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스칼라에서 만난 정명훈, 클래식 음악의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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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목사의 로마 이야기] 팍스 로마나, 미투 운동

▲에베소의 하드리아누스 신전.

▲에베소의 하드리아누스 신전.

로마가 세계를 다스렸을 때 세상은 편안했다. 그런데 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마 어마한 군대의 힘이 요구되었다.

오현제 중 한 사람인 하드리아누스(Hadrianus76-138) 황제 시에 로마의 한 군단 병력은 6,831명이었다. 이 숫자에 버금가는 보조 군이 또 있었다.

고로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후임 황제들이 유지했던 평화의 질서는, 이런 잘 훈련된 군단 30부대 이상이 모여서 이루어낸 평화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로마에는 37만 5,000명의 상비군이 있었던 것이다. 그 상비군을 통한 힘의 평화가 결국 '팍스 로마나'다.   

고로 모든 인생들은 너나없이 힘을 갖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 힘은 지식, 물질, 권세, 인기 또는 여자에게는 아름다움일 수 있다.

목회자들에게도 비슷한데, 그것은 모이는 성도의 수로 여긴다. 그런데 힘의 대상을 얻는 일은 엄청나게 힘들고 어렵다. 1% 미만의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아주 희귀한 것이다. 그것을 손에 쥔 자야말로, 수많은 경쟁을 통해 승리한 사람들이다.

고로 성공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성공에 대한 놀라운 스토리를 가진다. 그것은 보통 사람이 범접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이런 고난의 과정을 통해 정상에 올라갔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은 교만하기 쉽다. 그리고 성공의 내용을 무기화 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 무기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면 연약한 여인들을 상대로 성적 도구로 삼기도 하고....

요즘 '미투 운동(#Me_Too)'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참으로 이런 일에 '나는 깨끗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 싶다. 이 세상은 본래 음란한 곳임을 주님께서 천명하셨기 때문이다.

다만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나는 그런 일에 전혀 상관없다'고 큰 소리를 치는 자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기 위해 모여든 무리들을 향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치라'는 주님의 말씀에, 둘러선 군중들은 모두 자리를 떠나버릴 수밖에 없었다. 음란함이란 세상의 본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투'로 순식간에 정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대단한 실력자들이 곤두박질하는 모습들은 참으로 안타깝다. 옆에서 보아도 안타까운데, 가족들이나 친지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싶다.

▲정명훈의 서울시향 지위 모습. ⓒ영상 캡처

▲정명훈의 서울시향 지위 모습. ⓒ영상 캡처

얼마 전 정명훈 선생이 지휘하는 밀라노의 스칼라를 관람했다. 베르디가 그 어떤 오페라보다 심혈을 기울여 작곡했다는 시몬 보카네그라다. 무려 25년 동안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고치고 또 고쳐 만든 작품이다.

그 작품은 제노바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썼다고 한다. 무대의 화려함과 고뇌하는 주인공의 심리적 묘사는 과연 압권이지 싶다.

좋은 자리를 배려해 주었는데, 내가 앉은 자리에 그 유명한 마리아 칼라스도 앉았었겠지 하고 생각하니 흥분이 된다. 오나시스도 관람했을 것이고, 그 유명한 카루소도 이곳 어딘가에서 몇 번쯤은 관람했을 것이고....

세계 정상의 연주자들의 실력은 대단하다 싶다. 스칼라의 명성에 걸맞게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구라파 최고의 무대 중 하나인 스칼라를 지휘하는 정명훈 선생의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다.

그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는 수많은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그는 이제 최고의 지휘자가 되어 하고 싶은 연주, 서고 싶은 극장을 맘껏 선택하여 지휘할 수 있는, 힘 있는 연주자가 되었다. 그러니 그에게는 현실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유혹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체로 연주자들은 외모가 예쁘고 대단한 미인들이 많다. 무대 예술이기에 청중을 즐겁게 하려면 미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휘자는 자신의 의지로 연주자들을 무대에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무대의 최고 권력자일 수 있다. 고로 지휘자와 오페라 가수와의 관계는 얼마든지 핑크빛으로 채색되기 쉽다. 이런 일은 모든 무대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그런데 정 선생의 음악철학은 남다르다. 그는 말하기를 "음악의 생명은 감동에 있다"고 한다. 아무리 지휘자가 턱시도를 멋지게 입고 아름다운 폼으로 손을 흔들며 지휘한다 해서 감동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음악에서의 감동은 평소의 삶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즉 평소의 삶이 음악 앞에 진실되고 바른 삶이어야, 음악에서도 그 진실이 감동으로 배어나올 수 있다고 한다.

지휘자 중에 수많은 염문을 피우면서 지휘할 때는 멋지게 지휘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지휘자는 사기꾼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유는 청중을 속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얼마나 놀라운 깨달음인가 싶다. 그래서 나는 그를 '클래식 음악의 수도사'라고 칭한다. 클래식의 수도사?

그는 말한다. "아내 한 사람으로 나는 충분합니다. 아내는 나로 하여금 아무 염려 없이 음악에 몰두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고 있는 데, 내가 다른 그 누구를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여자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금언이 또 있다. "음악을 사랑하면 언젠가 그 음악이 인기를 가져다 주고, 돈과 명예도 얻게 합니다. 그러나 음악을 이용하려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진실된 음악의 철학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콧대 높은 스칼라 청중들이 정명훈 선생을 그토록 좋아하고 환영하는구나 싶다.

오페라가 끝나자 청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오케스트라 전원들은 발을 구르며 지휘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런 환호를 바라보며 나도 손바닥이 뜨겁도록 박수를 보냈다. 주어진 힘을 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귀한 음악가다 싶다.

그를 위한 기도가 절로 나온다.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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