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언제쯤 퇴임 후 존경받을 대통령이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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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인왕산을 넘는도다

한때 호사를 누리던 권력자들과 경제 부호들의 비리를 사정하는 검찰의 목소리가 연일 귓전을 때린다.

전직 대통령들이 교도소로 향하는 치욕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그들이 국가적 오명을 안으면서까지 애착을 끊지 못하는 것은 물질이다.

물질이라는 놈 때문에 인간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붕괴된다. 온갖 편리와 안락을 미끼로 인생들을 침몰시키는 물질의 본질은 분열이고 대립이다.

물질은 인간의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들을 붕괴시킨다. 혈연, 지연들과의 갈등을 조장시키고, 급기야 형제 자매는 물론, 부모 자식의 관계마저 상실시키는 참으로 더럽고 추악한 것이 물질의 본질이다.

더구나 이렇듯 더러운 물질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려고 수많은 권력자들과 경제인들, 심지어 종교인들까지 범죄의 그늘에서 헐떡거리고, 이를 방조하며 호사를 누리는 자식들의 망동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봄바람이 완연하고 남녘의 개화(開花) 소식이 들리지만, 세상 풍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겨울 내내 두꺼운 외투를 입고 다녔다. 혹독한 추위가 맹위를 떨친 겨울이었다. 귀까지 덮어내리는 모자를 뒤집어쓰고 다녀도 움츠러들기만 하는 엄동설한이었다.

그래도 두꺼운 외투를 겹겹이 끼워입을 수 있는 겨울은 우리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이제 외투를 벗자니 더러운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다. 흠 있는 자들끼리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도덕률의 요구 전에, 우리는 성찰과 배려의 세상 속에서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공존한다. 그래서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우리 한민족은 정(情)이 많은 민족이다. 삼(三) 세 번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용서와 배려가 크고, 실패와 곤고한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는, 의지력이 강한 민족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국정을 운영하다보면 과오가 수반된다. 그러나 과오를 넘어 범죄가 되어버린 대통령들의 범죄 이면의 뿌리 또한 물질이고, 자식에게 대물림하려는 오판된 가치관 때문에 망설임 없이 권력을 악용한다.

언제나 퇴임 후 존경받을 대통령이 등장할까.

동장군의 기세가 이제 고개를 숙이나보다. 비소식이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반가운 일기예보다. 그러나 아직 쌀쌀한 바람은 '봄비'라는 이름을 허락하지 않을 기세다. 아직은 바람이 차다. 들려오는 세상 파열음처럼 차갑다.

잠시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열정적인 선수들의 인고와 수고 덕분에 세상 시름을 잊고 살았다. 이제 다시 세상 파열음이 귀에 들린다. 각계각층의 성추문 사건, 전직 대통령이 중형에 처해졌다는 소식, 과거의 부정을 바로잡겠다고 으름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실력 행사가 연일 들려온다.

앵무새에게 영어를 가르치면 영어를 말하고, 우리말을 가르치면 우리말을 한다. 요즘은 방송국들과 언론사, 공사(公私) 기관 모두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이제 막 숙달되어가는 언어를 내뱉나 보다.

잠시 실눈 뜨고 하늘을 우러르니 잠잠한 구름이 좋고, 햇살 한자락 눈부시다. 그리운 것들이 두둥실 구름결에 매달린다.

독창성 있는 언론사 한 곳이 그립고, 사회에 기부하는 진정한 부자가 사무치게 그립고, '다 내 책임이요' 말할 충신 한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운 지금, 봄바람이 인왕산을 넘는도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 새로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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