에 묶여 고통받게 된다. 

자녀를 양육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이 때리면서 키우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때리면 가장 빠르게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배우거나 찾기도 전에 부모는 무섭게 화를 내며 위협하거나 매를 든다. 

자녀는 유치하고 어리고 생각이 미숙한 어린아이인데 부모가 가진 기준으로 자녀를 본다. 어리고 유치하고 미숙한 아이의 눈높이로 낮춰서 보게 되면 그렇게 크게 혼내거나 빈정거릴 일이 없어질 것이다. 

부모의 분노에 희생양이 된 사람이 자라 데이트 폭력의 주범이 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고뇌이며 끔찍한 고통의 굴레가 아닌가. 그러나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게 된 사실을 재빨리 인지하고 치유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다. 상처가 없는 완전한 곳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그 상처를 치유받으며 그 상처가 준 고통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상처와 고통없이 자란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통을 많이 겪어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 치유자로 동참할 수 있고 그 고통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과 성숙을 이루게 된다. 주님은 우리의 깊은 상처를 위대하게 쓰시며 타인의 고통을 돌보는 사람이 되게 하신다. 치유되면 새롭게 태어난다.

죄악과 상처가 난무하는 지상에서의 삶을 끝내는 날, 어쩌면 그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 주어진 고통이 자신을 빛나게 했음을, 자신의 모든 생애가 의미 있었음을....

그래서 상처받은 것에 대한 원망을 멈추고, 치유에 힘쓰고, 타인의 고통도 돌아보게 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끔찍한 고통의 대물림을 지금 이 순간, 한 사람의 깨달음에서부터 끊어낼 수 있다. 폭력, 폭언이 크나큰 죄악인 것을 알고 스스로 치유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폭력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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