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일률적 회계감사보다 상황 맞는 회계보고서 작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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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원기 교수의 회계세무 칼럼(24)] 회계감사(2)

▲배원기 교수

▲배원기 교수

오늘은 먼저, 회계감사의 기원과 관련한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I can calculate the movement of the stars, but not the madness of men)". 이 말은 아이작 뉴턴이 1720년 영국을 뒤흔든 '남해 거품 사건(South Sea Bubble)'을 통하여 본인도 큰 손해를 본 후 한 말이라고 한다. 요즘도 정상적인 수익률 이상을 벌게 해 주겠다는 사기성 꼬임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이 이성을 잃는 사례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이 사건은 1720년 봄부터 가을에 걸쳐 영국에서 남해 회사(The South Sea Company)의 주식과 관련해 일어난 투기 과열 열풍에 의한 주가 급등과 급락 및 연속적인 혼란을 뜻한다.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 프랑스의 미시시피 거품과 더불어 근대 유럽의 3대 버블로 꼽힌다.

원래 남해 회사는 1711년 영국 공공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설립돼, 영국 정부 부채의 일부를 인수하고 노예무역 등을 통해 이익을 얻어 정부 부채를 갚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노예 무역량(요즘으로 말하면 과다한 사업계획 수립) 및 해난사고 등으로 실패하면서, 이들은 영국 국채와 자기 회사 주식을 교환해 주는 편법을 통해 사업을 영위했다.

이 과정에서 남해회사 주가도 폭등했다. 1720년 1월 100파운드였던 주식이 5월에 700파운드가 되더니, 6월말에 이르러서는 1,050파운드까지 치솟았다. 뉴턴도 이때 약 7,000파운드란 거금을 벌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비이성적 투기 열풍은 영국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끝났고, 많은 사람들이 파산하고 자살을 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거금을 손에 쥐었던 뉴턴은 추가 투자를 하는 바람에 거품 붕괴 후 2만 파운드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남해회사 버블은 당시 정권의 몰락을 유발했고, 조사 과정에서 일반 대중에게 자금 조달을 하는 사업의 경우 제3자에 의한 회계 기록 평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돼, 공인회계사 제도와 회계감사 제도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서, 회계감사(audit) 외에 회계사들이 제공하는 다른 유사 서비스에 관하여도 소개한다.

첫째, 장부작성 또는 회계보고서 작성업무(Compilation Service)라는 것이 있다. 이는 회계사가 어느 기업이나 단체를 대신해 장부작성 또는 회계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업무를 말한다. 회계사가 작성한 회계보고서에 회계사의 서명이 있는 보고서가 있으나, 그 보고서에는 회계보고서를 작성했을 뿐, 회계감사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문구가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영리 기업 중에서도 국제 회계기준에 의한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할 전문가가 없는 기업들이, 회계감사인 아닌 제3의 회계사에게 의뢰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게 하는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고자 하는 교회 중에서, 회계보고서를 작성할 전문인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교회는 처음부터 회계감사를 받지 않고 회계보고서 작성업무를 의뢰했다, 몇 년 후 내부통제 및 자체적인 회계보고서 작성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물론, 회계보고서 작성업무를 회계사에게 의뢰할 때, 회계감사보고서를 입수할 수 없다는 점은 미리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회계검토(Review)라는 것이 있다. 회계감사(Audit)와 회계검토(Review)의 차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회계감사는 전체적인 감사절차(audit procedures)를 취한 후 감사의견이 제시되는 반면, 회계검토는 회계감사보다 비교적 간단한 분석적 검토절차, 조사 혹은 질문 등의 절차를 취한 후, 검토보고서가 발행된다. 그래서, 회계검토수수료는 회계감사수수료보다 저렴하다.

세 번째, 합의된 절차수행업무(Agreed-Upon Procedure Service, AUP)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회사를 인수(M&A)하고자 하는 기업이 타겟 회사에 대한 조사 내지 실사를 하는 것을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DD)라고 한다. 이는 다시 재무 DD(Financial DD), 법무DD(Legal DD), 업무DD(Operating DD) 등으로 나누어지며, 회계사들은 통상 재무 DD를 담당한다.

이 재무DD를 수행할 때는 의뢰인과 어떠한 업무나 절차를 취할 것인가를 합의해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런 업무가 AUP의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필자는 가끔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의 부정 적발감사를 의뢰받곤 하는데, 이런 업무도 회계감사가 아니라 AUP의 하나이다.

부연하여, 회계감사(Audit) 보고서 작성을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필수적 감사절차'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은행 예금 잔액 및 은행 차입금 잔액 등에 대해 회계감사인(회계사)이 은행으로부터 직접 예금잔액 및 차입금 잔액에 관한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둘째, 매출채권이나 매입채무 등에 대해서도 회계감사인(회계사)이 매출처 및 매입처로부터 잔액에 대한 확인서를 직접 받아야 한다. (피감사회사가 확인서를 받아 감사인에게 제출하는 것은 정당한 감사절차를 취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셋째, 현금잔액, 유가증권, 재고자산 등은 실제 잔액, 실물이 있는지는 감사인이 직접 실사하여야 한다.

회계감사업무에 있어, 위와 같은 필수적인 감사절차를 취하도록 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20-1940년대 미국에서는 비정상적인 피감사 회사가 현금, 예금, 유가증권 또는 재고자산 등이 실제로는 없으면서 장부에만 계상한 후 회계 감사인들을 속여 적정 감사보고서를 받고, 결과적으로 투자가들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을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1980년대 초반 이른바 '장영자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우리나라 회계감사 실무에서 다른 나라에 없는 필수감사절차가 생겼다. 즉 피감사회사가 1년동안 은행으로부터 교부받아 사용했던 당좌수표 용지 및 약속어음 용지는 정상적인 사용, 폐기 등을 전수 조사하도록 하는 절차가 신설되었다.

이를 보면, 속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머리가 아주 비상해서, 어떤 사건이 터지고 난 후 그 사건을 수습하면서 그런 수법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929년 미국 대공황이 발생한 후, 1933년 미국의 증권거래법이 제정돼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을 강조하게 됐다. 다시 2002년 미국의 엔론 사태가 터진 후, 미국의 회계제도가 개혁됐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 위기 당시에는 무척 어려운 고난이었지만, 뒤돌아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회계투명성도 높아지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여담이지만, 어떤 사건이 있지만 그 뒤에 시스템이 별로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을 때, 이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의 안전 점검 등의 시스템이 보다 완벽하게 갖추어 질 것으로, 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나라 병원의 환자 면회 시스템이 한 단계 위로 격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아직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늘은 회계사들이 제공하는 회계감사와 기타 유사 인증업무(Assurance Service)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교회가 일률적으로 회계감사만을 받는 것보다, 각자에 처한 상황에 알맞는 회계보고서 작성업무(Compilation Service), 회계검토(Review), 합의된 절차수행업무(AUP)를 선택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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