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세 번째 주일헌금, 어려운 이웃에게 쓴다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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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승의 러브레터] 장애 입은 교회

▲2018년 주제를 알리는 현수막.

▲2018년 주제를 알리는 현수막.

1. 장애인의 날 사랑의 편지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1980년 10월 23일 교통사고로 1급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만 4살. 어린 나이에 얻은 장애인데, 저는 그 날 교통사고가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 날,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육신의 장애는 입었지만 영적으로 거듭났습니다. 영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이상, 육신의 보이는 장애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2. 이미 말씀드렸듯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장애의 규정입니다. 그렇다면 육신의 장애는 물론, 정신적, 영적 장애도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큽니다. 장애도 보이지 않는 장애가 훨씬 크고 문제가 심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에도 장애가 있을수 있습니다. 교회가 참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아무리 겉이 호화 찬란해도 장애입은 교회입니다.

3. 우리 생명샘교회는 성북구 정릉 한 오래된 상가 건물의 지하에 있습니다. 등록 교인은 80명이고 출석 교인은 60명 가량 됩니다. 장로교 합동 소속 교회이지만, 우리 교회는 당회나 제직회의 의결이 아닌 중요한 의결을 모두 총회를 통해 결정합니다.

▲지난해 ‘움직이는 교회’로 두리원을 방문한 모습.

▲지난해 ‘움직이는 교회’로 두리원을 방문한 모습.

4. 세례교인 이상 누구나 참여 가능한 총회 시간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화목한 총회가 열립니다.

아이들이 보는 곳에서 열리는 총회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어른다워 지는 시간이 됩니다. 아이들은 저절로 주님의 이름으로 열리는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당연히 정치적 논쟁이나 , 한두 사람의 주도 하에 끌려가는 일들, 다툼이 있을 수 없습니다. 포도나무 주일에 오신 목사님께서 한 번 보고 가고 싶다 하시더니, 다 끝나고 나서 깜짝 놀라며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이런 회의 진행이 있을수 있지요? 비결이 뭡니까 목사님?"

대답은 간단합니다. "예수님이 하시던데요. 저는 비우면 됩니다."

5. 생명샘교회는 보여지는 환경으로는 썩 좋지 않습니다. 오래된 건물에 세들어 산지 10년이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만약 돈을 모아두었다면 다른 장소로 옮기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옮기지 못할 이유가 자꾸 생겨납니다. 건물을 위해 돈을 모으지 않고,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돈을 우리 교회를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고, 더 약한 교회를 돕는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돈을 쓰니 저절로 돈이 모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감동하셔서 갑자기 '떡하니' 안겨주시면 몰라도, 억지로 돈을 모아서 교회 건물을 세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생명샘교회 기도실 천장이 붕괴한 모습.

▲지난해 여름 생명샘교회 기도실 천장이 붕괴한 모습.

6. 사실 매년마다 유혹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매년 천장에서 물이 샐 때마다, 기침을 콜록거릴 때마다, 좋은 상가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지하에 있으면 전도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스치듯 생각이 지나갑니다.

"올라갈까?"

7. 그러던 어느날 2016년 10월 23일이 되었습니다. 그날 우리 교회는 연말 총회를 하게 됐습니다. 그날의 일기를 적어드립니다.

"2016년 10월 23일 사랑의 편지 중

오늘 우리 생명샘교회가 위대한 결정을 했다.

매 주일 가장 헌금이 많이 나오는 세번째 주일 헌금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자고 결의했다. 중간에 이견도 있었다. 우리 교회도 힘든데... 전기세 못 내면 어쩌냐고 걱정도 하셨다. 우리 교회 돈 모아서 재미있게 먼저 살자는 의견도 있었다.

목사라고 그런 마음 왜 없을까.... 난 담임인데... 누구보다 우리 교인들 행복한걸 바라는 목산데... 당연히 있지....

그럼에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다면 '난 약하니까 앉아 있을래요' 말하지 말고 똑같이 걸어 보는거다.

물론 매달 세 번째 주일 헌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쓴다는 결정과 실행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다.

그런데 나는 안다. 어려우니까 하나님이 동행해 주실 것이라는 걸, 가다 보면 이 뜻에 동의하는 여호수아같은 젊은이들이 함께할 것임을 믿는다. 어딘가 분명히 우리 교회 도와줄 숨겨진 3천명이 있을 게다.

물론 재정이 어렵다. 잘 안다. 성도님들도 안다. 청년 가운데 이런 의견도 나왔다. '해보다가 안 되면, 그게 우리의 현주소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기도실 천장이 붕괴한 모습.

▲기도실 천장이 붕괴한 모습.

그래서 대답했다. '하나님은 광야에 그냥 내버려두시지 않는다고. 가나안까지 가게 하신다고. 설령 1년 해 보고도 그 자리라면, 거기에 머무르는게 하나님 뜻 아니라고...."

그리고 모두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10년 전, 우리가 건물 내려놨을 때 힘드셨어요? 정말 힘드셨어요?'

성도님들이 침묵하셨다. 침묵의 대답이 들렸다.

'아니에요 목사님. 저도 기억해요.'

난 싫다. 난 광야가 좋다. 난 그냥 하나님 있고 예수님 계신 광야가 좋다. 우리 성도들도 예수님 계신 곳이 좋았으면 좋겠다.

진짜로, 진짜로! 그랬으면 한다.

마지막에 동의를 물었다. 대답이 작았다. 다시 동의를 물었다. 몇몇 분이 대답 안하셨다. 다시 동의를 물었다. 모두 동의했다.

한 사람도 빠트리지 않고 예수님 있는 길로 가고 싶다.

10월 23일.

내가 교통사고 난 날.
나를 죽음에서 건져 주신 날.
그 날에 생명샘교회에 사고 하나 터졌다.

대형사고.

그런데 아마 그걸로 우리 교회 살아날거다.
만나주실 거다.
우리 하나님 그런 분이시니까.

그리고 우리 성도님들. 고맙다.
용기내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 진짜로."

8. 그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여전히 우리 교회는 지하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행복합니다.

전기세를 내고, 예배 드릴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10월 23일 저를 죽이시고 살리신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도 다시 만져주셨기 때문입니다.

천장이 무너져 고칠 돈이 없어 고민할 때, 우리 건물은 나중에 고치고 중국에 화장실을 지어주는 교회.

우리 아이들 숫자는 적지만, 컴패션에 16가정을 돕는 교회.

우리 건물은 없지만, 11개 교회와 선교지를 돕는 교회.

주일예배에 도움이 필요한 교회에 직접 찾아가 예배드려주는 '움직이는 교회'.

그러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선교바자회 현장.

▲선교바자회 현장.

9. 사랑하는 여러분.

건물과 조직과 제도는 번듯하나, 장애 입은 교회들이 많습니다.

이제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주일이 모두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영적 기능은 정상이십니까? 육적으로야 건강한다 해도, 영적으로 아무 기능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회의 영적 기능은 발현되고 있습니까? 말씀으로 그 기능이 회복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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