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슴으로 할까, 머리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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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79] 인간의 사랑은 영원하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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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머리로 한다고 하면 누구라도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사랑이란 머리로 계산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손익을 따져서 얼마만큼 사랑할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니까.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아프고 저리고, 잊지 못할 사람을 가슴에 품고 하듯이…, 사랑은 늘 온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해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전에 내가 삽화를 그리고 있는 신문사에서 일러스트 의뢰가 왔는데, 과학에 관련된 기사였다. 바로 뇌의 작용과 사랑의 관계에 관한 연구 분석 결과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랑도 결국 뇌의 작용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사랑하는 이를 볼 때 행복하고 떨리는 것은 도파민 때문이고, 부모가 반대하는 사랑이 더 강렬한 이유는 스릴을 느낄 때 분비되는 페닐에틸아민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를 안고 싶은 마음은 옥시토신 때문이며, 콩깍지가 씌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비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신경 조직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 결과대로라면 이제는 사랑 고백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당신만 생각하면 너무너무 행복하고 가슴이 아리고 두근거려…” 이러는 것이 아니라, “당신만 생각하면 나는 도파민이 생성돼. 당신은 내 옥시토신을 분비시키고 뇌신경까지 마비시키는 얄미운 깍쟁이!” 이렇게 말이다. 무척 삭막하고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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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결과는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얼른 와 닿지도 않고 다 믿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고 살아가는 모양을 보면 위의 분석 결과가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은 신비한 마법 같은 것이고 아무도 말릴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머리보다 '가슴'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랑의 환상은 너무 증폭된 나머지 모든 문화에서 만능열쇠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사랑이 세상 전체와 우리 자신, 또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랑 지상주의가 잘못된 사랑에 대한 무한 면죄부로, 배신에 대한 변명으로, 또 사랑에 대한 책임을 게을리하는 것에 대한 발뺌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랑을 즐기고 누리기 위해 사랑 만능주의의 많은 부작용을 외면하곤 한다. 이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의외로 많다. 사랑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에게 지켜야 할 것 중에 ‘애정’보다 중요한 덕목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것이 옳은지, 어느 것이 상대방을 위하는 것인지, 어느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분별하는 것은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해 오던, 진짜 가슴으로 하는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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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더 노력하는 것, 유통기한과 시한이 있는 ‘사랑의 떨림’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대방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진짜 사랑일 것이다.

그것은 얼핏 보면 머리로만 하는 것 같지만, 뜨거운 마음이 생기는 시기에 쏟아붓는 저절로 되는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고 소중한 사랑이다. 바로 가슴뿐 아니라 온몸으로 해야 하는 자기와의 싸움이며 진정한 노력이라는 얘기다.

인간의 사랑은 일종의 생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일정한 수명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고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혼을 빼 놓기도 한다.

이 살아있는 생물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다면, 그것이 언제나 건강할 수 있도록 늘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고심하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그것이 지나치게 커져서 자신의 시야를 온통 가리지 않도록, 일그러진 모양의 위험한 괴물이 되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너무 작고 야위어 결국 사그라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작용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사랑은 신비스러운 열정과 냉정한 이성이 잘 조화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일 것이다. 사랑엔 마법사도 박사도 없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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