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보다 비싼… ‘현숙한 여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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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32] ‘피부에 양보하라, 몸매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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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페에서 남자만 4명인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손님들 한 무리가 들어오고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소리가 들린다. "테이블을 붙여 드릴게요."

이어서 사십 대 여성들 8-9명이 줄지어 입장해 우리 옆 테이블로 다가온다. 그러자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밖으로 자리를 옮기죠." 그러면서 황급히 일행의 커피잔을 들고 가을 모기가 환영하는 야외 좌석으로 향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저 정도 연령대 여성들이 열 명 가까이 모이면 그 옆에서 긴밀한 대화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물론, 단체로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를 들으면 당최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잠시 후부터 엄청난 수다와 함께 폭발적 데시벨의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이따금씩 새어 나온다.

어찌 들으면, 얼마나 명랑한가. 그녀들이 내 친구라면 마냥 즐거워 보이고, 그럴 만해서 웃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페를 통째로 전세낸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문제는 있다.

남자들이 큰 목청으로 떠나갈 듯 수다를 떠는 일도 많고, 민폐를 끼치면서 자신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중년과 노년의 남성들도 매우 많다. 말하자면 이런 문제는 '사람'의 문제지 여자라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 아줌마들 특유의 혼돈(?)을 알기에 그는 자리를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 무리 중에, 가끔 따로 노는 것 같은 이들도 있다. 큰 웃음소리가 날 때 주변 눈치라도 좀 보고, 조금 소리를 낮추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대화 외에는 모든 걸 잊어주마 하는 여자들 사이에서, 표정이 아직 살아 있는 아줌마가 한두 명은 있기 마련이다.

▲ⓒ사진 박민호

▲ⓒ사진 박민호

2

예전에 '여자는 정서적인 삶을 원한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기념일에도 자기 취향대로 걸쭉한 고깃집밖엔 데려갈 줄 모르고, 꽃 사는 돈을 제일 아까워하며, 시간이 나면 스포츠 중계만 보면서 평소 책 한 줄 읽지 않는 남편은 여성들이 좋아할 리 없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번에는 남편 입장에서, '남자는 교양 있는 여자를 원한다'고 하겠다.

교양이라 해서 대단한 우아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지적 호기심과 공중 예절,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경박하지 않은 대인관계와 몸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매번 그럴 수는 없어도 기본은 갖춘, 잘 배운 집 여성 같은 사람을 모두가 바라고 또 존중한다.

솔직히 요즘에 배우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다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학벌이 교양은 아니다. 명문대를 나온 아내라도 말과 행동이 경박하고 품위가 없을 수 있고, 학벌이 없어도 지혜롭고 품행이 단정한 여성도 있다.

남자는 폼에 살고 폼에 죽으며, 체면과 명예에 목숨을 건다. 겉치레와 허영, 가식적인 것만 아니면 교양이 있고 품위가 있는 여성을 동경하고 존경한다. 여자에게 교양이 없으면, 남자 쪽에서도 은연중 그에 맞는 같은 대우를 하게 될 수 있다.

연애 상대로나 일시적 상대로는 야하고 천박해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결혼 상대로는 거의 모든 남자가 현숙하고 '괜찮은' 여자를 바랄 것이다. 물론 많은 남성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외모만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후회로 돌아오기 쉽다.

교양과 품위를 말하면, 가끔 오해를 하게 된다. 대단히 우아한 드레스를 입거나 절제된 동작으로 찻잔을 기울이고, 귀부인 같은 말씨를 구사하면 그것을 교양이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오히려 사람을 속이는 회칠한 무덤 같은 것이다. 사생활과 인품이 그에 못 미치는 사람이 오히려 그런 것으로 자신을 포장하기 쉽다.

이런 바리새인 같은 위선은, 우아한 말투로 자기 아들과 헤어져 달라며 봉투를 내미는 막장 드라마 속 귀부인처럼 천하고 품위가 없다. 봉투를 거절하고 바른 소리를 하면 바로 물잔을 들어 얼굴에 투척할 정도로 얄팍한 자신의 본성을 잠시 가리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 남자는 자기 아내나 연인의 모든 모습을 사랑한다. 심지어 가끔은 가볍고 유치해도 사랑스럽다. 여자가 남자를 왕자와 시인으로 알듯, 남자도 그녀가 잠시 왕궁을 떠나 평민의 옷을 입고 일탈의 해방감을 느끼는 공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을 거듭하고 그 가벼움이 그녀의 일탈이 아닌 일상임을 알게 되면,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공주보다는 공주를 무색하게 하는 진흙 속 진주 같은 무수리나 평범한 규수가 더 매력적인 사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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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양이나 품위를 표현할 가장 적절한 단어는 성경에 나온다.

"내 딸아, 이제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내가 네게 행하리니 네가 현숙한 여자인 줄 내 백성의 온 도시가 아느니라(룻 3:11)".

'현숙한(virtuous)'.... 나오미가 며느리 룻에 대해 하는 말이다. virtuous는 현숙함, 즉 현명하고 고상하며 도덕적이라는 뜻으로, 우리말의 현숙(賢淑) 함은 여성에게 쓰인다. 어질 '현', 맑을 '숙'인데, 요즘은 잘 안 쓰지만 여성 이름에 많이 들어간 글자도 바로 이 맑을 '숙'이다.

"현숙한 여인은 자기 남편의 화관이거니와 부끄럽게 하는 여인은 그의 뼈 속의 썩은 것과 같으니라(잠 12:4)".

이 말씀은 현숙한 여인과 그 반대의 여성을 대조하고 있다. 아내는 남자의 갈빗대로 만드신 뼈 중의 뼈이며 살 중의 살이기 때문에, 남편을 부끄럽게 하는 여인은 자기 뼈 속 썩은 것과 같다고 하는 모양이다.

물론 말썽 많은 아이들을 돌보며 키우다 보면 억척스러워지고, 남자도 하기 힘든 집안일을 매일 하다 보면 여성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억세지기도 한다. 또한 여자의 존재 이유나 삶의 주된 이유가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모든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대할 때, 따스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지니면 그것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현숙함이 되고, 그렇게 되면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환영받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그 사람들 중에 남자도 있고 남편도 있을 뿐이다.

현숙함은 인격이다. 사람은 인격체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잃어버린 인격의 완숙함을 지닌 사람에게 한없는 존경과 매력을 느끼게 되어 있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겠느냐? 그녀의 값은 루비보다 훨씬 더 나가느니라(잠 31:10)".

누가 찾겠느냐고 한다. 매우 어렵다는 거다. 하긴 500원 줍기도 어려운데, 어디 가서 루비를 찾을까....

그러므로 루비보다 값나가는 현숙한 여인이 되는 것이 루비로 치장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좋지 않을까? 세상은 자꾸만 '피부에 양보하라, 몸매에 투자하라' 부추기지만, 이젠 머리에 양보하고 마음에 투자할 때다. 현숙함에 이르는 훨씬 의미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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