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77] 여자의 적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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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여자들은 여자를 좋아할 때가 있다. 동성애 코드가 아니어도, 여자를 아름답게 바라보고 동경하기도 한다. 남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물론 여자들끼리의 협업이나 모임은 시기와 질투가 많고 감정선이 복잡해 질색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대를 가기 싫어하는 여자도 반드시 남자를 원해서가 아니라, 여성들만의 피곤한 세계에 염증을 느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여학생들에게 편지와 선물 공세를 받는 인기있는 여학생은 반드시 있고, 남자보다 시원시원하고 매력 있는 여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남자가 거의 무감흥으로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것에 비하면 굉장한 차이다.
만일 남학생이 남학생한테 선물을 하거나 편지를 썼다면 옥상에 초대돼 그 이유를 추궁당할 일이지만, 여자들끼리는 아무렇지 않게 그런 일을 했다.
여성들은 여자 연예인이나 예쁜 여자에게도 꽤 관심이 있다. 어떤 여성은 로맨스 영화를 봐도 남자 주인공보다 여자 주인공을 더 본다고 한다. 사실 남자들은 남자 주인공을 가리고 봐도 영화 감상에 거의 불편이 없는데 말이다.
남자들도 가끔씩 다른 남성을 두고, ‘남자가 봐도 멋진 놈’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뭐, 더 이상 생각할 게 없다. 그저 그런 멋진 놈은 세상의 민폐남 정도로 여기고, ‘알아서 자기 구역에서 조용히 살라지’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괜찮은 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며 찬사를 보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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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지 회사에 다닐 때 보면, 여기자들이 연예인을 취재하고 와서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걔 싸가지 없더라, 걔는 보기보다 괜찮더라, 실물이 낫더라 ’ 등등.
한 번은 선배 여기자 한 사람이 여배우 K를 몇 번 취재하고 나서 그녀한테 반했다는 듯이 말했다.
“알고 보니 정말 버릴 데가 없는 여자더라.”
그 여배우의 남편도 탤런트였는데, 역량 면에서나 자기관리 면에서 많이 모자라 세간에서는 왜 두 사람이 결혼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던 사람이었다. 기자는 K가 너무 아깝고, 모르긴 해도 머지 않아 헤어질 거라고 했다.
그때 활동하던 기자들 중에는 지금도 연예 뉴스에 얼굴을 비치는 이들이 있으니 내막을 훨씬 잘 아는 것은 분명했다. 진짜 얼마 안 가 그 여배우는 이혼을 했다.
여자가 보았을 때 ‘버릴 데가 없는 여자’란 어떤 사람일까. 물론 미모도 한몫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성품이나 행동거지나 생각하는 방식이나 모든 면에서 품위가 있고 경망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인간적이고 예의가 바르며…, 아무튼 단점이나 흠집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고, 단점이 있어도 굳이 파헤치고 싶지도 않으며, 오히려 가려주고 싶은 호감이 간다는 거다.
한 마디로 거의 완벽한 여자라는 것인데, 이런 사람이라면 기자 입장에서 얼마나 호의적으로 기사를 잘 써주겠는가. 주변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을까.
교회 공동체 같은 곳에서도 이런 여성들은 군계일학처럼 눈에 띈다. 가십거리와 남의 말을 즐기는 가벼운 모임에 염증을 느끼고, 비교적 건설적인 대화를 지향하며, 피스메이커가 된다. 기분 나쁜 일을 당해도 가능하면 좋게 해결하려 하고, 좀 억울해도 누명이 벗겨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 한 마디로 그런 여자는 성경이 말씀하는 지혜롭고 현숙한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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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성들의 딜레마는 기본적으로 착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많은 구애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진짜 사랑과 호의와 다른 목적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어진 성품과 사람에 대한 예의로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는 일이 많다. 특유의 겸손으로 자신을 낮추고 남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여자가 흔치 않다는 것이며, 있어도 아무나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여자를 찾고 싶어할 것이 분명하다. 현명한 남자라면 버릴 데 없는 여자, 여자가 봐도 괜찮은 여자를 찾아야 한다.
솔직히 남자들은 사람 볼 줄 모른다. 예쁘면 다른 모든 것에 눈이 멀어서, 예쁜데 어떻게 좋은 여자가 아닐 수 있느냐고 생각하거나, 좋은 여자가 아니어도 몇 가지 마음에 들면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대부분 여자의 매력에 집중하거나 웬만하면 어떻게든 줄을 대서 사귀어 보려는 심리가 크다.
하지만 진지하게 만날 여자를 찾는다면, 반드시 주변 여성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성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면 시기심 때문에 질투를 받고 괜한 욕을 먹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진짜 괜찮은 여자는 그런 시기심마저도 잠재우는 내면의 매력이 있다.
여자들이 가까이하려는 여자, 여자들이 나쁘게 말하지 않는 여자, 그리고 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여자가 좋은 여자다.
누가 모르나? 그런 여자가 어떻게 내 사람이 되겠나 싶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감히 이런 여성을 바라는 남자라면, 그런 여성에 걸맞은 사람이 되도록 일단 부단히 애써야 한다. 안 그러면 자기 역량으로 감당이 안 된다.
근육이나 매력을 키우라는 게 아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우며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함과 매너가 있는 남자라면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녀를 떠올릴 때 그를 함께 떠올릴 것이다.
사람은 보기 나름이고 상대적 기준에 따라 좋은 사람일 수도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반드시 있다. 그런 사람 중 좋은 여자를 찾으려면, 남자들 사이에서의 평가가 아니라 다른 여성들의 시선과 평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자가 보기에도 괜찮은 사람…, 감당할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연인이자 배필이 분명하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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