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엇을’ 창조하셨을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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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박사의 창조론 다시 쓰기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번 칼럼의 목적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먼저 고대 히브리인들의 관점에서 기록된 창세기에서 살펴보고, 그것들이 현대 과학주의 시대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개략적으로나마 논의해보려는 것이다.

창세기는 모세에 의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된 것이고, 고대 유대교의 경전인 토라의 맨 앞에 나온다. 창세기는 기독교 성경에서도 가장 먼저 나온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관점에서 토라를 다시 해석함으로써 출발한 종교이다. 말하자면 기독교는 유대교를 개혁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그의 행동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동을 따르지 않고 교황을 따르는 로마가톨릭을 다시 개혁한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아버지로 부르는 창조주가 유일신이라고 설명하는 기독교의 교리를 믿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믿음은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믿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못한다면 그런 믿음은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신학적 믿음에서 기독교 창조론은 하나님의 계시를 기록한 성경과 하나님의 창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우주만물이라는 두 가지 증거물에서 사실성을 비교해보는 방법으로 창조를 이해하고 설명해야 한다. 사실성이 진리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현대인들에게 사실성과 맞지 않는 창조론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틀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 창조론을 다시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싶어 한다. 성경에서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다. 현대 창조론은 현대인들의 요구에 맞게 성경에서 말하지 않는 창조의 정보를 우주만물이라는 물질적 증거에서 찾아 설명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고대 히브리인들의 세계관에서 형성된 토라적 창조론과 기독교에서 나온 전통적 창조론, 그리고 현대 창조론의 차이점이다. 우주만물의 기원에 관한 정보를 설명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과학이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검증된 과학이론은 '과학적 사실'로 인정된다. 현대 창조론은 성경은 물론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조론을 연구하는 것이다. 창조의 정보는 결국 물질적 정보를 설명하는 '과학적 사실'과 공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성경 구절과 '과학적 사실'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그런 성경 구절을 상징이나 비유로 서술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성경의 해석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창조의 증거물이 말하는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사람은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완고한 유대교 랍비들도 토라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유대교 랍비들이 쓴 『모세오경 미드라쉬의 랍비들의 설교』에서는 "토라를 해석하는 13가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토라를 오늘과 연결'시켜서 해석하라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읽어서 아무런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문서라면, 그런 문서를 경전으로 삼고 있는 종교는 헛된 것이 된다. 그럼에도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창세기에 대해 자기의 문자적 해석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고대 히브리인들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성경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면서, 하나님의 직통 계시나 성령의 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부 기독교인들도 없지 않다. 심지어는 자기가 재림 예수라고 참칭(僭稱)하는 자들까지 나타나서 사이비 교회를 조직하기도 한다. 이런 자들이 몽매한 일반 신자들을 상대로 자기의 성경 해석을 믿으면, 천국 시민으로 선택된다고 유혹하여 왜곡된 교리를 세뇌 교육하고, 광신자를 만들거나, 외국의 오지에 데려가서, 또는 국내에서 집단농장에 가둬놓고 노예생활을 시키고 있는 사건까지 보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가능할까? 그 모든 일들의 원인은 고의적으로 사실성을 무시하고 성경을 왜곡해서 해석하는 자들과 그런 해석에 미혹되는 신자들의 무지에 있다. 이에 따라 기독교를 올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사실성에 근거한 올바른 성경 해석과 그런 해석에 바탕을 둔 창조론이 더욱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1. 태초의 창조: 이전과 이후(1)

창 1:1.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天地)를 창조하셨다'는 서술로 시작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님은 '엘로힘'(אלהים)이다. '엘로힘은 복수형 명사이므로 다수의 신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말은 이사야서(44:6)의 구절에서 하나님 자신의 선포에 의해 단수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처럼 성경에는 '성경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열쇠를 제공하는 경우가 여러 곳에 나온다. '천지'는 우리말로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 '하늘'은 하샤마임(הַשָּׁמַ֖יִם)이다. 그리고 '땅'은 하에레쯔(הָאָֽרֶץ׃)이다. '하늘'과 '땅'은 영어로 'the heavens and the earth'로 번역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ברא) 모든 것이 이 두 개의 단어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하샤마임'은 하늘을 복수로 표현한 말이며, '하에레쯔'는 땅을 단수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리고 앞에 '하'라는 정관사를 붙여놓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표현들은 고대 히브리인들이 하늘은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구를 땅의 전부라고 생각했음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히브리인들의 세계관은 가장 높은 하늘 위에 창조자 하나님이 계시고, 사람들은 그 밑의 땅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창세기 저자는 태초에 하나님의 창조 사건을 땅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창세기 저자가 해와 달과 별들을 땅보다 나중에 창조한 것처럼 기술한 이유는 그것들이 창세기 저자에게 땅을 덮고 있는 하늘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창 1:2: והארץ היתה תהו ובהו וחשך על פני תחום. ורוח אלהים מרחפת על פני המים. 이 구절은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고 있음을 서술한다. 근동 지역 고대 민족들의 신화들은 대개 신들이 물질에서 생겨난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것도 신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각 신들은 우주의 기능을 한 가지씩 맡았다. 이런 차이 이외에는 창세기 첫 장 두 개 구절은 이집트 기원 신화와 유사한 관점으로 서술된 부분이 많다. 특히 주목할 단어는 '깊음'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깊은 물을 의미하며, 히브리어로는 תהום(테홈)이다. 고대 근동 신화에서는 태초에 물이 모든 것들이 생겨난 재료로 쓰인다. 신들이 물에서 태어났고 땅도 물에서 솟아났다. 창세기는 이 점에서 다르게 서술한다. 창세기는 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같은 말을 하지만, 신이나 땅이 물에서 생겨났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태초에 창세기의 땅은 깊은 물속에 묻혀 있었다. 창세기는 하나님이 깊은 물을 궁창위의 물과 궁창 아래의 물로 나누시자 땅이 드러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창세기 1:2은 하나님이 6일 창조 이전에 땅을 살펴보셨다고 설명하는 것에 강조점이 있다. '하나님의 영(ורוח אלהים)이 수면 위를 운행(מרחפת על פני המים)'하면서 살펴보았을 때, 땅은 흑암 속에서 깊은 물에 잠겨 있는 상태였다. 흑암과 깊은 물에 잠겨 있는 땅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 되지 못한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였다는 표현은 바로 그런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하나님의 영인 '루아흐'는 하나님에게서 발출된 바람이다. 하나님에게서 발출된 바람은 하나님의 권능을 담고 있다. 하나님의 영은 창조를 실행하기 위하여 깊은 독수리처럼 수면 위를 날아다니면서 깊은 곳까지 살펴보고 있다. 여기서 '운행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 '메라헤페트'(מרחפת)가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를 운행하고 있었다는 구절은 인간의 창조를 계획하신 하나님이 땅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신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창세기 저자의 의도에 가장 적합한 해석이다. 그러나 창세기 저자는 그런 상태로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들은 '하나님이 ....를 창조하다'는 뜻을 표현하는 히브리어 관용구 ברא אלהים (바라 엘로힘)에서 나타난다. 하나님을 주어로 하는 '바라' 동사의 목적어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들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우주 역사에 전례가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늘들과 땅에 있는 모든 종류들의 최초의 원형이다.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창조이다. 원형을 복제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라고 말할 수 없다. 히브리어 동사 '바라'는 창세기를 포함한 토라뿐만 아니라, 시편, 그리고 예언서들에서도 쓰이고 있다. 그 외에도 하나님의 창조에 사용되는 동사는 몇 가지가 더 있다. 1:4에서 빛을 '나누사'(וַיַּבְדֵּ֣ל)는 뜻으로 쓰인 '바달' 동사도 하나님의 창조를 의미하고 있다. 창조는 없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하늘과 땅도 나눠진 것이다. 하나님은 어디에서도 일하신다.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는 인간들이 죽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자와 못 들어갈 자로 나누는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심판은 오직 창조의 권능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예언서들에서 나타난 사례들을 보면, 각 예언이 성취되는 시점에서 하나님은 전례 없는 사건을 창조하신다. 그러므로 이직 실현되지 아니한 예언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창조 사건으로 성취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자이신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의 일상적인 인간사와 물리법칙에 개입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왜냐하면 그런 일들은 전례를 되풀이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계속)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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