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이 기독교적 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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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독교인들이 지구의 나이(age of the earth)가 6,000년이라는 설을 기독교적 진리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학교에서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고 배운 젊은이들이 이 문제로 인하여 교회를 떠나고, 기독교는 사회에서 무지의 종교로 오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은 창세기를 해석하는 기독교적 견해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창세기에 나오는 6일 창조와 인류의 조상인 아담의 족보를 문자적으로 이해하면, 대개 6,000년 전에 우주 만물의 창조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다른 견해가 초기 기독교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성경- 특히 예언서들의 문자적 해석에 따라 임박한 것으로 믿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초기 신자들의 기대보다 늦어지면서 교부들의 성경 해석에 그리스 철학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19세기 초부터 과학계가 지구의 나이를 6,000년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고 주장하면서부터였다. 이에 따라 창세기 해석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창조기사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문제로 논쟁이 가장 극심했던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에서 최대의 보수적 장로교단인 PCA(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는 1998년에 이 문제에 대한 장로교적 입장을 확립하기 위하여 과학자와 신학자들로 창조연구위원회를 구성했다.

PCA 창조연구위원회는 2년간의 연구 끝에 2000년에 개최된 28차 총회에 보고서(Report of the Creation Study Committee)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창세기 1장의 '욤'(날)은 4가지의 해석 방법- ① 달력일(Calendar day) 해석, ② 날-시대(day-age) 해석, ③ 구조 가설(Framework Hyphothesis) 해석, ④ 유비일(Analogical day) 해석-이 가능하다고 제안했고 총회는 이를 목사 안수의 기준으로 채택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OPC(Orthodox Presbyterian Church)도 2001년부터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2003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2004년 총회에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는 앞의 PCA의 4가지 해석 방법에 1가지- 비확정적 길이의 날 견해가 추가되어 있으나 그것의 실제적 내용은 날-시대 해석 방법의 일부 변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은 ①항의 달력일(Calendar day) 해석을 따르는 것이다. 나머지 3개항들은 모두 지구의 나이를 6,000년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PCA나 OPC가 인정한 창세기 해석 방법에 의하면, 기독교인들이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해석하거나, 그보다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허용된다. 사실 창세기는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날에 관련된 모든 해석을 '태초'라는 말 하나에 묻어 놓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와 지구의 나이를 6,000년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태초'는 6,000년 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오랜 시기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태초'는 창조주 하나님의 시간에 속하는 카이로스(καιρός)적인 것이므로 인간이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 기독교적(적어도 장로교적) 성경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성경의 무오성을 믿는 보수적 장로교단들이 먼저 6,000년보다 더 오랜 지구연대를 수용했다. 미국의 장로교단들이 사회와 과학계에 맞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선교 대상인 일반인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학자들이 먼저 이런 입장을 수용하기 시작하였고, 젊은 목회자들에 의하여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독교적 진리가 아니라, 창세기 해석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서슴없이 예수님이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을 믿었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이와 다른 해석을 모두 '타협 이론'이라고 배척하고 신앙의 형제들에게 예수의 제자로서 어떻게 이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느냐고 공격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직도 천동설을 믿고 있다고 선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기독교는 사회에서 무지의 종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고,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을 주장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행동은 기독교에 유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미국 장로교 교단들이 창세기를 심층적으로 연구한 결과에 의하여 기독교적 입장이 (적어도 장로교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확립된 상태이다. 그것은 지구의 나이가 6,000년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창세기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늘날 과학계와 일반 사회에서는 지구의 나이에 대해 46억년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일반사회에서 기독교를 개독이라고 조롱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일부 기독교인들이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을 기독교의 대표적 진리처럼 주장하기 때문이다. 과학계의 주장을 반박의 증거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면서 부정하는 것은 기독교를 오히려 반시대적인 종교로 만드는 일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독교인들은 '태초'라는 말에 지구의 나이를 묻어두는 것이 좋다. 지구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않아도 기독교 신앙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독교인들은 왜 고집스럽게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을 기독교의 대표적 진리처럼 주장하면서 사회의 공적(公敵)이 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허정윤 박사. 그는 얼마 전 「과학과 신의 전쟁」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 그는 얼마 전 「과학과 신의 전쟁」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어떤 이론이나 주장에 대한 의문을 이해하려면, 그런 이론이나 주장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목적, 그리고 자료의 사실성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세기의 의문에 대답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설된 미국의 AiG(Answers in Genesis)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테리 몰텐슨(Terry Mortenson)이 대변인(speaker)으로 활동하면서 [수십억 년의 연대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7 가지 이유](Seven reasons why we should not accept millions of years)라는 소책자(booklet) 기사를 게재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테리 몰텐슨의 기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지구의 나이 6,000년 설을 주장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이론의 바탕이 되고 있을 정도로 인용되고 있다. (이 소책자의 제목을 검색하면 KACR 웹사이트의 번역문과 그것을 인용한 몇 개의 국내 카페, 또는 블로그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영어로 저자의 이름과 함께 검색하면 AiG 웹사이트에서 원문을 찾아볼 수도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기사 전부- 테리 몰텐슨이 제시하는 7가지의 이유를 합리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한다. 7가지 이유를 한 번에 하나씩 인용하면서 검토하고 나면, 지구의 나이에 대하여 새로운 기독교적 견해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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