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보본추원(報本追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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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예보와 함께 한 해가 저문다. 거리는 휘황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롤, 훈훈한 나눔의 종소리가 온정의 마음을 모은다. 엊그제 송구영신예배를 드린 것 같은 유수의 세월은 한해의 끄트머리인데, 한 해를 돌이켜 보면 민망한 마음이 가슴을 웅크리게 한다.

잿빛 하늘이다. 은혜를 외면하고 살아온 시간이 이토록 많았던가. 하늘을 우러러 깊은 회개의 탄성이 가슴을 저미어 온다. 은혜의 근본조차 외면하고 살아가는 시간들의 정점은 결국 탐심이다. 집단 이기들의 외침, 정쟁의 갈등과 대립 사이로 각종 기부 행사와 이웃 나눔 행사들이 교차하는 세밑 풍경을 헤집고 걸으며, 지금까지 보호하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 앞에 보본추원의 마음을 되잡아본다.

은혜의 근본조차 외면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기심들이 모여, 오늘날 우리은 도덕율이 부재된 괴물 사회를 태통시킨 것은 아닐까. 인면수심 사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날들이 버려진 퍼즐 조각처럼 떠오른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들이 회복해야 할 것은, 은혜의 대상을 알아야 하는 깨우침이다. 은혜를 모르는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선한 가치와 충돌한다. 은혜를 모르는 인간을 빗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가치 있는 인간으로 존립되기 위한 많은 가치와 도덕률 중 은혜의 대상을 잊지 않는 인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은혜의 근본을 넓고 깊게 깨닫는 연말연시가 되기를 소망한다.

1. 報本追遠(보본추원), 報(갚을 보) 本(근본 본) 追 (따를 추) 遠(멀 원)

은혜의 근본을 넓고 깊게 깨닫고 보답한다는 뜻으로,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의 은혜, 가르치신 스승의 은혜, 풍요와 안위를 지향할 수 있는 사회의 은혜, 꿈과 이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국가의 은혜 등을 이른다. 이웃, 친구, 다양한 만남 속에서 헤아려야 할 보은의 관계는 참으로 많다. 은혜를 알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근본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2. 주공삼태(周公三笞), 周(두루 주) 公(공번될 공) 三(석 삼) 笞(볼기칠 태)

'주공의 세 차례 매질'이라는 뜻으로, 자식 교육의 엄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자식의 잘못된 점을 꾸짖어 바로잡아 주는 것이 자식을 위한 참된 가정교육임을 일컫는다. 독일 속담 중 "재료를 아끼면 요리를 망치고,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인성교육의 중요함을 뜻한다.

3. 사불급설(駟不及舌), 駟(사마 사) 不(아니 불) 及(미칠 급) 舌(혀 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로, 소문은 빨리 퍼지니 말을 삼가라는 뜻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지만, 말의 실수와 비판적인 언어는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4. 대공무사(大公無私), 大(큰 대) 公(공번될 공) 無(없을 무) 私(사사 사)

'매우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말이다. 공적인 일의 처리에 있어 개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생들이 기억해야 할 말이다. 특히 정치인, 공직자들은 공사(公私)를 잘 구분해야 한다.

은혜의 근본을 깨닫는 것은 갑자기 얻어지고 실천되는 도덕률이 아니다. 공공질서를 잘 지키는 사회는 가정교육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에게 힘과 용기를 복돋아주는 아름다운 언어는 배움과 수양으로 다듬어진다.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는 기득권층의 진중함과 더불어, 은혜의 근본을 회복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아우러지는 사회는 우리들의 이상이고 미래이다.

함박눈이 내린다. 살아오면서 받은 은혜의 순간이 함박눈보다 많다는 생각이 가슴에 쌓인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동 새로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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