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한 달란트 받은 자가 왜 재신임을 묻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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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승의 러브레터] 포도나무주일 단상... 듣는 자리로 돌아가면

▲지난해 9월 셋째 주 포도나무주일 모습.

▲지난해 9월 셋째 주 포도나무주일 모습.

1. 지난 러브레터에 한 분이 리플을 주셨습니다.

'목사님 교단의 헌법에 이를 반영하여 주세요' 라는 내용입니다. 아마 제가 쓴 글 중 3년 재신임과 관련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 편지를 빌어 조심스레 답변을 전해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맡은 일이 아닙니다.'

2. 리플을 주신 분의 그 귀한 뜻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상처가 그 분에게 있으셨겠습니까.

하지만 그러므로 더더욱 그 분의 글에 저는 정성을 다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도와 법을 바꾸는 문제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말씀의 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의 법은 영원토록 변하지 않습니다.'

3. 저는 법도 잘 모르고, 교단의 중심에 서 있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맡고 계신 많은 사역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굳게 믿습니다. 제가 서 있는 장소와 역할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면, 반드시 우리나라와 교회도 하나님의 뜻대로 변화될 것을 저는 믿습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4. 사실 이미 많은 목회자분들은 정해진 법과 제도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살고 계십니다.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님께서 과거 주님의교회를 개척하면서, 스스로 개척한 교회의 임기를 10년으로 정하셨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든지 본인 스스로 개척한 교회의 왕이 될수 있음에도, 또한 누가봐도 바른 정신으로 목회를 하고 있었음에도 주인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허리띠를 졸라맨 것입니다.

얼마 전 운전을 하며 오랜만에 이찬수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하필 7년 재신임 선거를 앞두고 하셨던 설교였습니다. 내용은 예전에 들었던 것이지만, 시기가 시기인만큼 다시 은혜가 됩니다. 이찬수 목사님 정도면 누구든 OK 할텐데, 7년 재신임을 통해 자신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누구나 존경받고 교회가 성장하던 시기에 오히려 교회를 나누었습니다. 말 그대로 세포 분열됐습니다. 은퇴할 때가 되자 스스로 원로목사를 받지 않으시고 은퇴했습니다.

5. 목사님 스스로 구태여 보장된 제도 대신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제도를 만든 것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제 나름대로 판단하자면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네. 기독교는 자기 자신을 믿으면 안 됩니다. 자신을 믿으라고 요구하는 사탄의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기 자신의 교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기존 제도를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권 내에 있건 밖에 있건, 중요한 것은 바른 정신을 담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6.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제가 걷는 길은 저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 이미 주님을 주인 삼고 앞서 걸어가신 목사님들께서 남긴 발자국 난 길을 저 역시 조용히 뒤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그 길이야말로 주님이 함께 걷는 길이므로, 제가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찬수 목사님의 결정에, 이재철 목사님의 다짐에, 김동호 목사님의 담대함에, 법과 제도에서 벗어났다 한들 돌을 던지겠습니까.

7. 한 가지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대다수 교회들은 큰 교회가 아닙니다. 한 달 헌금 나와도 목회자 한 가정 버티기도 힘든 교회가 수두룩 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교회들이 가진 자기를 보는 마음가짐에, 상처가 있습니다.

'큰 교회니까 가능하지', '큰 교회 목사님이니까 가능하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삶은 밭에 뭍어둔 것입니다. 네, 한 달란트 가진 자입니다. 한 달란트는 매우 큰 가치입니다.

그럼에도 그 가치를 발견 못하고 비교하며 주인의 뜻을 잃어버린 목사. 그리고 그런 교회, 저는 그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제게는 그런 시선이 없을까. 우리 교회보다 큰 교회를 바라보며 '저런 교회니까 가능한 거지' 그런 마음이 없을까. 우리 성도들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을까? '저 교회는 큰 교회니까.'

8. 지난 주일은 포도나무 주일로 지켰습니다. 포도나무 주일은 '주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하신 주님 말씀에 따라, 교회의 연합을 위해 만들어진 시간입니다.

보다 정직하게 말하면, 제가 먼저 듣는 종이 되어야하는 신분의 자각을 위한 자리입니다. 그 자리가 교회의 연합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교회의 연합이 이제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그 날 거둔 모든 헌금을 나누는 날로 확장되었습니다. 그 날은 그래서 매달 세번째 주일 본예배에서 다른 교단, 다른 교회 목사님이나 전도사님. 선교사님. 혹은 성도의 간증을 통해 은혜를 나누고, 저는 듣는 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은혜가 있는 날입니다.

이날 말씀 시간에는 어떤 제한도 두지 않습니다. 설교 이후 모든 시간도 오시는 분의 자율에 맡깁니다. 저는 노심초사(?)하며 예배드리게 됩니다. 가끔 오시는 분이 한 시간을 넘게 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날들은 우리 성도들이 은혜받는 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듣는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8. 재신임과 관련된 결정을 할 때, 여기저기서 한 달란트 가졌다는 이유로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목사님 교회가 평안한데 구태여 재신임을 해요?', '교단의 법과 제도가 있는데', '장애도 있으면서 그냥 편안히 하세요', '10년 뒤엔 뭐 하려고요? 계획이 있으세요?', '잘리면 뭐하실건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들 중 대다수는 대형교회 목사님들의 위와 같은 행보에는 박수를, 또 그와 반대되는 행보에는 질책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한 달란트를 가진 교회나 한 달란트 가진 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한 달란트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9. 그런 모두에게 주인이 말씀하십니다. '악하고 게으른 종아'.

러브레터를 받는 여러분. 한 달란트를 가지고 계시지는 않으십니까? 옆에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를 바라보지 말고, 이제 일어나 여러분의 달란트를 주인 뜻대로 사용하세요.

결과와 상관없이 그 분은 여러분을 이렇게 칭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착하고 충성된 종아, 내가 더 큰 것을 맡겨야겠다'.

10. 재신임에서 떨어지면 뭐할거냐구요? 듣는 자의 자리로 돌아가면 은혜가 더하던데요. 은혜받으면서 잠시 쉬지요 뭘. 주인께서 더 큰 것을 맡겨주실텐데요.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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