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는’ 여성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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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41] 질문의 기술

▲ⓒ사진 박민호

▲ⓒ사진 박민호

1

어릴 때를 돌아보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들이 생각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도 두 분은 상을 그대로 둔 채 가끔씩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했던 이야기도 조금 다른 각도로 또 하시고, 옛날에 있었던 일 중에 서로가 처음 듣는 새로운 이야기도 하셨다.

그런데 어머니는 자주 아버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셨던 것 같다. 대개는 요즘 돌아가는 세상 물정이나 전업주부가 알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아버지가 다섯 살 많으셔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이것저것 물으셨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약간 의기양양한 태도였고, '그것을 알려주마' 내지는 '나는 관대하다' 등의 느낌이었던 것 같은다. 뭔가 알려줄 것이 있다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랄까, 안 물어본 것까지 대답해주는 듯한..., 아무튼 그랬다.

물론 아버지들은 한때 모두가 슈퍼맨이라서 자식들의 질문에도 척척인 만물박사이고, 못 고치는 것이 없는 맥가이버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를 모든 해답을 지닌 천재로 생각하기도 한다.

조금 커서 보니... 아버지는 임기응변에 능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분이었지만, 어머니가 독서량이 훨씬 많고 학구적이며 지혜로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는 묻고 아빠는 답하는 분위기가 지속되었던 기억이다.

더 자라서 어른이 돼 드는 느낌은, 어머니가 일부러 더 물어보셨던 게 아닌가 싶다. 또한 답을 들을 때는 항상 '아하' 하는 반응을 보이신다. 그 때마다 아버지는 기가 살고 '업'이 되니까, 그게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를 인정해 드리는 방식이 아니었나 한다. 내 생각이다. 어머니께 이 부분을 여쭤본 적은 아직 없다.

2

남자들은 자기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몸이 부서지는 줄도 모른다. 존재를 인정해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가족을 위해 몸을 던진다. 아무리 고생해도 보람이 없고 왜 이렇게 죽을힘을 다하는지 허무하게 느껴지면 남자는 달려갈 이유를 모르고, 그야말로 푯대를 상실한다.

그래서 남자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곳보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간다. 예컨대 집에서는 구박뿐인데 술집 접대부가 돈을 빼내기 위해 잔뜩 립서비스를 하면, 사탕발림인 줄 알면서도 그리로 기우는 거다. 삼손처럼.

이런 속성에 성숙하지 못한 구석이 있지만, 무작정 비난하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 좋은 의도로 이용하면 여자들이 편해지고 가족이 편해진다. 비둘기는 반드시 먹이가 있는 둥지로 돌아온다.

누가 자기를 인정해서 질문을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해답을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남자들은 그런 심리가 더 강하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뭔가 모르는 것을 묻는다면 남자는 어깨에 힘부터 들어가고, 안 물어본 것, 안 궁금한 것까지 온갖 아는 척을 다한다. 상대방이 감탄을 하면 더 오버한다.

남자친구나 남편들에게 물어보라. 여친이나 아내가 칭찬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 아마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는 모르는 게 뭐야?"
"언제 그런 것까지 공부했음?"

이러면 입이 귀에 걸린다. 심지어 프로야구 전적이나 자동차 스펙을 줄줄 꿸 때,

"으이그, 저런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학 갔지..., ㅉㅉㅉ." 이런 말에도 좋-단다. 하여간 단순하다.

그런데 여자들 중에는 남자가 이렇게 어깨가 들썩거리면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다. 더 잘난 사람들도 많은데 그깟 거 좀 안다고 유세냐 이런 반응이면, 남자는 기가 죽기 전에 반발심부터 생길 것이다.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남자가 자기를 압도할 정도로 지식과 지혜가 풍부해야 인정하고 자신을 맡기는 것 같다. 필요할 때 부족함을 채워주는 남자이길 바라는 것이다. 그게 충족이 안 되는데 아는 척이면 짜증도 나겠지만 티를 내면 곤란하다.

내가 아는 형님 중에 이혼하고 스무 살 풋내기 때 헤어진 첫사랑과 다시 만나 나이 오십에 재혼한 사람이 있다. 피차 돌싱이었던 것. 얼마 전 모임이 있어 그 집 형수를 처음 만났는데,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았다.

"예전엔 맘에 안 들어서 헤어지신 거잖아요. 그런데 나이 들어서 재혼하면 여자가 더 손해일 것 같은데... 다시 만나신 이유가 뭐예요?"

어쩌다 그리된 게 아니라 이유가 있었다. "스무 살짜리 남자가 알면 뭘 알겠어요. 그때는 정신연령도 여자가 더 높다고들 하잖아요. 생각이 없어 보이고, 온갖 객기에 폼만 잡으니 쫌 가소로웠죠. 그러다가 흐지부지 멀어진 거고.... 근데 나이 들어서 다시 만났는데 너~무 유식한 거예요. 사회 문제부터 개념이 있고, 자기 주관도 분명하게 서 있는데... 말이 잘 통하고 아주 딴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확 열려서 만남을 진지하게 이어갔고, 결혼까지 결정했다는 말이었다. 과거엔 공부도 더 잘했고, 지금 명문대 입시 수학강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그녀의 개인적 취향인지 몰라도, 어느 정도는 여자들에게 이런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평생 가르쳐주고 챙겨줘야 할 남자보다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게 끌리는 법이다. 그래서 남자는 훨씬 더 열심히 살고 열심히 배워야 하는 것 같다. 물어볼 것이 없는 남자에게서 안정감을 찾기는 어렵지 않겠나.

3

여기 오늘날 금단(?)의 성경 구절이 있다.

"너희의 여자들은 교회들 안에서 잠잠할지니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허락되지 아니하였고 또 율법도 말하는 바와 같이 그들은 순종하도록 명령을 받았느니라. 만일 그들이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지니 여자들이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니라(고전 14:34-35)".

간댕이(?)가 붓지 않고는 인용할 수 없는 구절..., 바울 형님에게 '도대체 어쩔?'이라고 묻고 싶은 야속한 구절.... 긴 변명과 해설이 필요한 구절이지만, 거두절미하고 이 글에서는 한 부분만 다루고 싶다.

뭔가 배우려면 여자는 집에서 '남편에게 물으라는' 거다. 바울이 신약 성도들에게 말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어마어마한 말이다. 여자들을 무시한 말로 여기기 전에, 남자들을 엄청나게 '푸시'하는 말인 거다. 아내가 묻는 모든 신앙적 문제나 사회적 일반적 문제들을 남편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여자들을 조롱한 말이 물론 아니고, 남자들을 질책하는 말로 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여자들이 밖에서 답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남자는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고, 아내에게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런데 요즘은 신앙과 성경 문제에 관심 있는 남성들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최근에는 학생과 젊은이들도 여성들이 더 학구적이고 지적 관심이 많으며,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게임과 술, 기계, 스포츠 등에 관심이 많아 더욱 성적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독서량도 여성이 많고, 각종 교양 강좌에도 여성들이 더 많다. 바깥일을 하는 남자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회 활동도 여성이 더 많이 한다.

여성들은, 남친과 남편이 학구적이지 않고 문제의식이 없다고 생각하기 전에 물어 보라. 그러면 그들은 대답을 해 주기 위해 나름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세상이 뒤틀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순서를 바꾸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교회의 머리 되시는 예수님을 제외하고 다른 것들로 대치하면 엉망진창이 되듯이, 가정의 머리인 남자가 제 역할을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만, 그 삶의 질이 오죽하겠는가.

슬기로운 여자는 남자에게 자꾸 묻는다. 몰라도 묻고 알아도 묻는다. 미련한 여자는 자꾸 남자를 가르친다. 안다고 가르치고 몰라도 가르치려 든다. 남자가 설명하는데 자기도 안다며 말을 막고 치고 나오거나 제대로 모른다며 핀잔을 준다. 내가 더 안다는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

본성을 거스르면서 행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나님이 만드신 목적과 정체성을 아는 것이 진정한 '생활의 발견'이며, 무지한 남존여비 사상이나 대책 없는 페미니즘보다 훨씬 값진 정답이다. 묻는다는 것은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랑의 표현이다. 그래서 물어보는 여자는 불친절할 수 없고, 답해주는 남자는 강압적일 수 없다.

질문의 기술..., 그것을 잘 활용하면 풍성한 대화와 안정적인 관계라는 좋은 선물을 되돌려줄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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