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 무엇을 해도 불투명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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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71] 계속하는 힘의 신비와 결혼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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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것이 힘이다.”

처음엔 이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무슨 말이 저래…. 뭘 해도 제대로 잘해야지, 계속하기만 하면 뭐하나 싶었다.

하지만 이 말은 곱씹을수록 명언이다. 성급하게 한 방을 노리거나 조금 해보다가 쉬 지쳐서 포기하고 내려놓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끊지 않고 계속하기만 해도 그들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토끼와 거북’ 이야기에서 토끼가 패한 이유는, 거북을 얕잡아보고 자만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거북의 지속하는 힘 때문이다.

멈추지 않는 것은 무서운 저력을 지닌다. 멈추지 않는 시간은 모두를 하나님의 시간표대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죄어온다. 여기에는 인간이 합의할 부분이 없다. 그래서 토끼의 부실함보다 거북의 지속하는 힘이 이 경주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정기적으로 끊지 않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언가 지속적으로 하려면 능력보다는 끈기, 의욕보다는 책임감, 자신감보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뚜렷한 ‘목적성’에서 나온다.

일기를 쓰거나 SNS와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누구나 꾸준히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나 하다 보면 권태가 찾아오고, 반응도 효과도 없는 것 같고, 재미도 없어진다.

이때 능력이나 의욕, 자신감은 빛을 발할 수 없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우직하게 밀고 나갈 당위성과 마땅히 해야 할 전제가 있어야 하는 거다.

나도 블로그를 1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지만, 잠깐 하다 중도에 접은 페북과 트위터 등이 있다. 의지가 없거나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나 효과, 가치에 대비해 그것을 지속할 목적성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목적에 가장 충실한 기능을 하는 블로그는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젠 즐거움에 중독되고, 독자가 늘어나서 그만둘 수도 없다(?). 이처럼 지속하는 힘이란 대출 이자가 매달 줄어들듯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을 성장시켜 일을 수월하게 만드는 법이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조금 키워서 팔거나 광고 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말 돈을 향한 열망이 크거나 자기 취미나 관심사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백이면 백 중도 하차하게 돼 있다. 돈이든 재미든 목적이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포기의 이력이 자신을 더욱 무능하게 만들고, 성공의 경험 부족이 또 다른 실패를 불러 무기력한 삶을 '지속'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2

결혼도 이와 비슷하다. 결혼은 지속하는 힘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정말 부부 같지 않은 부부로 사는 것도 문제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각종 문제와 고난으로 가정이 풍비박산날 정도로 힘든 부부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저게 사는 거야? 왜 저러고 살아... 빨리 갈라서는 게 낫지, 저게 무슨 부부야….”

물론 몇몇 문제들, 마약이나 도박 등 과도한 일탈이나 극심한 폭력, 정신분열 수준의 범죄가 가정에 만연해 있다면 당연히 갈라서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무척 심각해 보이는 문제들이 있다 해도 갈라서는 것보다는 지속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남의 일은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견딜 수 있는 상황에서 이혼을 선택하고 있기도 하다.

자기 아버지의 폭력성에 큰 상처를 받고 자란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아버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결혼 후 가정생활을 통해 아버지에게 조금씩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는 자주 술에 취할 때마다 난폭했고, 잘 나가던 사업 실패 후 변변한 돈벌이를 못하던 때도 있었다. 어머니가 늘 이혼하고 싶다면서도 왜 아빠랑 계속 사는지 이해를 못 했고, 빨리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단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도 결코 가족들을 저버리거나 혼자만 밖으로 나돌지는 않았다.

지금은 예전의 아픈 일들을 한쪽에 접어둘 만큼 아버지도 늙으셨고, 자식들이 다 가정을 꾸려 다같이 모이면 꽤 많은 식구들이 웃으면서 지난날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친척들 중에도 자기 남매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부모님이 이혼했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편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평안한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엇보다 자신이 위기를 겪으며 이혼까지 생각했을 때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만일 그렇게 됐다면 자기 자녀들이 아빠나 엄마 한쪽과 살거나, 혹은 양쪽 누구와도 함께 살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래서 아버지도 결혼을 지속한 것 하나만은 평가하고 싶고, 어머니의 희생과 인내에 경의를 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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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모의 결혼 습관은 자녀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거나 대물림되기 쉽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복잡한 속내를 모르고, 이해하려 하지 않으며, 이해할 수도 없다.

자신들이 결혼을 해보기 전까지는 부모의 이혼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난감함만 생각하기 쉽다. 더욱 안 좋은 것은 부모가 나 때문에 이혼한다는 생각이나, 내 존재가 짐이 된다는 자책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 부담을 견디기 위해 이혼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고, 부모님이 아주 못할 짓을 한 것은 아니니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결과, 대개는 이혼을 가볍게 여기거나 그럴 수 있는 일로 여기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무리 구실을 못해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물론 작은 애정이라도 남아 있을 때 이야기지만, 사람은 언제 자기 자리로 돌아올지 모르는 존재이고, 하나님이 언제 그를 다루어 회복시킬지 알 수 없는 존재다. 그것을 내가 마음대로 다 틀렸다고 판단하고 포기해버리면 미래의 복을 차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결혼은 지속하기만 해도 자녀에게 귀한 것을 물려주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 앞에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아무리 지금이 고통스러워도 좋은 날이 올 수 있고 마지막에는 거북처럼 승리할 수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결혼의 '목적성'에 충실할 때 버티는 힘은 강해질 수 있다.

늘 모든 세상의 다스림을 지속하는 분, 변치 않는 분, 어제나 오늘이 동일한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계속하는 힘’은 하나님의 힘이 아닐까 한다. 그분이 자리를 비우시거나 불꽃같은 눈으로 우리를 살피지 않으시면 아무도 살아남을 자가 없고, 안전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애쓸 수도 있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도 있다. 맘에 안 드는 것들은 다 버리고 접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산다면 인생은 아주 재미없고 삭막할 것이다.

자주 찾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생각나서 찾아가 보면 늘 그 자리에 있는 식당, 카페, 교회, 회사, 그리고 사람….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다.

결혼도 인생도 신기루 같아서 한 고개만 넘으면 무언가 나올 것 같아서 따라가고 따라가고 하다가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앞을 보고 고개를 넘다가 어느 날 뒤를 돌아보면 엄청나게 펼쳐진, 자신이 가꾼 열매들로 이룬 들판이 보일 것이다.

중간에 고개 앞에서 자주 포기한 자들은 볼 수 없는 탐스러운 열매들... 이것이 계속한 자가 느끼는 진정한 보람일 것이다.

나는 더 못 가….
이제 그럴 힘이 없어….
너무 지쳤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 힘으로는 안 돼… 라고, 고난을 맞은 이들이 절규한다.

하지만 아직 쓰지 않은 힘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계속하는 것, 지속하는 힘이다. 지금 무엇을 해도 불투명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는 것의 힘을 마지막으로 써 볼 일이다. 자기 힘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이들이 사실은 이 지속하는 시간의 신비를 힘입은 사람들이니까.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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