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와의 ‘나이 차이’가 연애나 결혼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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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20] 부부의 나이 차이와 관계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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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친구들 중 고3 때쯤 함께 알게 된 여학생 친구들 중 하나와 결혼한 친구가 있다. 같이 놀 때는 전혀 몰랐는데, 소식이 끊겼다가 몇 년 후 다시 연락하는 과정에서 눈이 맞았다고 했다. 둘은 도저히 매칭이 안 되는 '남사친 여사친' 사이였는데, 혼기가 막 지나가는 시점이라 그랬는지 금방 결혼했다.

이 부부는 서로 친구이다 보니 습관이 안 돼서 계속 이름을 부르며 지냈다. 그래서 부모님 앞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자제하지만, 화가 나면 반말이 그대로 튀어나온다고 한다. 자녀가 생겨도 갑자기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 집 아들이 초등학생 때, 양치질을 하면서 자꾸 거실에 나와 흘리고 돌아다녀 아내가 한참 야단을 치고 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지나가던 남편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그러니까 얘가 저러는 거 아냐!"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친구. 이 집에서는 얘가 걘지, 쟤가 얜지 헷갈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아, 왜 나한테 그래..." 하고 변명을 해도, 아들 앞에서 종종 모양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주변의 부부들을 보면, 나이 차이에 따라 조금씩 관계가 다르게 형성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말투부터 시작해 많은 것이 나이에서 결정된다.

남자의 나이가 많으면 더 권위가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많이 어린 아내와 사는 경우에도 남녀는 결국 친구처럼 동급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랄한 세대의 아내에게 맞추다 보면 어느새 애가 되고, 어린 아내는 어리다고 무시당할까, 나이로 억누를까 방어 차원에서 그러는지 더 남편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같다.

오히려 연상연하 커플을 보면, 신랑이 어리다고 남들이 얕잡아볼까봐 아내도 더 예의를 갖추고, 남편도 일부러 더 반말을 하는 등 보완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 말투만으로는 부부의 나이 차이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박민호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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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서는 부부간 나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나이만 따져서 배우자를 고를 수는 없고, 원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나이 차이에 따라 좋은 사람도 이상해지고 별로인 사람도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만일 철딱서니 없는 남자라면, 휘어잡을 수 있는 연상녀를 만날 때 사람 노릇을 하면서 살 수 있다. 자유분방한 여자는 비슷한 또래 친구 사이인 남자를 만나 살면,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차라리 진지한 스타일의 선배나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남자를 만나면 서로 보완이 될 것이다.

부부가 동갑이거나 비슷한 나이면 모든 행동이 친구처럼 편해서, 자녀들도 편하게 부모를 대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하는 행동과 말투는 거의 부부간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시부모 앞에서 며느리가 아무리 남편에게 존대를 해도, 집에서 편하게 지낸다면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아직 싱글이라면 소개를 받거나 할 때 나이를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평소에는 단순히 선호하는 연령만 따지지 말고 자기 성격과 향후 관계를 잘 고려하면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다. 혼기를 놓쳐 나이 먹은 것도 억울한데, 동갑내기나 연상과 결혼하기는 좀 억울한 남자도 있을 수 있고, 아직 젊은데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과는 좀 밑지는 느낌이 드는 여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 이전에 상호보완의 어울림을 살피는 것이 좋다고 본다. 안 그래도 좀 보수적인 남자가 너무 어린 상대를 만나면 세대 차이를 따라가지 못해 겉돌 수도 있고, 늘 젊은 감성으로 살고 싶은 여자가 나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꿈을 펼치지 못하는 답답한 결혼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사회활동이 많거나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배우자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서로 노는 영역이 달라질 수도 있다. 신랑 신부 친구들이 피로연에서 만났는데 너무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면, 이후로도 자주 만나거나 편하게 오고 가기 힘들어지듯 말이다. 관계의 문제는 반드시 나이 탓만은 아니고 성격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이라는 것은 가정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큰 요소인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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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자주 오가던 내 외삼촌 댁 형제들과 우리 형제들을 다 합치면 한 10년 터울을 두고 총 8명인데, 결혼이 좀 늦은 제일 위 사촌 형님 와이프가, 제일 막내인 나와 한 살 차이인 아내보다도 어렸다.

사촌이지만 동서들이 여럿인데, 그 형님은 형수에게, 네가 제일 손위 동서니까 말을 놓으라고 옆구리를 찔렀지만 갓 결혼한 어린 새댁은 어쩔 줄 몰랐고, 나이 많은 동서들도 얼른 '형님' 소리가 안 나와 명절에 무척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결혼도 늦게 하면서 어린 형수를 만나서 민폐라고, 그 밑의 다른 형님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여러 모로 유교 문화가 남아 있고 존댓말이 사용되는 우리 문화에서, 나이는 거추장스러운 조건이다. 그래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라서 '오빠'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암묵적인 상하 관계가 형성되고, 남자는 여자를 보호의 대상, 여자는 남자를 의존적 대상으로 여겨 남자가 훨씬 더 많이 베푸는 것이 정당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를 지닌 만큼, 좀 더 현명하고 슬기로워야 할 것 같다. 미리 나이를 계산해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에 따른 특징을 조금 이해하면 어떤 연령대와 만나든지 서로 보완하고 존중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일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생활이 길어지면 나이 차이도 무색해진다. 나이에 관한 문제는,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서로 따지는 것도 우스워지는 편안한 시간이 곧 온다. 그날이 오기까지는 조금만 센스 있게 고려하고 서로 존중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연식이 같다고 다 같은 차가 아니듯, 모든 사람은 신체 나이, 얼굴 나이, 정신의 나이, 그리고 호적의 나이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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