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74] 칭찬하는 여자, 쓴소리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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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전체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 본 동화 중에서 이런 대목이 기억난다. 거인이 사자와 싸우면서 하는 말.
“내게 포도주 한 모금과 빵 한 조각과 응원해 주는 소녀가 있다면 이길 수 있을텐데….”
그러자 소녀가 나타나 포도주와 빵을 주며 응원을 했더니 거인이 이겼다나…. 하여튼 그런 이야기다. 이 옛날 이야기로, 원래 남자는 여자의 칭찬과 격려에 큰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는 명예욕이 너무 강해서, 망신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여길 때도 있다.
그런데 함께 사는 여자의 칭찬은 어떨까. 많은 곳에서 아내의 칭찬이 성공하는 남편을 만든다는 이야기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속속들이 장단점을 꿰고 있는 사람이 칭찬을 해 준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칭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지나치게 구박받는 아이가 나가서 주눅드는 것처럼, 집을 나서기 전부터 지적을 받고 욕을 먹으면 도무지 일할 의욕도 나지 않고 ‘나는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여자들 중에는 남편을 존경하고 따르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무시하고 자기가 머리가 되려는 아내도 있다. 칭찬하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비난하는 아내가 있다. 입으로만 칭찬하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늘 남편을 위해 기도하며 쓴 소리를 해 주는 아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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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자기에게 찬사를 보내는 사람을 아끼게 마련이다. 어떤 남자는 이런 이들을 자기 재산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을 잘 관리한다.
여행 중인 어린 왕자가 어느 별에 도착하자 그 별에 살고 있던 허영장이가 말한다.
“양손을 마주쳐 봐.”
어린 왕자가 양손을 마주치자 그는 모자를 벗어 공손히 인사한다. 그는 다시 묻는다.
“너는 나를 찬양하니?”
“찬양한다는 게 뭐야?”
“내가 이 별에서 가장 멋지고, 옷도 잘 입고, 부자이고, 똑똑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이 별에는 아저씨 혼자 뿐이잖아.”
“어쨌든 나를 찬양해 다오.”
… 그래서 남자는 자신과 아내뿐인 ‘가정’이라는 별에서도 자기한테 양손을 마주쳐 박수를 보낼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마치 어린 왕자가 만난 허영장이처럼 인격이 미성숙한 사람일 것이다.
남자는 아내의 비난을 가장 못 견뎌 한다. 일단 조금이라도 비난이 섞여 있다고 느껴지면, 아무리 자기에게 약이 되는 쓴 소리도 모두 거부하려고 하고 무조건 반발하는 것이다.
그는 밖에서 자기가 얼마나 인정받는 사람인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기에게 박수를 쳐 주는지 아내를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면서 박수를 쳐 주지 않는 아내에게서 위안받지 못한 마음을 자꾸만 밖으로 돌리게 되고, 더욱 많은 성과를 얻어 아내의 쓴소리로 생긴 마음의 구멍을 메워보려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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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칭찬은 과연 무엇일까. 요즘 사람들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 칭찬을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칭찬이란 ‘칭찬 요법’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진심으로 그 사람을 격려하고 인정해 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칭찬을 하면 일도 더 잘해서 높은 성과를 올리고 결과적으로 이윤이 생긴다는 논리라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기업주들은 이런 칭찬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입에 발린 칭찬을 몇 마디 던져놓고, 이제 그들이 고래처럼 춤을 추며 더 나은 실적을 올리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고래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다. 자기 사장이 진심으로 칭찬을 하는 사람인지, 입으로만 칭찬을 하면서 몇 푼 안 되는 명절선물이나 안기고는 ‘다 이루었다’고 하는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어떤 기업은 월급을 반으로 줄여도 더 열심히 힘을 합쳐 일하고, 어떤 기업은 고액의 연봉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들이 붉은 띠를 두르고 작업장을 떠나 거리로 나오는 것은 인격적이거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항변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안 되면 돈이나 더 달라는 뜻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고래나 인간을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의 내용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진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친구나 어른들이 예쁘다든가 잘 생겼다는 말을 자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칭찬에 익숙하게 살면서 불필요한 ‘만능감’을 지니게 되지만, 청소년기와 성인이 되면서 자기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분에 넘치는 칭찬이나 말로만 이루어지는 칭찬은 상대방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누가복음 16장 15절에는 이런 말씀도 있다.
“그분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너희 자신을 의롭게 만드는 자들이나 너희 마음을 하나님께서 아시나니 사람들 가운데서 높게 평가받는 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가증한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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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리는 남편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이다. 말 한 마디로 남편의 기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으며, 적절한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 있는 남편으로 성장시킬 수도 있는, 그야말로 ‘돕는 배필’로 창조된 것이 여자라는 존재이다.
그러나 남편들도 아내에게서 칭찬만을 바라고 쓴소리는 듣기 싫어하는 미성숙한 인격을 버려야 한다.
어머니는 아들이 늘 자랑스럽게 마련이라, 가끔 욕을 해도 근본적으로는 항상 자기의 든든한 후원자이며 자기편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대개 남편이 잘 해야만 칭찬을 한다. 성숙한 아내는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다.
이런 아내는 남편이 세상적인 성공보다는 먼저 영혼이 잘 되어서 범사가 잘 되기를 바라고,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기 때문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섣부른 칭찬은 잘 못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늘 신중하고 겸손하며 신실한 크리스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칭찬보다는 쓴소리가 먼저 나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쓴소리를 할 때는 좋은 점도 함께 이야기해 준다든지, 어떤 사건에 대해 곧바로 말하기보다는 한 템포 늦춰서 그 사건을 공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하고 남편이 실수를 했을 때도 본인이 깨닫고 인정할 때까지 조금 기다린 후에 말한다든지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남자는 아내나 연인에게 칭찬과 박수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그녀의 중심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녀가 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면, 사실 칭찬보다는 쓴소리가 더 유익할 것이다.
좋은 약이 입에 쓴 것처럼 당장은 속이 상하더라도, 그것이 결국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고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더 큰 실수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그녀의 배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든 쓴소리를 잘하는 사람이든, 그렇게 만났다면 하나님이 그것을 조절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스로 잘난 줄 아는 사람에게 집에서 칭찬을 얹어준다면, 그는 밖에 나가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우스꽝스러운 바보 노릇밖에는 할 것이 없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고 늘 의기소침한 사람에게 매일 쓴소리만 해 댄다면 그 역시 얼마 안 가 또 다른 모양의 바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의 작품이다. 멋진 남자에게는 반드시 칭찬과 쓴소리의 두 가지 기술을 적절히 구사하는 여자가 있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