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회개하라! 미투운동의 그 잔인한 범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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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지금 내가 하려는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며 또한 당신의 이야기다.

지금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은 남녀의 대결이 아니며, 남녀가 서로 혈투를 벌이는 것은 더욱 아니다. 어떤 범죄자와 피해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범죄에는 반드시 피해자가 있다. 물론 거짓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더 나쁜 인간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해서라도 다시 한번 각성하고 회개하는 일이 일어나야 할 만큼 지금의 파장은 너무나 크다. 

얼마 전, 더 정확하게는, 뉴스룸에서 초췌한 표정의 한 여검사가 자신이 당한 성범죄를 이야기했을 때부터였다. 내가 당했던 그 어떤 기분 나쁜 기억이 조금씩 스멀스멀 나의 뇌속을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문학인들, 연극인들, 연예인들.... 그들이 얼마나 잔인한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그들의 죄상이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나의 뇌속을 기어다니던 어두컴컴한 기억이 점점 밝은 빛 가운데서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대결 구도로 자꾸만 귀결시키려는 못난 인간들의 시도가 거세지기도 했다. "이제는 여자와 얼굴도 못 마주치겠네..." "여자와 말도 못 섞겠네." "옛날에는 이런 일이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요즘 여자들이 너무 예민해졌어..." 등등의 말도 안되는 터무니없는 거짓뉴스들이 봄이 오는 거리마다 더러운 냄새를 풍기며 나부꼈다.

단 한 번이라도 성범죄를 당한 적이 있는 피해자라면, 그렇게 썪은 냄새 풍기며 나부끼는 말들에 2차, 3차의 상처를 덧입게 될 것이다. 제발 이제는 그런 말을 멈추길 바란다.

어린 날,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함께 자야했던 어린 시절,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남동생은 서열에 따라 내 옆에서 항상 잠을 잤다. 어느날,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뜬 나는 비명이 새어나오는 입을 손으로 누르며 틀어막았다.

성적 호기심에 그랬을 것이다. 그아이가 밤마다 내 팬티 속으로 손을 넣었던 것은. 그 사실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번도 이야기하지 못한 '가족비밀'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아이는 나를 피해다닌다.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수치심을 해결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단 한번도 미안했다고, 그때는 너무 어려서 호기심에 그랬노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너무나 부끄러워 그 사실을 부모님께 말할 수 없었다. 그 비좁은 방에서 눕는 순서를 바꿀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 끔찍한 일은 수년 간 이어졌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수치심에 휩쌓인 채 매일 밤 있는 힘껏 몸을 움츠리고 선잠을 자야 했다. 수면장애가 심해지면서 우울증도 심해졌고 대인불안 대인기피증상도 생겼다.

그럼에도 그 참혹한 시절은 뒤로 뒤로 밀려났고 그 녀석과 나는 서로 나이를 먹고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남았다. 시간이 더욱 많이 계속 흐르자, 서로 말하지 못한 그 수치스럽고 참혹한 남매간의 사건은 그대로 덮히는 듯 했다.

나는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다. 너무 큰 충격은 '해리'되어 마치 망각이 된것처럼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나의 상처와 충격은 그 만큼 컸었다. 그러나 이제, 이미 치유받은 나는 그 아이의 사과 한마디면 다 해결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이제 오십대에 접어든 그 동생은 나를 피하기만 할 뿐 말하지 않는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기만을 바라며 나를 피해다닐 것이다.

그런 아픔 속에서 하루는 옆집에 사는 같은 반아이가 자기 집으로 놀러 오라고 했다. 그때 그 아이의 고등학생 오빠는 그 아이와 나를 눕혀놓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다행히도 너무 어렸던 우리 둘을 그 놈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한참만에 놓아주었다.

또 한 번, 좁은 골목길을 무심히 걷고 있을 때였다. 자전거를 탄 남자 하나가 내 가슴을 툭 치고 쏜살같이 도망을 가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공황장애였다.

또 다른 사건, 버스를 타고 등교할 때였다. 만원버스에서 중년 남자 한 명이 내 옆으로 계속 밀고 오더니 내 엉덩이를 자신의 손으로 문질렀다. 또 하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였는데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 밀리는 척 하면서 내 몸을 만졌다. 그밖에도 셀 수 없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있었다. 아, 그들은 죽지 않고 살아서, 계속해서 더럽게 살아가면서, 내게 그랬던 것처럼 또  누군가에게 평생 그런 짓을 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소름이 돋는다.

미투운동은 남자대 여자의 싸움이 결코 아니다. 태초에 신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돕는 배필이 되어주고, 서로 지지해주고, 서로 돌봐주는 존재가 되길 바라셨다. 그런데 왜 이토록 성범죄가 끝도 없이 일어날까. 성범죄자를 잡고 보니, 교수, 검사, 판사, 유명정치인, 유명문화인, 유명예술인....들이었다. 어떻게 그들은 그런 '괴물'이 되고 만 것일까.

그런 짓을 자신의 아내나 딸이 당한다면 그래도 괜찮은 걸까. 하긴 자신의 친 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짐승같은 남자들이 많은 걸 보면 그런 자들은 이미 양심이 마비되고 영혼이 강퍅해진 악마들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다른 여자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하고 무식하며 잔인하고 무절제한 남성우울주의가 만들어낸 참혹한 범죄일지도 모른다. 또는 남자들도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면, 남자 여자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성별에 무관한 성중독 증상을 가진 악마들인 것이다.

나는 현명하고 예의바르고 올바른 남자들도 많이 알고 있다. 그 남자분들까지도 똑같은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성범죄자가 아니라 여성을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예의바르게 대하는 남자들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드러난 일련의 성범죄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모두 드러나 분명하고 확실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드러나야 해결이 된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침묵하며 방관하며 참으며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그 참상을 말해야 한다. 말로 토해내고 마음의 치유가 임해야 한다. 내 잘못도 아니며 당신 잘못도 아니다. 그런 짓을 당했다고 해서 더럽혀진 것도 아니다. 내면에 미친듯 쌓여있는 수치심과 자기혐오의 감정을 씻어내야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순결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범죄의 피해자는 자신이 더럽혀지고 짓밟혔다는 수치심과 모멸감과 자괴감에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을 받게 된다. 미투운동을 대부분 여자들이 주도하다보니 여자들이 남자들 모두를 적대시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당신이 그런 남자가 아니라면 조금도 그렇게 느끼지 말길 바란다. 오히려 미투운동을 열심히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남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만약 당신이 단 한번이라도 어리고 철없던 시절에 누군가를 성추행했거나 성희롱했다면 회개해야 한다. 회개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같은 죄를 반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반드시 회개하라! 그러면 용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당신이 행한 짓은, 불꽃같은 눈으로 지켜보고 계시는 신의 눈동자 속에 담겨있다!

봄햇살은 점점더 포근해지는데도 이 사회엔 냉기가 흐른다.

그래서 부탁하고싶다.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따뜻하고 착하고 배려심있고 사려깊은 좋은 남자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해 준다면, 지금 잠시 부글거리다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의 모습을 재연하지 않고, 이 사회와 이 나라 전체가  치유되고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성장해 가길 간절히 기원한다.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치유가 있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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