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44] 겉과 속, 안과 밖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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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통령 선거 때, 한 후보가 "설거지 같은 건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사실 이런 말은 속으로 생각은 해도 겉으로 하면 안 된다. 웬만큼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정치 8단이라는 그 후보가 이런 분위기를 몰랐을 리는 없고, 어차피 지지층만을 결속시키는 전략을 쓰면서 온갖 막말을 하던 중 튀어나온 이야기 같았다.
당연히 각계의 지탄과 타 후보들의 공격이 잇따랐다. 여성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질책을 받았지만, 의외로 가부장적이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상남자 같고 할 말은 하는 소신주의자'라는 식의 지지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를 잘 아는 한 전직 정치인은, 왜 안 해도 될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모님한테는 꼼-짝 못하시거든요."
이 증언이 믿기지 않을 수 있다. 기자들한테도 욕설을 하는 등 그야말로 트럼프처럼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사람이 겨우 자기 와이프한테 꼼짝 못하다니 말이다. 어쨌든 역풍이 거세지자 그는 자기 발언이 실언이었다면서 사과를 했다. "내가 센 척 좀 하느라고 그런 거지..." 하면서 비교적 순순히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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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는 남녀 모두가 해당되겠지만, 주로 남자들에 관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겉과 속이 다르고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혼자만의 모습이 다르다. 밖에서 아무리 새침하고 깔끔해 보이는 여성도 자기 방은 발디딜 틈 없이 폭탄 맞은 돼지우리일 수 있으며, 엄청 털털해 보이는 여성도 감수성 끝판왕이라 할 만큼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면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을 보면, 영화 속 악역들은 대개 덩치가 크고 인상이 험악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이 의외로 여리다.
군대에서도 보면 덩치 큰 사람들이 입도 거칠고 하급자들에게 겁도 많이 주지만, 알고 보면 여리고 감성적이다. 그런 덩치들이 성격까지 거칠면 남아나는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유지될 수 있다.
직업이 조폭이어도 다 험악한 것은 아니며, 상대방이 알아서 겁을 내는 것일 수 있다. 성질이 정말 괴팍하고 피곤하며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의외로 체구가 왜소하고 내향적이면서 고요한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다.
조폭이 집단 검거되면 어깨들이 줄줄이 연행되지만 정말 치밀하게 악행을 꾸민 사람들,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그렇게 덩치가 크거나 험한 관상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고 주변에서 건실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남자들의 표리부동함은 남녀관계에서 더욱 드러난다. 심성적 측면이 아니라 여성을 대하는 태도나 관점이 밖에서 보이는 것과 안에서 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개 사람들 앞에서 아내를 하대하거나 호기를 잘 부리는 남성은 그 대선 후보처럼 의외로 집에서는 아내 복종형 남성인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집에서 충성하는 대가로 밖에서는 아내에게 센 척하는 것을 용납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긴 밖에서도 그러고 안에서도 그러면, 정말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꼰대'일 것이다.
밖에서만 센 척하고 집에서 꼼짝 못하는 남편이 '공처가'라면, 밖에서도 쩔쩔매고 안에서도 쥐여 사는 남자는, 아내만 보면 놀란다고 해서 '경처가'라 부른다. 문제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미혼 여성의 입장에서, 그가 여성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어쨌든 그 남자와 커플이 되어야만 자신의 습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다만 남자를 판단할 때 겉으로 보이는 섬세함이나 감수성, 행동보다는 내면을 잘 보아야 하므로, 이 겉과 속의 역설을 고려해야 한다. 감언이설로 자신을 숨기고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무방비로 임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성적 피해가 불특정인보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현저히 많이 일어난다.
남자의 외적 행동도 무척 중요하므로, 거칠고 예의 없는 남자를 주목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남자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으며, 섣불리 제쳐둘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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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나쁜 놈은 '킹카'인 경우가 많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 다윗 왕은 최고의 성군이자 인격자였다. 현명하고 지혜로워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뇌섹남'이며,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라고 할 정도로 믿음도 좋았다. 하지만 밧세바를 향한 그의 욕정은 집요할 정도였고, 그가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없애기 위해 저지른 살인교사 음모는 치밀하고도 교활했다.
반면에 삼손은, 힘은 셌지만 그리 지혜롭지 못했다. 그가 지은 죄는 우직하고 어리석었다. 다 알면서도 들릴라에게 속고 또 속다가 결국 자기 힘의 비밀을 알려주고 머리카락을 잘린 뇌순남이었다. 세상에 이런 바보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는 아마도 들릴라를 엄청 사랑했던 모양이다. 쯧쯧.... 부족하지만 순정을 지닌 천하장사의 모습이다.
이래서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특성이 항상 일정한 법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이며,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니 좋아 보인다고 너무 일찍 믿거나 외모만 보고 마음을 닫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이런 이중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가 아닐까 싶다.
성경은 외모를 중시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씀하는데, 그런 말씀을 경히 여기면 낭패를 겪게 된다. 투박하고 거친 사람들은 무조건 싫어하고 겉으로만 반반한 사람, 겉만 꾸미고 내면을 가꿀 줄 모르는 사람들을 선호하면 대가를 치르는 일이 많다.
어떻게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나. 외모와 속내가 완벽한 사람을 모두 원하지만, 그런 기적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너무 잘 나면 얼굴 값 한다.', '뚝배기보다 장맛' 등의 표현이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겉과 속은 의외로 다를 수 있다는 측면을 당장 연인이나 썸 타는 사람에게 들이대지는 말아야 한다. 사람을 스테레오타입, 무언가 전형적인 스타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본 모습은 어디로 가고 내가 만든 이미지만 남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하려 해도, 사람은 신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 위선적일 수밖에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어제나 오늘이 동일하신 분이다.
이와 같은 겉과 속의 법칙을 인정하고, 외면과 내면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면서, 하나님과 이웃 앞에 진솔하고 가식 없는 사람이 된다면 사랑도 인생도 더욱 성공하리라 믿는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