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 치유칼럼] 상한 마음의 치유를 이루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것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지윤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지윤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상한 마음을 치유하는 일, 심리상담, 심리치료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칼날로 베이면서, 내담자의 모든 아픔을 깊이 받아들여 자신의 아픔으로 만들어 함께 아파하며 끝까지 견뎌주는 일이 심리상담이다. 

때로는 피를 흘리면서도 천 번이든 만 번이든 그 아프고 쓰라린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하는 일이다. 치유적 경청, 치유적 공감 이외에 예리한 치유적 분석이 동반된다. 중노동이다.

직업적으로만 이 일을 선택한다면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한다. 아픈 삶을 나누며 때로는 생명을 나누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 예민하고 세심하게 자신을 살피며, 아무리 큰 고통이 몰려와도 인내하며 기다려주어야 하는 일이기에,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사명감 없이 뛰어들 수 없는 직업이다. 

마음의 치유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치유가 일어나는 속도나 모양은 각 사람마다 다르고 갖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비슷한 증세를 가지고 있다해도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르고 성격과 기질도 다르고 상처받은 기간과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의 방법만으로 치유가 일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치유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예술적인 민감함과 직관과 구조화된 방향 설정으로 각 케이스별로 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중에서 누구나 알기 쉽게 스스로 상담자가 되어 주위의 상처입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중증으로 가 버린 경우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상담자가 되어줄 수 있다. 긍휼함을 내재한 사랑의 마음만 가진 사람이라면 아픈 마음의 치유를 돕는 치유자가 될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상처없이 살아오지 않았다. 그 상처가 작거나 몇 번의 얕은 상처에 지나지 않아 자라는 동안 저절로 치유된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상처를 수없이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성격 문제라고 치부하는 게 가장 문제다.

상처받아 분노가 크게 자리잡으면 분노가 수시로 표출되고, 상처받아 우울과 불안이 자리잡으면 때때로 심한 우울이나 불안으로 고통받는다. 

아래의 사례를 살펴보며 자신에게 대입해보자. 혹은 자신의 자녀나 가족에게 대입해보면서 배움의 자세를 가진 치유자가 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어떤 한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10년 이상 엄마와 아빠가 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면 적어도3만 번 이상의 비슷한 상처가 반복되어 온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3만 번 이상 자신의 아픔을 토해내고 또 토해 내야 한다. 

그리고 그 상처 때문에 생긴 갖가지 증상들을 하나씩 파악하고 그 증상들에 따라붙은 수많은 합병증을 탐색하고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상처 받지 않게 다독이면서 하나씩 하나씩 치유의 과정을 걸어가야 하는 고난이도의 전문적 치료 작업이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안전하다고 느낄 사람에게 약 백 번쯤 토로할 수 있다면 전문가에게 가는 것만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백 번쯤 들어줄 수 있는 사람, 들을 때마다 처음 듣는 것처럼 함께 아파하며 공감하며 경청하려면 자신의 마음 속에 서걱거리고 부대끼는 상처를 해결한 사람이어야 할테지만 말이다. 

또 어떤 사람은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단 한 번의 크나큰 충격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적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단 한 번이지만 이 상처의 크기는 너무나 커서 단 번에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시간을 기다려주는 상담자가 절실하다. 기다려주는 상담자는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두 번 정도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세 번 네 번 반복되면 '너는 또 같은 말을 반복하네' '언제까지 그 얘기 할거야?'라면서 비난한다. 치유는 반드시 기다림의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기다려주지 않고 조급해 하는 순간, 치유는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힘든 일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으면 '그런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게 상책이야', '빨리 잊어버려', '너는 마음이 여려서 탈이야', '정신력이 그 정도밖에 안되니?', '그래서야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고 해?', 라는 이야기를 너무나 쉽게 한다. 이것은 치유를 가장 방해가 되는 말이다. 그리고 상처를 주는 말이다. 상처 위에 다시 상처를 덧입혀 더욱 큰 상처로 곪아터지게 하는 말이다. 

심리상담, 심리치료, 마음의 치료, 영혼의 치료, 이 모든 치유의 과정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온 몸과 마음의 힘을 다 동원해서 한 마음으로 사투를 벌이며 이루어가야 하는 과정이다. 
나는 오랫동안 수 많은 사람들의 치유의 현장을 지켜 보았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치유가 되었다. 치유가 되어 밝고 환한 미소를 띠며 상담실을 나서는 사람에게 기쁨의 포옹을 하며 떠나 보냈다. 

치유가 된 그 환한 미소를 보면 그동안의 노고는 씻은 듯이 없어지고 행복해지지만, 그 긴 기간동안 그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다보니 어느새 혈육처럼 친밀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떠나 보낼 때마다 이별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치료 중에는 치료하느라 힘들고 떠나 보낼 때는 이별의 아픔이 따르는 이 힘든 일을 계속 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 부족한 나의 도움을 받아 치유를 이루어 가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고 나이가 들고 이제는 그만 해야지,라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그 한 사람 때문이다.

심각해지기 전에 중증이 되기 전에 누군가 한 사람이 옆에 있어 준다면 그리고 그 사람의 상처의 수만큼 반복해서 들어줄 수 있다면 나 같은 심리 상담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심각할 대로 심각해진 사람만이 우리 상담센터를 찾는다. 그전에 옆에 있는 당신이 그 누군가의 상처로 인한 아픈 목소리를 들어 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심각해지기 전에 백 번 혹은 천 번 정도 그 사람의 아픈 목소리를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 들어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치유된다.

전문가를 찾지 않아도 되도록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부모가 자식을, 자녀가 부모의 아픔을 들어 주길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이것은 신의 사랑과 닮아있다. 이것이 주님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의 모범을 따르는 일이다. 사랑을 베풀어 치유를 위해 서로서로 경청해 주어 모두가 치유되는 기적이 계속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치유와 사랑이 흐르는 유튜브방송
<강지윤 박사의 쉬운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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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나안 성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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