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마음에 생긴 암덩어리, 우울증 치유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며칠 전 30대 주부가 5개월된 아기와 함께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중증의 우울증이 산후우울증과 겹쳐서 그런 극단적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프다.

너무 흔해서, 누군가는 지겹다고 말하는 우울증, 여기 저기 우울증 안 걸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에 나는 또다시 우울증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 치유하면 보다 쉽게 완치되는 마음의 질병인데도, 이런 저런 편견과 무지로 인해 치유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생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이것이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그 옛날 내가 중학생 꼬맹이였던 시절에, 나도 죽을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었다. 살아있다는 느낌도 없이 먼지처럼 부유하는 정신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만을 24시간 느끼게 만들었던 그 지독한 고통의 시간들을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아직도 여전히 기적같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박사님이 살아계신 건 정말 기적 같아요...." 정말 그랬다. 쉴 새 없이 바늘과 창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은 죽음 앞으로 저절로 걸어가게 했다. 어느 순간 먼지처럼 흩어져 우주 저 너머로 사라져버리고 싶은 감정만이 간헐적으로 느꼈던 내 감정의 전부였다.

내가 그토록 아파하고 있을 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부모님도, 학교 선생님들도, 교회 목사님들도... 그저 조용하고 모범적인 여학생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속으로 썩어들어가는 병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을 것이다.

우울증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병보다 더 무서운 병이다. 누가 스스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할 용기가 있겠는가. 사람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살시도를 하게 만드는 병이다. 언젠가 본 영화 '해프닝'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이 스스로 아무 감정없이 자살하는 장면을 너무나 무섭게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사는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서, 내 이웃이, 혹은 그 누군가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끔찍한 참상의 뉴스를 이제는 멈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울증이라는 병은 불안과 허무감과 절망을 부르며 눈에 보이지 않는 피고름이 계속 흐르는 병이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병이다. 어느 순간에는 자기자신도 질병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원래부터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살아있거나 죽거나, 우울증 상태에서 사는 한 계속해서 불행하다는 생각과 자기파괴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 여러가지로 추측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어린시절의 부모의 양육태도와 환경이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해도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직장에서 상처를 받거나 뭔가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좌절감이 반복되어도 마음의 손상은 일어나게 된다. 잠깐 우울증이 있었다가 빠져나온 사람들은 우울증이 깊어지면 생기는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아주 중증의 마음병인 우울증은 주로 양육환경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으며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도 동일하게 말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으나 치유되지 않고 어른이 되면 자신의 잘못이 된다. 병적인 어른은 누군가를 또다시 병들게 만드는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우울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병을 앓게 되면 신체적으로 아픈 증상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배가 자꾸 아프다던가, 머리가 아프다던가, 설사나 변비, 아토피 피부염, 위염, 장염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어떤 내담자 한 분은 우울증이 치료되자 신체적인 여러 질병도 깨끗이 치료되었다며 신기해했다.

우울증이 시작되면 수면 장애가 생겨 잠을 푹 잘 수 없게 된다. 당연히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직업이나 학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가정 주부들은 집안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하루종일 누워있게 된다.

치료를 하지 않고 시간이 더 흐르면 환각과 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자해나 자살의 위험성이 점점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감지되면 반드시 치료기관을 찾아가서 증상을 말하고 약물치료나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약물치료만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오래된 우울증은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여 깊이 치유받아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정신과적 치료에 거부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몰라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멈출 수가 없다.

심리상담은 주로 '말' '대화'라는 도구로 마음의 고통을 털어내는 치유의 작업이다. 때로 말도 하기 힘들 정도의 환자를 대할 때마다 약을 먹기를 권유한다. 진통제처럼 고통을 줄여주고 심리치료의 효과를 높이기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의학의 발전이 부작용이 거의 없는 정신과적 약물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누구든 힘들면 약을 먹길 바란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공황장애약, 수면제... 이런 약들의 도움을 일시적으로 받기를 두려워하지 말길 바란다. 정신과를 찾아가 약을 처방받는 것을 몹시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약을 먹지 않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더 나아가 "너는 정신력이 없어서 문제야!"라는 말을 생각없이 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울증이 아주 심해지면 정신력이나 의지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오직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절망감과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게 된다.

이런 사람에게 의지를 가져보라고 하는 것은 또한번 칼로 찌르는 행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의지를 가지면 된다거나 수술이나 치료는 받지 말고 기도만 하면 된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병원에 찾아가서 열심히 치료받으라고 격려할 것이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매우 약한 존재다. 그래서 쉽게 상처받거나 병이 생긴다. 누구나 그렇다. 병이 들었는데 비난을 받으면 병은 더 깊어지게 된다.

우울증은 마음에 생긴 암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래되고 계속해서 쌓여온 상처들이 마음에 피고름이 흐르게하여 암처럼 굳어진 질병이다. 나는 영성이 뛰어나고 인품이 고결한 어떤 한 분이 평생 우울증과 싸워온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함부로 비판하고 재단하면 안된다. 섣부른 조언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치유적이기보다는 치유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아래에 언급한 증상을 한번 체크해 보자.
주요 우울증의 진단 기준(DSM-IV)은 다음과 같다.
1.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2. 일상의 대부분의 일에서 관심 또는 흥미의 감소
3. 식욕 감소/증가(체중의 감소 혹은 증가, 한 달에 5% 초과)
4. 불 / 과수면
5. 정신운동 지연 또는 정신운동 초조
6. 피곤 또는 에너지의 감소
7. 무가치감, 부적절한 죄책감
8.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
9. 반복적인 자살 생각

아홉가지 증상 중 5개 이상 (1, 2번 중에 하나 이상) 있고 일상 생활에 심각한 저하를 유발할 때 우울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5 개 이상인 경우 이미 심각한 우울증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면 속히 치유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치유되지 않는다면 남은 생애는 고통으로 점철될 것이다. 치유되고자 하는 마음, 치유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치유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울증은 반드시 꼭 낫는 병이다!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치유가 있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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