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50] 그 사람은 정말로 내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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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파벌 정치나 사회의 왕따 문제 등을 생각하면 '당신은 누구 편이냐?' 이런 이야기는 참 유치하고 듣기 싫은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 된다.
가끔 보면 우정이 중요하다며 친구랑 밤낮 술을 퍼마시거나, 효도가 우선이라며 부모님 말만 듣는 남편이 있다고 하자. 남의 남편 직업만 부러워하며 눈치를 주는 부인도 있고, 배우자에게는 무관심하면서 자식밖에 모르거나, 오히려 자식에게 서로의 험담을 하는 부부도 많다.
그렇게들 하는 이유는 모두 자기 편을 만들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그 외부의 대상들에 자기도 모르게 연인이나 배우자보다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미워서, 공격하기 위해서 자신의 말에 동조해줄 사람을 찾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인과 부부간의 서운함은 대개 '저 인간이 진짜 내 편이 맞나?' 싶을 때 생겨난다. 가족이 좋은 이유는 내가 잘했든 잘못을 했든, 누구랑 싸우면 나서서 거들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수준 낮은 가족 이기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잘못이 있어도 나서서 곤란하지 않게 수습해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남의 눈치를 보느라 객관적 잣대로만 판단해 잘잘못을 가리고 가족을 비난하거나, 체면과 도덕을 따져 타인의 손을 들어주며 젠틀한 척 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정말 가족이 잘못했다면,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조심스럽게 말을 건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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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누군가와 사귀고 결혼하는 이유를 좀 유치하고 간단하게 말한다면, 최소한 한 명은 내 편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어떠한 애정공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 사람 편에 서 주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이 전적으로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은 비로소 상대방과 오래 함께하기로 결단하는 것 아닐까.
연인이나 배우자가 서로에게 좋은 충고나 단점을 말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쁜 점을 말하고 지적하더라도, 비난이나 비방이 아닌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축구 감독이 자기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쳐도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감독이 자꾸 상대편 선수들한테만 가 있고 그들을 칭찬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해 남들 앞에서 너무 추켜세우거나 지나치게 편을 들면 꼴불견으로 비칠 수 있다. 또한 너무 일방적으로 지지만 한다면 교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면들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연인이나 배우자는 상대방이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진심으로 한 편이 되어주되, 그가 남들 앞에서 하는 잘못된 행동이나 평소에 잘못 판단하는 것들이 있다면 대신 분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눈, 또 다른 머리가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때는, 어려운 일을 맞았을 때다. 작은 일에는 티격태격할 수 있지만, 큰일을 맞았을 때 믿어줄 수 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정말 내 편일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마음을 읽었다면 상대방은 작은 충고나 조언을 비난과 조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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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일단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과도한 수단을 동원하면 안 된다. 초반부터 너무 큰 고민과 비밀을 말하거나 특정한 상황을 꾸며 자기 편으로 만들게 되면, 상대방은 그것이 사랑 때문인지 연민과 단순한 소유욕 때문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가가게 되고, 그 부작용은 관계 속에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진짜 그 사람의 편인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욕심이나 다른 이득을 위해, 아니면 내가 필요해서 옆에 두기 위해 자기가 상대방의 편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사랑한다면 그의 편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만으로 그의 편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편인 척 호의를 보이며 다가오는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 진심 어린 호의나 진정한 응원은 말이나 선물 같은 것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외롭고 허전해도, 다가오는 사람이 자기 편인지 판단하는 일은 절대로 성급하게 해선 안 된다.
누군가 든든히 자기 편이 되어준다면, 그 사람은 악몽을 꾸지 않을 것이다. 또 그 사람이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아빠의 넓은 가슴을 믿고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는 아이처럼 든든할 것이다. 평소에 관계가 소원한 사이라도,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일단 내 편에 서서 생각해 준다면 그 관계에는 희망이 있다.
한 사람의 진짜 내 편이 있을 때, 그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을 등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어느 곳으로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