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흩어짐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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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다'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그리 좋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질서로부터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나, 잘 정돈된 이미지와 상충된 상황을 연상시킨다. 또한 어떤 조직이 사분오열되어 공동의 목적 실현을 위한 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없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들은 고해의 삶을 영위하는 동안 수많은 고난과 갈등, 원치 않는 환경으로 인해 정신의 붕괴, 곧 정신의 흩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정신의 흩어짐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든가, '호랑이에게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는 등의 교훈을 통해 정신의 흩어짐을 경고한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어록은, 국론분열의 망극을 방지하려는 호소로 유명하다. 가정의 결속, 사회 전반의 활력, 국가의 존립까지, 구성원들의 합일된 동력은 매우 중요한 에너지이다.

그러나 때로는 뭉쳐야만 사는 것이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 적군에게 쫒기는 군인들은 흩어져야만 일부라도 생존할 수 있다. 또한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이 개운하다'는 말처럼, 인생들의 삶의 시간은 인간과의 갈등이나 배신, 원치않는 대립 등에 휘말릴 수도 있고,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난 것처럼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는 흩어짐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흩어짐은 동력의 상실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의 흐름이나 민들레 꽃씨의 흩날림 등은 흩어짐의 순리를 통해 아름다움을 지속한다.

반드시 흩어져야만 아름다운 생존을 지속하는 대표적인 생명은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다. 하나님께서는 죽음에 처한 인생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고, 흩어짐을 통하여 천국 복음의 확장을 실천하셨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웅덩이의 썩은 물처럼 고여 있다. 비대해진 몸집을 더 키우려고 공작새 날개 펴듯 요란한 소리들을 내고 있다. 급기야는 교회당을 제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을 관행처럼 여기는 부정을 저지르고, 이를 막아서지 못하는 성도들은 무력한 발걸음으로 습관적 신앙생활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찬란한 유럽의 교회들이 무너진 것처럼 무너지고 있다. 굳이 그동안 목회자들이 저지른 불법과 위법을 논하지는 않겠다. 흩어져야 한다. 그리스도로부터 영생을 얻은 생명이라면 흩어져야 한다.

성도들은 하나님과의 수직 관계 속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 비대해진 교회에서 인간끼리 수평적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종교인으로 전락한 모임이나 집단의 교제에 불과하다. 성도들도 성경대로 흩어져야만 하나님 앞에서 행할 헌신의 사명을 깨닫고 실천하게 된다.

개척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다. 대교회 역시 조금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안타깝게도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성도들은 줄어들고 있고, 무리하게 증축된 성전과 부동산 투기하듯 벌린 수련원, 연수원, 요양원 등은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처분되어질 것이다.

한국 교계가 부흥기를 맞게 된 이면에는 성도들의 열정적 헌신이 있었다. 열악한 교회, 작은 교회, 새롭게 시작하는 교회만 찾아다니며 헌신한 장로 권사들의 기도와 열정이 있었기에 대교회도 세워졌고, 한국교회 대부흥기를 맛보게도 되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개척교회들은 더욱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야 하는 계절이다. 성도들은 실족하고 하나님의 백성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신학대학교 입학생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교수들은 강단을 떠나고 있다.  

하나님의 순리와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하나님의 원하심이 무엇인지는 안중에도 없는 인본주의가 한국 교계를 뒤덮고 있다. 흩어져야 할 사람들은 뭉쳐서 악취를 풍겨내고, 흩어지면 안 될 사람들은 먼지처럼 흩어져 안타까운 그리움이 되어가고 있다.

흩어지는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질서이고 순리이다. 북한 정권의 제재가 아무리 거세도 사선을 넘는 탈북민들의 행렬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목숨을 걸고 찾는 탈북민들의 자유처럼, 영생 얻은 생명들은 다시 한 번 하나님 앞에서 은혜의 헌신을 결단해야 한다. 그래서 흩어짐은 도약이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동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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