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와 귀신들의 존재가 ‘젊은 연대’에 우호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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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연대 논쟁의 딜레마(2)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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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와 귀신들의 기원

창조 연대 논쟁을 다루는 데 있어 세속 과학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과학적 충돌이나 신앙적인 문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세속적 연구는 늘 유동적이다. 그러기에 우리 신앙인들은 늘 유동적인 과학자들의 그 연구 성과들을 차분히 기다리면서 성경과 어떻게 조화되는지 살펴보면 된다. 늘 가변적인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끊임없이 해석이 변하고 수정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바른 성과들을 취하고 해석하면 된다. 문제는 세속 과학과 충돌하는 젊은 창조 연대를 주장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창조 연대 논쟁의 딜레마는 창조의 젊은 연대를 고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 문제는 신학적으로 바른 성경 해석인지 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먼저 살펴보려는 것은 바로 마귀나 귀신들의 기원이나 창조가 젊은 연대 해석에 우호적인가하는 문제다.

성경은 분명하게 마귀와 귀신들과 천사들과 같은 영적 존재들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들도 당연히 창조되었다(골 1: 15-16). 오리겐이나 어거스틴 같은 교부들이나 로마 카톨릭의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신학자도 영적 존재들이 창조되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인지 성경은 그들이 어떻게 천사가 되었고, 반역한 사단이 되었으며 귀신들이 되었는지 그 구체적 기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루시퍼(사 14: 12-15)를 권력의 지위를 이용하여 하나님께 반역하였다가 교만으로 인해 하늘에서 떨어진 사단과 동일시 한 신학자는 오리겐이었다. 지금도 이 같은 견해가 많은 목사들의 설교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오늘날 이 견해에 동의하는 정통 신학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찌되었든 사단은 분명 인류를 타락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창 3장). 그리고 그의 심판은 일찌감치 에덴에서 예언되었고(창 3:15) 이것은 십자가에서 성취되었다(요 12:31-33).

젊은 창조 연대와 충돌하는 사단과 귀신들의 기원 문제

성경은 창세기 1장의 6일 창조 과정에서 만물의 창조 과정을 설명하나 어찌된 노릇인지 천사나 마귀나 귀신들은 언제 어떻게 창조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따라서 마귀의 창조 연대나 기원에 대해 성경은 구체적 자료를 주지 않는다. 영적 존재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창조 기간에 대해 함부로 인간들이 규정하지 않도록 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라 볼 수 있다. 창조 연대 문제를 다룰 때 천사나 마귀 등 영적 존재에 대한 성경의 침묵 미스터리는 우주 창조 연대를 규정하는 데 큰 난관을 가져다준다. 천사나 사단이나 귀신들은 과연 언제 창조되었는가? 만일 6일 창조(주전 4천년 전후 창조)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천사나 사단의 창조 문제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성경적으로 보면 천사나 사단이나 귀신들도 분명 피조물이다. 그러할 때 문자적인 6일 창조에 천사나 사단이나 귀신들의 창조를 적용하면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 아니라 아주 미숙한 존재로 전락해버린다. 즉 애시 당초 미숙한 사단과 타락한 귀신들을 인류와 거의 동시에 창조하였으며, 이들은 곧 바로 아주 가볍게 인류보다 먼저 앞서 창조주를 반역한 존재가 되었다. 그릭 그들의 타락도 주전 4천년 전후였다는 결론이 된다. 사단은 또한 창조 주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아담과 하와를 타락시킨 장본인이 된다. 불완전한 마귀나 반역의 귀신들을 창조 주간(6천 년 전)에 창조하였다면 하나님의 전지전능 교리는 아주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하나님은 황당하게도 창조 즉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창조한 사단과 귀신들의 타락과 반역을 목격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창조주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는 교리는 신론의 출발점이 되는 기독교 신학의 기초 교리이다. 그런데 만일 창조의 시작점 근처에서 일찌감치 사단과 구를 따르는 귀신들이 하나님을 반역했다면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는 역사적 창조 교리가 어긋나면서 타락의 책임과 원인도 창조주 하나님에게 돌려버리는 누(累)를 범하게 된다. 또한 하나님의 선하심과 창조의 선함 교리와도 당연히 어긋난다. 창조와 더불어 인류 타락 이전에 사단은 일찌감치 하나님을 반역하여 창조 사역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존재가 되어버린다. 즉 젊은 창조 연대를 수용하면 창조주 여호와는 미숙한 창조주라 그보다 더 탁월한 또 다른 창조주들이 그득하다는 기독교의 적대 세력인 영지주의자들의 주장이 오히려 먹혀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창조의 젊은 연대를 고집하는 것은 인간 스스로 하나님을 마치 우주라는 그럴 듯한 창조 판타지 연극의 대본을 만든 미숙한 장본인으로 만들어 신성 모독의 죄를 범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마귀 기원 시기에 대한 창조과학의 원조, 헨리 모리스의 고민

창조론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던 "창조 과학" 운동의 실질적 원조가 된 헨리 모리스도 이 문제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그는 타락과 저주의 결과에 대해서는 열역학법칙 등을 동원하여 과학적 논증을 시도한 데 반해 마귀의 기원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창조론적 접근을 하지 않았다. 단지 헨리 모리스는 사단의 타락과 반역을 창세기 1장 31절과 뱀의 몸을 입고 하와에게 나타난 창세기 3장 1절 사이에 둔다. 모리스는 이 기간이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해서는 성경이 침묵함을 인정한다. 물론 모리스가 말하는 성경의 연대 침묵은 오랜 연대를 말함이 아니다. 여기서 연대 논쟁의 신학적 딜레마가 생겨난다.

과학(내재 영역)을 동원한 창조(초월 영역)에 대한 무리한 해석은 금물

인간은 창조주가 아니다. 인간은 초월의 영역인 창조에 대해 하등학문인 자연과학을 동원하여 함부로 단정을 내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젊은 연대에 적용 시키려고 마귀 창조를 창세기 1장 31절과 창세기 3장 1절 사이에 억지로 넣는 것은 분명 무리한 해석이다. 천사 창조나 악한 영적 존재들의 기원에 대한 해석은 인간이 쉽게 규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영적인 영역에 대해 성경이 침묵하면 그대로 신비로 남겨두어야 한다. 창조(초월적) 사역에 있어 성경이 굳이 침묵한 부분을 인간이 내재(內在)의 자연과학을 가지고 무리한 해석을 통해 그 비밀을 캐려고 시도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인간은 초월적 존재가 아닌 내재적 존재에 불과하기에 성경이 침묵하는 그 영적 영역을 파헤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신학의 영역이다. 그래도 창조와 창조 연대 해석에 무리한 과학적 해석을 동원하려 한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창조과학 신학>임을 명심해야 한다. 영적인 것은 영적인 것으로 분별하고, 과학은 과학의 실험과 논문으로 검증하며, 신학은 신학에 맡겨야 한다.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창조 연대와 영적 존재에 대한 바른 해석

영적 존재와 그 기원에 대한 일치되는 안전한 개혁적 교리는 영적 존재들(천사, 마귀, 귀신들)도 피조 된 존재라는 것과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모르나 일곱째 날 이전에 창조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날들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즉 "그 기원과 기원의 연대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른다"가 바른 해석인 것이다. 그들이 왜 일부는 타락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는지도 우리 인간들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연대 논쟁도 함부로 규정하면 안 되는 신비로 남겨두어야 하는 당위성이 생긴다. 천사와 마귀의 기원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때 성경(특수 계시)과 과학(일반 계시)이 규정하지 않는 부분을 인간이 이성으로 섣불리 판단할 때 연대 문제는 필연적으로 스스로 신학적 딜레마에 빠져 버리고 말 뿐이다. 사단이 언제 창조되었고 어떤 연유로 언제 하나님을 반역한 존재가 된 것인지 우리 인간이 명확하게 검증할 수 없는 것처럼, 우주 창조 연대에 대해서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성경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바른 개혁적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연대 문제뿐 아니라 이 세상에는 분명 희미하게 보이는 것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그것들을 억지로 알려고 할 필요도 없다. 죄인된 피조물로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의문이 풀릴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바로 그것을 소망하며 사는 것이다. 주님을 뵐 때 그렇게 알고 싶었던 그 모든 것들은 바르게 알게 될 것이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평택대 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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