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59] 익숙한 사람이 낯설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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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여러가지 단점이 있고 고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어떤 때는 가장 대처하기 어렵고 치명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잘 변하는' 것이다.
신의를 저버리고, 사랑을 배반하고, 신념을 바꾸는 그런 종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는 좀 다른 문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날 보니 왠지 딴 사람 같은 그런 느낌을 말한다. 이런 '변화'는 단점이 개선되는 변화라도 그리 달갑지 않다.
사람은 믿을 만한 존재도 아니고 그리 쉽게 변하지도 않는 존재인데,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얼굴을 한다는 것은 정서나 내면이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사람은 궁극적으로 변할 수 없는 존재이다. 심령이 변화되어 거듭나는 그런 종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인성, 육신의 기질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특정한 기질이 있어서, 하나님도 그 기질대로 사람을 사용하신다. 이것이 왔다 갔다 한다면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달라져 무안하거나 당황했던 기억들이 있다. 사회에서 술버릇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때도 그랬다. 이런 부류는 술이 좀 들어가면 눈빛부터 바뀌어 평소 꽁하고 있던 일에 대해 배배 꼬며 사람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유형이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그런 식이면 차라리 나은데, 술이 깨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쿨하고 유쾌해져, 어느 것이 본성인지 의심되고 혼란을 주니 진심으로 대하기가 힘들다.
어릴 때 꽤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좀 덩치 큰 녀석들과 놀더니 길에서 마주쳐도 투명인간 취급하며 지나친 경험도 있고, 지인을 발견하고 웃으며 다가갔는데 나를 전혀 기억 못해서 민망했던 기억도 있다.
군대에서도 늘 똑같이 고약한 고참은 오히려 대처하기가 쉬운데, 웃으며 잘해주다가도 갑자기 한두 마디에 미치광이처럼 변해 온 중대를 뒤집어놓는 그런 상사가 더 대책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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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함께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신이 모르는 의외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 문제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이다. 자기 성격과 불안정함은 스스로의 문제인데, 이것을 타인에게 그대로 드러내면 상대방은 어리둥절해진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의 남자 주인공이 한 대사는 지금도 유명하다. 진짜 사랑했다면서 어떻게 변할 수 있느냐는 이 말은, 한 번쯤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실연을 당한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만한 심경을 표현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 영화의 흐름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여자가 왜 변하는 건지, 별다른 과정이 없이 그냥 변한다. 원래부터 이 남자를 그리 사랑하지 않은 것인지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간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고 답답했다.
내 눈에 주인공 여자는 사랑이 변한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한 것 같았다. 속사정이 어떤지 몰라도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다. 남자는 변심한 것보다 더한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헤어짐은 참아도, 익숙했던 사람의 낯섦은 참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때는 상대방이 돌아와도 어색할 만큼 깊은 부정적 여운이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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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일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저 영화 스토리에 남자들은 이해가 잘 안 가도 여자들은 '맞아. 그럴 수 있어'라고 느낄지 모르겠다.
남자는 늘 어떤 관계를 한 가지 톤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비슷한 느낌으로 이어간다. 혹시 끊어져도 그 상태로 남긴다. 그런데 여자는 심경의 변화가 오면 정확하게 마무리를 하고 다른 얼굴을 해야 그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래서 변해야 한다. 파마 한 번 해 주고, 립스틱 짙게 발라야 끝나는 모양이다.
남자들은 이런 변화를 이해해 보려 해도 이해할 뇌구조가 되지 않으며, 공감은 더더욱 어렵다. 여자는 생존의 한 방식인데 남자 눈에는 어쩔 수 없이 변심이나 배신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물론 남자도 천성적으로 불안한 스타일이 있다. 의처증이 있거나 학대하는 남자들에게 당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늘 사람을 의심하고 때리다가도 잘해줄 때는 간 쓸개 다 빼줄 정도로 잘해준다는 것이다.
인성이 나빠도 차라리 일관성 있는 사람이 낫지, 갑자기 돌변하는 사람은 그때부터 멘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경계해야 한다. 말하자면 여성의 변화는 더 잦은 일이지만 구조상 그런 것이므로, 오히려 남자의 변화가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납득할 수 없는 상대방의 변화무쌍한 감정적 변신은 오해를 불러,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하는 일이 많다. 안 그래도 변하는 존재가 사람이다. 사랑도 변하고 가치도 기준도 다 지나간다.
그래도 정으로 살아가며 가족과 터전과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면 인내하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롤러코스터처럼 흔들어대면 동반자는 혼란스럽고 사랑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세상이 불안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지고 있다. 일생의 동반자를 찾는다면 정서가 안정적이고 매사에 일관된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연애와 결혼뿐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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