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1등에게도 꼴찌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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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국 칼럼] 해빙기(解氷期)

긴 겨울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낸다. 유난히 혹독한 추위로 맹위를 떨치던 동장군의 기세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곧 해빙기다.

생애 동안 쌓아온 연륜을 사회에 쏟아놓아야 할 저명 인사들의 성추문 파동과, 개인의 유익만을 챙기려는 이기적 비리와 공적 비리가 서민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한 겨울이었다.

북한의 국가 존립을 지향하면서 국제적 핵 폐기 압박 정책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의 이중적 행보는 방만하기 그지 없으며, 한반도 상황을 이용해 일본 국내 정치권을 주도하고 있는 아베의 행보는 간사하다. 국제 정세는 여전히 해빙기를 기약할 수 없는 엄동설한이다.

국내 정세 또한 애처로운 동지 섣달 그믐달 밤이다. 정치권은 연일 과거의 비리를 성토하고 있으나, 비리를 캐는 권력들의 행보나 이를 피하려는 과거 권력들의 알량한 변명이 연일 보도돼도 민중들의 일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식상하고 무상한 대립과 다툼일 뿐이다.

강철 가방에 비유되는 안정적 일자리의 취업 비리, 국방 비리, 인사 비리, 정경유착 비리, 공적자금 비리 등이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듣는 귀는 시끄러운 소음이라 육두문자까지 내뱉고, 마음판은 '다 똑같은 놈들!' 지겹다고 소리친다. 그저 가슴 언저리가 저미어 오는 답답함과 상대적 박탈감만 느끼게 하는, 개들이 컹컹 짖어대는 소리와 같다.

그래도 몇 날 지나면 변함없이 강산에 꽃은 피리라. 꽁꽁 얼어붙은 지표면이 녹아내리고, 북풍한설 지난 그 자리에 봄바람 나풀나풀 불어오리라.

그러나 봄은 반드시 해빙기를 잘 지내야만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정치권은 국익을 위해 가슴을 열고,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효적 정책을 수행할 때 해빙의 아침을 열 수 있다.

국민들에게 조세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 아니라, 각종 협회 유지 지원금, 위원회 지원금, 연구 보조금, 문화예술 향상 자금 등의 공적 지원을 철폐하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켜나갈 때 국가의 금고는 해빙을 맞을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사교육비의 지출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사교육비 지출을 막아낼 수 있는 교육 정책의 실현이다. 가정의 안위를 해치는, 지출의 원흉인 현재의 수능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교과서 위주의 자습서 한 권으로 원하는 학과를 진학할 수 있는, 평이한 고등 교육의 실천이 시급하다.

사회 전반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만 범국민적 사회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노동과 근로 여건을 과감하게 개혁, 실천하고, 사회 저소득층의 지원에 앞서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조직과 책무는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선과제이다.

해빙의 아침을 시샘하는 눈소식이 들린다. 평창에서는 연일 아름다운 화합과 축제, 감동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열매를 맺고 있다.

메달 수상자에게, 꼴찌에게 구별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사회 구성원 모두 함께 방만하게 지나온 과거의 흠집들을 스스로 자성하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온 의지를 되살려 해빙을 맞이하자.

해빙기.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시간.
비리와 이기주의에 빠진 겨울을 자성과 성찰로 밀어내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봄기운에 실눈 뜨고 바라보니 좋은 세상이라, 감동하는 해빙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하민국 목사
인천 백석 새로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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