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 박사의 치유칼럼]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의 위대함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지윤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지윤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폭염이 연일 계속 되고 있는 올해 여름이 유난히 길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고, 우리는 어느새 추위에 몸을 웅크리는 시간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더위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며 계절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죽는다는 것의 허망함과 허무함을 푹푹 찌는 열기 속에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이, 매일 살아간다는 것이 기적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수개월 전에 교통사고가 났었다. 거대한 트럭이 뒤에서 나의 작은 차를 덮쳤다. 내 차는 뒷 범퍼 전체를 갈아야 할 만큼 부서졌고 나는 부러진 데나 피흘리는 곳이 없이 살아남았다. 기적 같았다. 살아남은 것을 감사했다.

부러지거나 피 흘리는 곳이 없다고 해서 다친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등과 목과 팔의 근육이 충격을 받아 통증이 한동안 심했고 어깨 인대는 파열되어 지금까지도 치료받고 있다.

내 잘못은 조금도 없이 상상하지 못한 사고가 났듯이, 차를 가지고 도로를 나서는 순간부터 죽음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사고 이후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문득문득 기적으로 느끼며 감사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남지만 살아있다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사실은, 큰 사고가 난 이후 살아남아야 비로소 알게 될 뿐이다.

폭염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매일 매순간이 기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 더위를 먹고 열사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뉴스가 연일 들린다. 수많은 위험이 내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데도 나는 살아남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위대한 것이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지인이 보내준 달콤한 복숭아 하나를 먹고 세상 행복해진 어느 날, 살아있다는 것을 또다시 감사했다. 천상의 과일 같은 복숭아 하나가 이렇게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 내가 살아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축복이었다.

이처럼 소소하고 자잘한 행복감이 만들어내는 삶의 위대함, 엄청난 일을 하지 않아도, 세상을 구하거나 위인이 되지 않아도 날마다 자기 자신을 살리고 있다면, 그 속에서 자잘한 행복을 느끼거나 누군가에게 작은 행복이 되어주기만 해도 그것은 위대한 일이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날마다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당신과 나는 또다시 살아남았고 살아가고 있다. 매일 힘든 삶의 연속이며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살아갈 수 있다해도, 아니면 죽고 싶은 마음을 부여잡고 1%의 용기를 내어 살아가기로 작정했다해도 그것은 위대한 일이다.

당신 한 사람은 그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위대한 존재다. 더우면 더워서 죽고싶고 추우면 추워서 죽고싶고 돈이 없어도 죽고싶고 돈이 많아도 늘 부족하다고 여기며 허무감에 죽고싶어한다. 그러나 죽고싶다는 생각 이면에는 살고 싶다는, 살아가고 싶다는 절규가 숨어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온 세상에 자신의 수치를 보이는 일이 있을지라도, 명예나 돈을 다 잃었다해도, 절대로 자신을 스스로 죽이지 말아야 한다. 죽는 것은 회피이며 도망가는 것이다. 비겁한 짓이다. 살아서 해결하고 수치를 뒤집어써야 할지라도 도망가지 말고 살아서 책임을 져야 한다.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갚을 길이 막막해 죽어서는 안된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자연스럽게 오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돈이나 명예를 크게 잃으면 작은 자던 큰 자던 죽음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며 천번 만번을 안타까워한다해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비겁한 짓이다. 유명인의 자살은 모방하는 작은자들의 수많은 죽음을 부른다.

스스로 죽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언제가는 죽는다. 이 비루하고 슬픔이 가득 찬 세상에 살아남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해도 당신은 살아가야 한다. 슬픔 속에서도 큰 행복을 바라지 말고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작은 일에도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교통사고의 후유증이 길어지면서, 정형외과의 치료와 약이 전신을 붓게 하고 피로가 겹치게 하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우니 오히려 좋다. 더워하느라 약의 부작용을 덜 느끼게 되고 힘든 감정을 덜 느끼게 되니 감사하다.

지금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보호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기 바란다. 끝이 없을 것 같지만, 몇 개월 혹은 몇 년 안에 당신은 그 골짜기를 빠져나와 아름다운 알프스산자락의 고운 에델바이스를 보게 될 것이다.

극도로 힘든 중에도 살아남은 당신, 지금도 자신을 살리며 살아가고 있는 당신은 위대하다. 지금 그 모습 그대로 당신은 사랑스럽고 어여쁘다. 나 자신과 당신을 무한 응원한다. 무서운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았지만 지금도 후유증을 겪게 되어도, 수시로 통증을 느끼거나 슬프거나 좌절감이 밀려올 때가 있어도, 때때로 행복해하며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다독여 준다.

당신도 자신을 다독여주고 위로해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 살아남은 위대한 나자신으로 인해 매일 매순간 감사해야 한다.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치유와 사랑이 흐르는 유튜브방송

<강지윤 박사의 쉬운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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