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최상의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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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폭우가 내렸다. 국지적인 폭우로 인하여 산간 마을의 안타까운 고립 소식이 들린다.

누구든지 고립은 원치 않는 상황이다. 고립은 고립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불안한 마음을 동반한다. 누구나 고립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출을 시도한다. 고립은 때때로 우리들의 생명을 빼앗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 지리산에서 폭우로 고립을 경험했다. 등산로가 물길로 변해 한 발자국도 섣불리 내디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안전한 등산로가 생명을 위협하는,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물길로 변했다. 고립이다. 등산로 옆에 있는 큰 나무를 의지한 채 폭우가 멈추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한기(寒氣)를 느끼며 밤을 맞았다.

이튿날 다행히 볕이 들었다. 신록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거대한 물소리가 무서운 굉음을 내며 흙탕물을 쏟아냈다. 등산객들은 큰 나무와 몸을 로프로 매단 채 간단히 의식주를 해결하며 고립을 견뎌냈다. 이틀이 지나서야 등산로가 드러났다.

고립은 두려움이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이다.
우리들은 지금 무엇인가로부터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고립된 상황조차 깨닫지 못한 채 호흡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있는 일상의 모든 삶의 영역이 거대한 고립일 수도 있다.

적어도 죽음이 쳐놓은 덫에 걸려, 죽음에 고립된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죽음이 도래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책은커녕 죽음을 피할 길조차 스스로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고립을 주도한 죽음은 엄청난 권력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고립을 자처하며 살아가고 있는 율동을 생존이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우리의 일상이 오히려 고립을 자처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물질의 고립, 명예의 고립, 인과관계의 고립, 허망한 성취의 고립, 가치관의 고립까지..., 우리는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며 살아가는 우매함에 고립되어 있다.

그래서 세상이 온통 고립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려는 맹렬함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이런 분주함이 조화롭게 보이지만, 혹시 아지랑이와 같은, 거대한 고립이 사회를 형성한 허상일 수도 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일상의 길들이 마치 지리산에서 폭우로 실종된 등산로처럼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험한 길임에도, 큰 나무에 몸을 로프로 묶지 않은 채 걷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 이대로 보이지 않는 흙탕물길을 계속 걷게 되면 필경은 죽음의 길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당장 큰 나무에 의지하여 몸을 로프로 묶어야 안전할 수 있다.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내 해는 뜨고, 폭우는 잦아들고, 안전한 길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 길을 걸으면 생명의 위험은 사라진다.

다행히 우리가 걷고 있는 길가에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손을 뻗어 붙잡고 의지할 수 있는 큰 나무가 서 있다. 큰 나무는 예수 그리스도다.

죽음에 고립된 모든 인간은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의 고립을 자처해야 죽음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의 짧은 인생 중 죽음의 고립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사실은 꿈같은 소망이 이루어지는 환희이자 경이로운 축복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주려 하심이라(요 3:16)"

죽음의 고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전율케 한다. 이 또한 고립으로 주어지는 축복이다. 우리들이 인생 중에 자처해야 할 고립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혜로 주시는 영생의 고립뿐이다.

피서의 계절이다.
신록이 짙푸르다. 신록의 숲을 걷노라면,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진한 숲 향내에 가슴 깊은 곳까지 오염된 굳은 찌끼들이 씻어진다. 계곡 물소리. 새소리, 매미의 함성, 숲 사이로 비춰지는 햇살, 그리고 너럭바위 걸터앉노라면 목젖을 타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면서도 우리들의 마음은 넋을 놓고 편안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립은, 인생 중에 자처한 수많은 고립들을 일거에 제거한다는 깨달음이 골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무더운 여름, 최상의 피서는 기꺼이 예수 그리스도의 고립을 자처하는 몸부림이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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