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비밀의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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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비밀은 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나 의식이다. 밝히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신체적인 비밀도 있을 수 있고, 정신적인 비밀을 가질 수도 있다. 비밀의 근본은 밀경스러움이다.

그러나 비밀을 소유하게 되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자신의 답답한 비밀을 공유해 주기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비밀을 토해놓으면 답답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비밀은 사람에게 토해놓는 순간부터 비밀이 지켜지지 않을 것을 염려하게 된다. 인간은 대체적으로 비밀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은 비밀에 대하여 '남에게 알리지 않고 숨기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영어의 비밀은 secret / confidential(confidentiality, a confidence, confidential)처럼 당사자 사이의 은밀한 일을 뜻한다.

그렇다면 성경에서는 비밀에 대하여 어떻게 언급하고 있을까. 먼저 골로새서에서는 "감취었던 것(1:26)"이라고 전제하고, 특별한 대상들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의 선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통과 갈등을 수반하는 인간 사이의 비밀과는 달리 오히려 매우 강렬한 축복임을 가르치고 있다.

비밀은 헬라어로 '뮈스테리온(μυστήριον)'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 숨겨져 있어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사실을 뜻한다. '감취었던 것'으로 번역된 '아포케크륌메논(άποκεκρυμμένον)'은 '아포크뤼프토(άποκρύπτω)'의 완료 수동태로서, 감추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나타내고 있다.

즉 하나님께서 계시하시지 않으면 인간의 지식이나 능력으로는 도저히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비밀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이다. 그러므로 이 비밀은 계시를 통해 그의 백성에게만 알려진, 하나님의 매우 특별한 구속사적 활동의 오묘한 신비를 뜻한다(고전 2:7, 4:1, 엡 3:3).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구속, 그리스도의 재림, 하나님 나라, 타락한 인류에게 영생을 주신 복음의 중심으로서의 그리스도가 특별하게 감추어진 비밀이라고 계시하고 있다.

가을 깊어가는 소리가 정겹다. 들녘의 벼이삭이 황금빛을 발하기 위해 해바라기를 노래하는 가운데, 우리 인간사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갈등과 대립으로 밀경스러운 비밀을 양산하고 있다.

'머리털 검은 짐승은 키우지 말라'는 격언처럼, 우리의 인생사는 신뢰할 수 없는 배신과 짐승만도 못한 이기적 사고로 가까운 지인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런 중에 오늘도 우리들의 일상은 반복된다. 생명의 호흡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마음껏 하늘을 바라보고 땅을 밟으며, 수많은 비밀들이 생성되는 세상에서 새날을 시작한다.

그러나 인간 사이의 비밀은 자칫 거짓과 부정을 수용하게 될 수 있다.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계수하고 계시는 하나님 안에서 밀경스럽게 여기는 모든 비밀은 비밀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사에는 비밀이란 없다.

우리가 비밀처럼 여기고 있는 그 사실을 하나님께 고함으로 심령의 평안을 찾고,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품을 때 우리들의 세상사 비밀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수용된다. 그러므로 비밀의 성립은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성립되는 은혜의 고리이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결실보다, 우리들이 비밀스럽게 포장하고 있는 내면의 흔적들을 지워나가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앞에 자랑할 수 있는 값진 추수의 열매 아니겠는가.

우리는 하나님께로부터 특별한 비밀(그리스도)을 선물로 받은 성도들이다. 하나님 은혜로 영생을 보장받은 성도들이다. 지나고 나면 보잘 것 없는 세상 비밀은 모두 토해놓고, 영원한 생명을 주신 그리스도 그 놀라운 권세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때, 우리의 가을은 추수의 기쁨으로 가득 차오를 것이다.

우리의 가을맞이가 하나님의 비밀을 깨닫게 된 기쁨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가을바람이 무언가 비밀을 말하는 양 스친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 새로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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