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22] 소개팅 잘 하는 방법 9가지
어떤 남성 독자가 소개팅을 하게 됐는데,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느냐고 질문을 해 왔다. 그야 뭐 '잘~' 하면 되는 것이니 너무 막연한 질문인 것 같고, 서로의 조건과 연령과 처한 환경 등에 따라 대처 방법이 크게 다를 것이기 때문에 상담 자체가 좀 막연한 일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을 짚어 본다.
1. 기대하지 말라.
기대의 법칙은 항상 우리를 배신한다. 기대한 만큼, 실망하게 돼 있다. 특히 처음 만나는 대상에 대해서는 외모를 보기 마련인데, 만나기 전 마음 속 기대와 부실한 정보로 만들어진 예상 이미지가 실물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예상보다 낫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면 처음부터 당황이 되고, 생각은 자꾸 이런저런 계산으로 꼬리를 물게 된다. 요즘 주고받는 프로필 사진은 더욱 믿을 것이 못 된다.
소개를 해 주는 사람은 대개 양쪽을 다 아는 지인일 경우가 많다. 주선자가 둘을 연결할 때는 자신도 나중에 욕먹지 않을 만큼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만남을 제안하는 것이므로, 자기가 소개하는 사람에 대해 기본적 호의와 친근함, 익숙함을 갖고 있어 외모도 일반인보다 호감 있게 느끼고 있기 쉽다. 그래서 좋게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예상을 해 보려고 "누굴 닮았느냐", "연예인 중에 예를 들어보라"며 자꾸 보채면, 느낌만 비슷한 아무개를 제시하게 되는데, 그보다 덜하다는 것은 물론 알지만 그 엄청난 현실과의 괴리(?)에 첫 대면부터 표정관리가 안 되고 초장부터 김이 빠지게 된다.
외모를 안 볼 수는 없으나,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대화를 통해 상대를 알아가야 한다. 하나님은 외모를 중시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시므로, 외모를 따라 배우자를 선택하는 이들에게는 징계에 가까운 역경이 따를 수 있다. 아무튼 일단 기대는 접고, 자신도 완벽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첫 만남의 장소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2. 기대하게 하지 말라.
이것은 만나서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중에 필요한 일이다.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호감을 갖게 되면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이때 자신을 너무 포장하면 상대에게 불필요한 기대감을 주게 된다. 그것은 지속적인 만남이 되더라도 얼마 안 가 실망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기가 TV는 뉴스만 보고 책도 많이 읽는 척 한다든지, 친구들 간에 인정받고 원만한 사람인 척하는 식으로 자신을 특별하게 포장하고 싶은 유혹을 버려야 한다.
과거에 '광고'라는 의미로 주로 쓰인 'PR(public relation)'이라는 말은 '공공의 관계'라는 의미인데,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조크'이지만, 적절한 표현이다. 단점이나 공개하기 어려운 것은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 광고이며 공공의 관계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피하고 알리지 않는 것과 거짓을 전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신의 전력이나 과거 등 어차피 드러날 일을 거짓으로 말해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면 안 된다. 그런 정보 하나 하나는 상대방의 선택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성을 사랑하고 반하게 되는 것은 의외로 작은 매력이거나 한두 가지의 장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속이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은 미래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거나 상대방을 깊은 괴로움에 빠뜨릴 수 있다.
무조건 진실하되 과거나 불필요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숨긴다기보다, 피하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 공개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함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3. 부담을 주지 말라.
첫 만남에서 오버하지 않는다. 너무 진도가 앞서가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자기 이상형이나 상대를 만나면 이루어갈 목표, 부모님이 원하시는 배우자상 등을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면 상대방은 너무 부담을 느껴 탐색하려고 했던 것조차 포기할 수 있다.
소개팅은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자리이다. 조금만 어색해지면 주선해 준 사람과의 관계도 어색해지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조금만 어그러져도 웬만하면 없던 일로 하기 쉬운 만남이므로, 최대한 편안하고 무색투명한 것이 좋다. 대화도 정치관과 철학과 세계관 등 너무 특별한 자기 세계를 말하기보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공감대와 비밀을 형성하라.
대화가 조금은 통하는 경우, 당연히 둘만의 공감대를 만들면 좋다. 관심 분야라든지 영화 이야기, 또는 그때 그때 눈에 보이는 이야기를 하면 될 것이다. 커피를 마시게 되면 커피 이야기를 하고, 만난 장소에 얽힌 기억이 있으면 하고, 흘러나오는 음악, 지나가는 사람의 복장을 보고 떠오르는 게 있으면 또 이야기하는 식이 좋다. 옛날 고등학생들의 미팅처럼 가족관계와 사는 곳 등 호구조사를 마친 후 취미, 특기, 장래희망의 3종 세트를 묻는 식의 대화는 최악이다.
비밀이 있어야 한다. 소개해 준 사람에 대해 서로가 가진 추억을 공유한다든지, 그날 둘이서만 본 것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 좋다. 정해진 방법은 없다. 아무튼 서로 공통분모를 찾고, 둘만 아는 이야기를 만들어 공유하라.
상대방의 직업이나 출신지 등 조금 더 정보를 얻는 것도 좋다. 그와 관련한 생각이나 상식을 대화의 주제로 꺼낼 수 있을테니 어색함도 줄일 수 있고, 상대방의 호의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관심이나 흥신소 직원 같은 질문은 오히려 상대를 당황시킬 수도 있으므로 자연스러운 선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이든 과한 것은 좋지 않다. 성사되지 않아도 정중함과 매너는 끝까지 잘 지켜야 한다. 나중에 주선자와 관련된 다른 사람의 결혼식장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주선자에 대한 예의도 있기 때문이다.
5. 만남의 성격과 목적을 고려하라.
상대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듣는 법이지만, 사전에 상대를 조금 더 아는 것은 필요하다. 직장인이면 해당 직업이 대략 어떤 일을 하는지,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 간단히 알 필요가 있다. 상대의 직업에 따라 최근의 관련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30대 중반이면 재미로 소개팅에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조금 더 진지한 만남을 예상해야 하고, 마음가짐도 자기보다 어린 20대 중반을 만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대화나 의견 등에서도 어른답고 진지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엄마가 한 번만 나가라고 해서 왔든, 호기심에 나왔든, 나오긴 했는데 연애나 결혼에 관심 없든, 목적과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그런 사람에게 자기 목적과 기준만 들이대선 안 되고, 그때 그때 적절히 반응하고 대처하며 맞추는 것이 좋을 듯하다.
6. 애프터는 인상적으로
분위기가 괜찮았다면 만남 후 헤어지기 전에 한쪽이 애프터를 신청할 수도 있지만, 실례가 될 수 있으니 일단 그냥 헤어진 뒤 나중에 연락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나마 남자가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만남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 한 번은 주선자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 다음부터는 두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서로 상대방에 대해 '과연 애프터를 받아줄까?',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거절하는 마음도 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예를 들어)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다는 심정으로, 여성에게 며칠 후까지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을 바꿔놓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맑은 하늘 사진이면 오케이, 밤하늘이면 거절이라든지 간단한 사인을 정해두면 굳이 용기 내서 애프터를 신청하는 부담이나, 왜 먼저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나 하는 불쾌감, 또는 거절해야 하는 난감함 등이 해결될 수 있고 둘만의 비밀도 생길 수 있다.
물론 그런 것도 이야기가 좀 잘 됐을 때 꺼낼 수 있는 것으로, 호감도 없는데 저런 이야기를 하면 상대를 어이상실 상태로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7. 잘 들어주라.
대개 나가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지만, 어떻게 잘 들어줄까 고민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이다. 대화를 잘 이끌어내는 사람은 적당히 말하고 잘 듣는 사람이다. 또 풍부한 리액션과 공감을 통해 적절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이 즐겁도록 유도하는 사람이다. 절대 돌출 발언이나 매너 없는 행동은 자제해야 하며,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잘 마무리해야 한다.
남자는 허세를 부리거나 자기 자랑, 인맥 자랑, 경력 자랑 등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나의 끗발(?)이 상대의 호감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또한 성형 이슈 등 상대방 여성도 해당될 수 있는 문제를 눈치 없이 비난하거나 웃음의 소재로 삼는 등의 실수도 조심할 부분이다. 혹은 그녀는 성형을 안 했어도 그녀의 어머니나 가족을 모독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이 너무 많으면 실수도 따르는 법이다. 어떤 경우라도 인격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질문은 꼭 한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책은 좀 읽는지, 괜찮은 취미를 가졌는지, 술을 많이 마시는지, 혹시 이단으로 분류되는 곳에 속한 사람은 아닌지 등 중요한 가치관을 알 수 있는 질문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물을 필요가 있다.
8. 절반은 통하였음을 알라.
주선자가 두 사람을 함께 떠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어울릴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는 뜻이다. 길 가다가 운명적 만남과 맞닥뜨릴 한 방을 찾지 말고, 다가온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소개로 잘 만나면 전쟁 같은 사랑을 한 커플보다 잘 살 확률이 많다. 그 역시 큰 기대보다는 서로 잘 맞추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까지 나오기로 한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며 서로 무언가 필요가 있었던 것이므로,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9. 사람을 조심하라.
남녀를 불문하고 요즘 이상한 사람이 참 많다. 잘못된 신앙이나 엉뚱한 일에 빠져 있는 사람도 많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정신이 맑지 않은 사람도 너무나 많다.
일단 사람을 조심하라. 인격의 존엄함은 똑같아도, 사람의 수준은 분명히 존재한다. 연애는 적선이 아니다. 최소한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절대로, 절대로 성급해선 안 된다.
사실 소개팅 방법을 글로 배울 수 있을까? 배웠다 해도 적시에 잘 써먹을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이다. 너무 많은 변수와 돌발 상황이 임기응변을 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개팅에 나갈 때 특정한 방향과 목적, 진지함을 다짐하고, 상대를 존중하되 마음을 비우고 나가야 한다. 누가 아는가, 오래 기다린 자신의 반쪽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지 말라고 썼지만, 기대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다만 상대방도 나만큼 기대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자리에 나가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
성공률이 무척 낮은 것이 소개팅이긴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보다는 좋은 인연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나선다면 어렵게 낸 시간이 아깝지 않은 귀한 만남이 될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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