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엇을’ 창조하셨을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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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박사의 창조론 다시 쓰기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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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창세기의 모순적 서술과 현대적 해석(1)-제2일의 궁창(라키아)

창1:6 וַיֹּאמֶר אֱלֹהִים יְהִי רָקִיעַ בְּתֹוךְ הַמָּיִם וִיהִי מַבְדִּיל בֵּין מַיִם לָמָיִם׃ [바요메르 엘로힘 예히 라키아 베토크 하마임, 비히 마브딜 벤 마임 라마임]. 이 구절은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 가운데에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라고 번역되어 있다. 히브리어 창세기는 창조 사건들을 단문으로 서술하면서 접속사로 이어가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하나의 문장으로 길게 이어서 번역하는 것은 히브리어 본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이 구절의 히브리어 '라키아'를 영어성경의 firmament의 뜻을 따라서 궁창(穹蒼)으로 번역한 것은 매우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라키아'는 무엇을 말하는가? 물과 물을 나눈 '라키아'의 어원은 '두드려 펴서 얇게 늘리다'는 동사에서 파생한 명사이다. 이 동사가 명사화되면서 금속 등을 '얇게 펴서 늘린 것'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라키아'는 결국 얇은 막 또는 판이라고 이해된다. '나뉘라'라고  번역된 '마브딜'이라는 말도 히브리어 '바달' 동사 앞에 알파벳 '멤' 을 붙여서 명사화된 말이다. 그러므로 이 구절을 '하나님이 물 가운데 얇은 막이 있으라고 말씀했다. 그러자 물과 물 사이에 나눠짐이 있었다'고 직역하면, 고대 히브리인들이 '라키아'를 이해했던 내용이 훨씬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라키아'가 아직 물속에 있는 동안, 위의 물과 아래의 물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 상태를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라키아'가 물 가운데 있다면, 아직 그것은 하늘을 의미하는 궁창의 모습이 아니라, 물과 물을 아래와 위로 갈라놓은 얇은 막에 지나지 않는다.  

창1:7 וַיַּעַשׂ אֱלֹהִים אֶת־הָרָקִיעַ וַיַּבְדֵּל בֵּין הַמַּיִם אֲשֶׁר מִתַּחַת לָרָקִיעַ וּבֵין הַמַּיִם אֲשֶׁר מֵעַל לָרָקִיעַ וַיְהִי־כֵן [바야아스 엘로힘 에트-하라키아, 바야브델 벤 하마임 아쉐르 마타하트 라라키아 우벤 하마임 아쉐르 메알 라라키아, 바예히-켄]. 이 구절은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고 번역되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이 만드신 '라키아'(얇은 막)가 그것의 위의 물과 그것의 아래의 물로 나누고 있음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모세가 서술한 '라키아'의 상태를 올바르게 이해했다면, 앞의 구절과 이 구절에서 의미가 달라진 점을 발견해야 한다. 그것은 물과 물 사이를 나눈 '라키아'가 하늘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끝에 있는 '바예히-켄'(그대로 되니라)은 하나님의 창조 작업이 계획대로 이루어졌음을 찬송하는 후렴구이다. 이런 후렴구는 창세기가 고대 히브리인들이 하나님의 창조를 찬양하는 시(詩)이고, 집회에서 노래처럼 음송(吟誦)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그들의 전통적 집회에서 창세기를 비롯한 토라를 낭송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부분을 한글로 된 시 형식으로 '하나님이 물속에 '라키아'를 있게 하시니, 라키아 위에 물과  라키아 아래 물이 나눠졌네. 그렇게 되었네.'와 같이 직역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 구절에서 발생하게 된다.

창1:8. וַיִּקְרָא אֱלֹהִים לָרָקִיעַ שָׁמָיִם וַיְהִי־עֶרֶב וַיְהִי־בֹקֶר יֹום שֵׁנִי׃ ף [바이크라 엘로힘 라라키아 샤마임. 바예히 에레브, 바예히 보케르. 욤 쉐니]. 이 구절은 '하나님이 궁창(라키아)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둘째 날이니라.'고 번역되었다. 이 구절의 행간에는 읽어내야 할 것들이 많이 숨어있다. 물을 나누는 '라키아'를 물속에서 찾고 있던 모세는 하나님이 '라키아'를 하늘이라고 부르는 말을 듣고, 위를 쳐다보았다. 하늘 색깔이 밑의 물 색깔과 같았다. 모세는 그때 하나님이 '라키아'를 위로 들어 올려서 하늘을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라키아' 위에 있던 물은 그대로 들어 올려져서 하늘 위에 있게 되었다고 이해했다. 그러므로 이 구절에는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이 형성되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고대 근동 지역의 신화들은 대개 가장 먼저 있었던 것이 물질이고, 그것이 물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신들과 땅도 물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고대 근동 지역 사람들은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알고 있었다. 이집트 왕가에서 자란 모세도 이런 이집트 신화를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집트뿐만 아니라, 서양철학의 비조로 불리는 밀레투스의 탈레스(Thales of Miletus, BC.640-BC.546)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이집트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탈레스가 나일강이 홍수로 범람한 뒤에 진흙 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생겨나오는 것을 보고, 작은 벌레들의 자연발생설과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주장했던 사실은 현대 철학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모세도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시기 전에 물이 먼저 있었음을 서술하지만, 하나님이 물을 만들었다고 서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사람들은 물이 '처음에' 하나님의 창조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고, 그 계획에 따라 물이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하늘은 대기권을 말한다. 이 구절에서 뒤에 나오는 부분(바 예히 에레브, 바예히 보케르, 욤쉐니)은 날 수를 세는 후렴구 형식으로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이 구절에는 '욤 쉐니'(둘째 날)라는 서수가 쓰였다.

모세가 하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서술하고 찬양하는 둘째 날의 서술들을 읽는 현대인들은 큰 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 구절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물을 나눈 '라키아'가 하늘로 규정되면서 모세가 '라키아' 위의 물이 그대로 하늘 위에 올라갔다고 생각한 것이다. 모세는 뒤에 하늘 위의 물이 노아의 홍수 때에 모두 쏟아져 내렸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에게는 하늘 위에 물이 있었다는 창세기의 서술이 '과학적 사실'과 심각하게 모순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부터 창세기는 현대인들에게 과학적 사실성을 의심받게 된다. 최소한 일반적인 수준의 과학적 상식을 가진 현대인이라면, 이렇게 모순을 가지고 있는 창세기의 서술들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기독교인들조차 창세기를 읽으면, '과학적 사실'과 모순되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오늘날에도 창세기의 서술을 그대로 믿는다고 말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은 일반적인 수준의 현대적 과학 상식을 갖추지 못했거나,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관점에서 창세기를 다시 해석하지 않는다면, 기독교는 더 이상 하나님의 창조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은 현대과학과 첨단기술이 만들어낸 현대문명의 거대한 구조들을 보면서 그것들을 만들어낸 현대과학의 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에게 현대과학에서 입증된 '과학적 사실'과 창세기의 서술이 모순된다면, 현대인들은 과학적 사실을 믿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기독교가 성경의 서술이 하나님의 말씀이니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살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창세기의 모순적인 서술들이 존재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창세기에서 나타나는 모순들을 논의하는 일은 창세기 저자를 검토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창세기 저자 모세의 출생과 성장기에 대해서는 출애굽기에 잘 설명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 모세는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동안에 토라를 쓰고, 그것을 히브리 민족에게 가르쳤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고대 히브리인들의 세계관은 모세가 저술한 토라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그의 창조를 알게 해주신 방법이나 창세기를 저술한 과정에 대해서는 성경에서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모세가 창세기를 썼다고 믿는 기독교는 창세기 서술에 나타난 모순의 원인을 모세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창세기에 나타난 모순의 원인을 알게 되면, 그동안 창세기에 모순이 없다고 주장했던 고전적인 해석과는 충돌을 가져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이 믿을 수 없는 창조론을 주장하여 현대인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는 기독교를 구하기 위해서는 창세기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방법은 창세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길밖에 없다.

창세기의 모순에 대해 '과학적 사실'과 비교하면서 진지하게 연구해보면, 창세기의 현대적 해석을 위한 4단계의 결론이 정립된다. 첫째로 출애굽 당시 어느 날에 하나님은 모세를 꿈속에서 들어 올리시고, 창조 사건을 환상으로 보여주셨다. 모세는 그때 하나님이 하신 말씀과 그가 본 환상을 창세기에 서술했다. 둘째로 모세가 들었던 하나님의 창조명령은 동사와 목적어로만 이루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의 창조명령에 이미 창조의 목적물에 대한 설계의 정보를 모두 넣어놓았으므로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히브리어로 쓰인 하나님의 창조명령에 수식어가 붙어 있는 것은 모세가 그의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덧붙인 것이다. 셋째로 모세는 하나님이 한 글자씩 불러주시는 것을 들으면서 창세기를 쓰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창세기에 일부 불완전한 서술이 있는 부분은 저자인 모세의 불완전한 이해와 기억에 원인이 있다. 넷째로 창세기의 모순적 서술이 인간 저자에게서 비롯된 것을 인정한다면, 하나님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창세기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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