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리는 모든 혜택 다 던져서라도… 교회를 지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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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승의 러브레터] 목회 철학과 자기 다짐

▲유한승 목사.

▲유한승 목사.

안녕하세요. ‘예수님이 주인되신 교회’라는 목회 철학을 공유하며, 그와 관련된 세부적 자기 다짐을 여러분과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편지로, 비전과 사역에 대해 나누려 합니다. 그 중에 먼저 비전에 대한 마음가짐을 점검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비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전을 놓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그 비전이 자기 욕심인지, 하나님의 꿈인지 분별하지 못합니다.

이것을 잘못 판단할 때 우리는 큰 오류를 범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와 관련한 분명한 자기 철학과 자기를 바라보는 습관이 없으면 ‘욕심쟁이 사역자’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비전과 사역

1. 사역의 마음가짐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을 두 배 이상 두라. 꼭 필요한 말만 하라. 공동체는 듣는 곳이지 말하는 곳이 아니다.

: 우리 모두는 사실 듣는 종의 자리가 가장 중요한 자리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앞에서 말씀을 듣는 훈련을 한 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먼저 들어야 합니다. 듣지 않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기도할 때도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청년.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말라. 누구를 통해서든 주님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를 가진 목사가 설교할 때, 성도들의 귀도 열리기 때문이다.

: 하나님은 요시야 왕의 나이 8살에 왕으로 삼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그가 바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이로 사람을 판가름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청소년 청년들의 요구사항은 아무런 기득권이 없는 순전한 이야기들입니다. 일상적인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주님의 메시지에 귀 기울일 때, 그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설교자의 설교 역시 순전해집니다.

-공동체에 작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 해도, 교역자 간에는 절대 비밀이 없어야한다.

: 목회팀은 교회 전체를 운영하는 중요한 곳입니다. 각각 맡은 파트가 있고, 목회를 하다 보면 친근한 누군가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또 부서 내에서나 교구별로 간직하는 이야기들이 생깁니다.

그러나 목회자나 교역자가 그 비밀을 혼자 간직하면 교회 전체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교역자 간에는 절대로 비밀이 없어야 합니다. 그것이 파벌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동역자들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도록 담임이 낮아져야 한다. 동등한 선까지 낮아지기 위해 노력하라. 평등한 관계는 힘이 있는 사람이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그때 관계를 통한 지혜도, 소통도 온전해질 수 있다.

: 하지만 비밀이 없기 위해, 담임이 낮아져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받아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목회팀이 먼저 평등해질 때, 교회는 주 안에 하나된 공동체가 됩니다. 목회팀 안에서 먼저 상하의 위치가 있는 이상, 교회 공동체가 하나 되기란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직분이 높은 사람이 말한다 해도 옳지 않은 것에는 안 된다고 말하라. 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목회자의 역할이다. 그것으로 인해 미움을 받는다 해도, 사람에게 인기를 끄는 것보다 그 사람을 하나님의 방향에 바르게 세우는 것이 목회자의 도리다.

: 교회 직분자라면 더 높다고 판단되는(?) 직분의 사람이라고 굽신거려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힘겨워하는 상황으로 보이면 대신 책임져줘라. 담임은 누군가를 책임지우기 전에, 누군가의 잘못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 만약 무슨 일이 잘못됐다 해도, 누군가에게 책임지우는 것은 세상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그 전에 먼저 내가 대신 그 짐을 짊어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 가운데 십자가의 은혜를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런 삶은 그 사람을 위함이 아니라, 내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입니다.

-교회 전체를 위해 직분을 포기할 수 있는가 늘 고민하라. 교회가 그런 충격이 필요할 만큼이라면, 본인 한 명이 희생해서라도 교회를 지켜라. 교회는 그만큼 소중한 곳이다.

: 교회 공동체를 위해 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는 목회자는, 언젠가 그 자리가 교회 공동체보다 소중해질 것입니다.

전에 청년을 섬길때 청년들에게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너희들이 교회로 인해 실망하거나 목사의 욕심으로 실망하면, 언제든 내가 목사의 직분을 벗겠다. 그러니 제발 믿음을 실족하지만 말아다오.’ 이런 반말 편지를 쓴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 교회가 여러 어려운 문제에 휘말리면서, 비록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수많은 고민 끝에 그 청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교회의 욕심에 시달려 떠난 성도들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교회 내에서 목사의 직분을 벗고 섬긴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약 5개월간, 교회에서 목사가 아닌 ‘다이렉터’로 섬겼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 교회 공동체가 은혜받은 일도, 제 자신이 은혜받은 순간도 없습니다.

우리는 늘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을 다 던지고서라도 이 교회를 지킬 수 있는가? 그러한 질문 앞에 ‘Yes’ 할때, 하나님은 놀라운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기쁨과 감사를 몸에 배도록 하라. 섬김의 모습을 보고 섬김의 자리에 동참하고 싶어 할 것이다.

: 기쁨과 감사는 그리스도인이 세상 사람과 다른 유일한 표현입니다. 항상 기쁘고 범사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뜻입니다.

그러므로 섬길때 우리는 늘 감사해야 합니다. 무슨 섬김이든 기뻐해야 합니다. 기쁨으로 섬기는 그 모습을 볼 때, 새로운 성도들도 함께 그 기쁨에 동참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섬김이 힘들 때면, 누구에게도 그 섬김을 권하지 말라. 섬김에 기쁨과 감사가 없을 때는 누군가에게 그것을 맡기는 것 자체가 폭력이 된다. 그때는 내가 더 섬김의 훈련이 필요할 때임을 자각하라.

: 섬김의 자리를 내려놓거나 권할 때,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참된 기쁨과 감사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고 하는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본인이 섬김의 자리를 내려놓을 때 만약 스스로에게 기쁨과 감사 없이, 힘든 일들이 많아서이거나 자신이 바빠져서 내려놓는 것이라면, 한 번 재고해야 합니다.

내게 기쁨이 없는 이 자리를 누구에게 추천하겠습니까? 내가 바빠서 내려놓는다면, 이 자리를 맡는 누군가는 바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까.

목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힘들어졌거나, 내게 은혜가 사라졌다고 그만 두는 목회자가 된다면, 그것은 책임없는 목회의 반복이 됩니다. 그럴수록 먼저 범사에 감사함을 회복하여야 할 것입니다.

▲2018년 주제를 알리는 현수막.

▲2018년 주제를 알리는 현수막.

2. 자기 계획

-야망을 비전으로 착각하지 말라. 기도하고 주신 비전을 선포하기 전에, 그 비전이 공동체에게 해가 되는지 생각하라.

: 많은 청년들이나 목회자들이 자기가 가진 야망을 비전이라고 포장합니다. 선교라는 이름에 가리워져 있고, 직분이라는 이름에 가리워져 있습니다. 욕심과 비전은 내 뜻이냐 하나님 뜻이냐, 순종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비전을 두지 말고, 현재에 비전을 두라. 현재 지금 섬기는 곳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꿈꾸는 것은 망상이다.

지금 맡겨진 것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목표로 놓고 살면, 우리는 금세 싫증을 느끼는 어린아이처럼 되어버릴 것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1-2년, 혹은 3년 정도 목회하면 다른 교회로 옮기는 일들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경험이라고 이야기하거나, 하나님 뜻이라고 포장합니다.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현재에 왜 비전이 없는가?

-따라서 어떤 비전이라 해도, 계획을 세우는 습관보다, 계획을 포기하는 것을 습관화하라. 자기 계획이 앞서는 목회자는 자기 고집대로 목회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기 계획만 중요하고, 자기 계획이 꺾이면 실족하는 나약한 목회자가 된다. 결국 그런 사람과는 아무도 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계획을 버리고 남을 위해 나를 맞춰주는 사람이 되면, 함께 주님의 길을 걷게 된다.

: 목회는 동행입니다. 그를 위해 내 것을 버리고 함께 걷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한 걸음 나아감을 위해 내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내 것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내가 가는 길이 어려운 길이어도 나와 동행해주는 사람이 생겨나게 됩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경험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자신의 계획을 주로 하지 말라. 무계획이 하나님의 계획을 만나는 순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따라서 지금 섬김의 자리가 있는데도 내년을 계획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주인된 섬김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 계획을 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오늘을 섬기는 자에게 하나님은 반드시 인도해 주십니다.

-무계획이란 방임이 아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할 때 내가 어쩌지 못하는 내일을 준비해 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지, 아무 것도 안하고 방임하는 것을 무계획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 그러나, 무계획이라 해서 오늘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가서는 안 됩니다. 간혹 무계획을 방임, 즉 오늘 할 일을 미루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자기 이력서를 위해 여기저기 동분서주하지 말라. 삶으로 이력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라.

: 젊은 선생님들 가운데 초고속 승진을 위한 코스를 밟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처음에는 오지의 학교에서 섬기면 점수가 많답니다. 그 뒤로 조금씩 위로 이동해서 올라오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력을 쌓으면 빠른 속도로 승진하고 교장이 된다거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에게도 이런 ‘대학 가기 프로젝트’가 있지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과 봉사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들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 만들어진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사실 자기 욕심을 위해 자기 계획으로 철저히 무장된 것입니다. 그런 곳에 참된 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런 곳에서 정말 타인을 사랑하는 섬김이 가능하겠습니까?

최근에는 목회 현장도 이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오지 선교를 몇 년 다녀오거나, 해외 다양한 선교지를 경험한 뒤 국내 어려운 교회에서 목회하기 시작해 중견, 대형교회까지 경험한 이력을 들고, 이른바 큰 교회 담임 청빙까지 간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내면에는 그와 같은 바람이 잔뜩 들어있는 야망을 발견하지 못한 채, 이런 저런 프로그램과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는 경우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맡겨진 영혼들을 보살핌은 그저 ‘일’이 되어버린 채, 삯꾼이 되고 맙니다. 맡겨진 영혼을 위해 사랑하고 헌신하는 일은 사라지고,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한 일들에만 열중인 것입니다.

그야말로 수많은 목회자들이 갈 곳이 없는 이 시대에, 주님 종의 길을 걷고자 다짐하는 젊은이들마저 학력과 교단의 범위, 자신의 생계를 놓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청년들, 혹은 그런 목회자가 있다면 진지하게 사랑의 편지를 통해 권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계획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철저히 내게 맡겨주신 것을 섬기는 종이 될 때, 전능하신 만왕의 왕되신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능히 들어 사용하실 것을 왜 믿지 못하십니까?

설령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경력을 갖춘다 한들, 여러분이 바라는 그 자리에 올라갔을 때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한 명을 위해 이름 없이 섬기는 은혜가, 99마리를 섬기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이 따름을 왜 믿지 못하십니까? 부디 다시 여러분에게 참된 한 사람을 향한 섬김과 사랑의 삶이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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