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겨자씨만한 믿음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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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에서 심은 겨자나무가 새들도 깃들일 수 있을 만큼 자라는 거목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겨자씨가 나오는 식물은 '나무'로 설명됐지만, 사실 1.8m 정도나 그리 크지 않은 3m까지 자라며, 노란색의 꽃을 가지고 있는 일년생의 풀에 불과합니다.

겨자씨는 팔레스타인의 모든 씨 중에서 가장 작은 씨앗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겨자 풀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자라지만 특히 갈릴리 지방에서 많이 자라며, 2-3월에 마치 우리나라의 유채꽃과 흡사하게 생긴 노란색의 겨자풀꽃이 온 산과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겨자씨만큼의 믿음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큰 약속은 가장 작은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히브리 글자 중 가장 작은 글자인 '요드'는 겸손을 나타냅니다. 하나님 나라는 마치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은 겸손한 사람이 함께 들어가는 곳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와 같다'로 시작되는 이 말씀은 두 가지 '성장'의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로, 어떤 사람이 씨를 뿌려놓으면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한다는 말씀이 요점입니다.

이 비유의 핵심은 뿌려진 씨가 성장하는 과정을 씨 뿌린 이는 알지 못하지만, 땅의 생명력으로 결실을 맺게 됨을 말하면서 인간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주인처럼 행사하며 결정하는 교만의 도가 넘었지만,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은 곧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합니다.

이 세상을 주관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께서 생명의 주인이신 바로 그 나라입니다. 두 번째는 '겨자씨의 비유'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겨자씨이지만,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 커지고 큰 가지들이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비유의 핵심은 하나님 나라는 작고 미약한 씨앗을 시작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비로운 성장 과정을 거쳐 완성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너무나 작고 부족한 우리 모습을 견주어 생각해 본다면, '겨자씨' 같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서, 우리의 상상을 넘어 풍성함으로 채워지는 하나님 나라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소망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시며, 부족한 우리를 통해서도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겨자씨 믿음 때문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완성되는 하나님 나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통해서도 성장하는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를 두고, 하나님 안에 머무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르시되 너희 믿음이 작은 까닭이니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 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리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느니라(마 17:20)".

이미 예수께로부터 귀신을 쫓아내는 권능을 받았던 제자들이(10:1) 무기력했던 것은 그들의 믿음과 기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17:17-20, 막 9:29). 반면 예수님은 제자들과 아이 아버지의 불신앙(막 9:20-24)을 책망하십니다.

특히 23절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미 귀신을 제어하는 권세를 부여 받았지만, 제자들이 실패한 것은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와 믿음과 기도가 부족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믿음이 한 겨자씨만큼만 있으면 산을 명하여 옮기리라 하셨는데, 겨자씨의 믿음이란 과연은 어떤 믿음일까요. 작은 믿음을 말하기도 하겠지만, 하나님께로서 난 자는 그 속에 하나님의 씨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진리의 씨, 곧 첫 열매인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의 약속의 말씀이 있는 믿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난자마다 죄를 짓지 아니하나니 이는 하나님의 씨가 그의 속에 거함이요 그도 범죄 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났음이라(요일 3:9)".

또 다른 희망의 메시지는 예수님께서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비유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왜 그토록 많은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알 수 있도록 하셨을까요?

우리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반대로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우리가 잘 알아듣고 하나님 나라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실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기에 행하신 일로 생각합니다.

특히 '하나님 나라가 겨자씨와 같다'고 하신 비유는 작은 교회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그곳에 작은 새들, 가난하고 병든 자, 세상에서 소외되고 하찮게 여겨지는 불쌍한 사람들이 깃들이며 참 평안의 안식을 얻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마치 느티나무나 고목나무처럼 크게 자란 수만, 수십만의 교인들을 유치하는 초대형 교회가 되어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긴다는 말씀은 자연적으로 산을 옮긴다는 뜻이 아니라, 영적인 믿음으로 바라본 산을 말씀하시는 것 아닐까요? 율법의 시내산에서 진리의 시온 산으로의 '믿음의 변화' 말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로 말하자면, '믿음의 혁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룩의 비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룩은 밀가루에 들어가 그 자신은 그대로 있으면서 밀가루를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와 함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비유의 말씀입니다.

고난받는 민중들이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그들 스스로가 작은 그리스도가 되어 세상을 악한 세력으로 구원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어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 그것은 민중봉기이며, 하나님 나라를 부르는 민중의 함성입니다. 그러므로 민중을 기만하는 초대형 교회의 출현과 같은 맥락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누룩은 빵을 굽기 위해 반죽을 부풀게 하는 효소입니다. 이 작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루 서 말은, 약 160명 정도를 먹일 수 있는 많은 분량입니다.

오늘의 이 두 가지 비유들은 예수님의 활동으로 시작된 하나님 나라가 사람들이 보기에 미약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도록 성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겨자씨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외적 성장을 상징하지만, 누룩의 비유는 내적 성장을 상징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말씀을 전하시는 분이나 듣는 분들은 겨자씨 믿음에 관해 너무 쉽고 안이하게 전합니다. 진정 겨자씨의 믿음을 주위에서 보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신앙인들이라면 겨자씨 믿음에 대해선 더 성숙하게 솔직해야 합니다. 남들 보기에 큰 믿음을 가진 자처럼 연기하는 것은 겨자씨 믿음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진리의 믿음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친히 죽임 당하시고 다시 부활하신 증거의 진리, 곧 십자가 보혈의 공로임을 깨달아 행하는 믿음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진정한 겨자씨의 믿음은 작은 배려로 시작해 긍휼을 품는 마음과 사랑, 그리고 철저하게 오만방자함과 교만을 부숴버리고, 탐욕에서 오는 고집과 아집을 물리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결실을 수확하며, 평안한 하나님 나라를 차지하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바위 만한 믿음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작은 믿음이지만 어떠한 고난의 시련이 찾아와도 흔들림이 없는 믿음을 품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나의 유익을 위해, 나의 명예와 권력을 위해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여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잠깐의 시간이라도 전적으로 성도들을 사랑하며, 철저하게 약속을 이행하며 신앙생활을 즐기고 풍성한 신뢰가 있는 겨자씨의 믿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넓게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별 관심을 끌지 못하며 소외된 이들과 고아와 과부들의 깊은 한숨 속에 실망과 낙담의 그늘 속에 있는 이들과, 용서받지 못한 이들의 안에 계신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만날 수 있도록 찾아 나서야 할 때입니다.

자신만의 가치와 욕망에서 벗어나, 예수님처럼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전심을 다하여 겨자씨를 뿌릴 때입니다.

이효준 은퇴장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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