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엇을’ 창조하셨을까?(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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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박사의 창조론 다시 쓰기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5. 창세기의 모순적 서술과 현대적 해석(3)-제3일의 바다와 땅, 그리고 식물

모세가 서술한 제3일 째의 창조사건을 읽어 보면, 하나님은 두 가지의 일을 하셨다. 먼저 천하의 물을 한 곳으로 모으시고 바다와 땅을 나누셨다. 그리고 그 땅에는 '초목이 종류대로 싹을 내게하라'고 명령하셨다. 문제는 지구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모세의 서술이 현대 과학의 내용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각 구절을 살펴보면서 논의해보기로 한다.

창 1:9 וַיֹּאמֶר אֱלֹהִים יִקָּווּ הַמַּיִם מִתַּחַת הַשָּׁמַיִם אֶל־מָקֹום אֶחָד וְתֵרָאֶה הַיַּבָּשָׁה וַיְהִי־כֵן׃ [바    요메르 엘로힘 이카부 하마임 미타하트 하샤마임 엘-마콤 에하드, 베테라에 하야바샤, 바예히-켄]. '하나님이 가라사대 천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하시매 그대로 되니라'
창 1:10 וַיִּקְרָא אֱלֹהִים לַיַּבָּשָׁה אֶרֶץ וּלְמִקְוֵה הַמַּיִם קָרָא יַמִּים וַיַּרְא אֱלֹהִים כִּי־טֹוב׃ [바이크라 엘로힘 라아바샤 에레츠 우레미크베 하마임 카라 야밈 바야르 엘로힘 키-토브]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 칭하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칭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모세에 의하면 하나님은 둘째 날에 물을 나눠서 '라키아' 위에 올려놓으셨다. 이 구절이 서술하는 셋째 날에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땅은 아직 물속에 있었다. 물속에 잠겨있는 온 땅을 일부 드러나게 하려면, 어느 한 곳을 더 깊이 파고 그곳으로 물이 모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파낸 흙은 땅이 드러날 곳으로 옮겨놓아야 한다. 모세는 이런 일을 하나님이 말씀하심으로 이루셨다고 서술했다. 하늘 아래의 모든 물이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한 곳으로 모이고, '아바샤'(뭍이라기보다는 마른 곳이라는 말이 이해에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가 드러나게 되었다. 모세는 다음 구절에서 물이 빠져나가서 마른 곳을 땅이라고 하고, 한 곳으로 모인 물을 바다로 부르셨다고 했다. 현대인,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하나님의 창조를 설명하면, '도깨비장난 같다'고 반박한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지구과학 과목에서는 이와 다르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에 의하면 모세가 두 구절로 서술한 바다와 육지의 분리 사건은 지구의 생성 초기에 있었던 지각변동 때문이다. 어쨌든 현대적인 기독교 창조론은 이 구절들에 관련하여 지구에서 바다와 대륙이 분리되는 과정을 창세기의 서술보다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기독교 창조론은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누가, 언제, 어떤 것을 질문하거나 비판하는 것에 대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 창세기가 하나님의 창조사건을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모세가 서술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현대에 이르러 하나님을 우주만물의 창조주로 납득시키려면, 창조론은 현대과학보다 더 잘 설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수준만큼은 따라가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무신론 과학자들이 과학이론을 왜곡해서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것을 반박하기도 해야 한다.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창조론은 현대에서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 창조론은 창세기가 이 구절들에 관련하여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을지라도 물이 지구에 있게 된 과정과 지각변동의 역사를 설명해야 한다. 최초 지구의 생성과 물이 지구에 있게 된 역사적 증거물은 원시지구이다. 그러나 원시지구의 모습은 그동안의 지각변동으로 훼손되어 땅속으로 묻혀버린 상태이다. 원시지구라는 증거물이 없는 상태에서 지구과학이 제안한 가설들을 알아보자.

물의 생성과 지각변동에 관한 지구과학의 두 가지 가설을 요약하면, 첫째는 태양과 거의 같은 시기에 형성된 최초 지구에 대부분의 물질을 공급한 것은 소행성들이다. 소행성들의 충돌로 발생한 열 때문에 지구는 마그마 상태에 있었다. 이어서 수많은 얼음 혜성들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마그마의 표면을 식혔다. 이때 지구의 내핵과 구조가 생겨나면서 중력장(둘째 날의 '라키아'이다)이 형성되었다. 중력장에 의해 대가권이 생겨났고, 지구에 충돌한 얼음 혜성들이 녹아서 물이 남아 있게 되었다. 대륙과 바다가 갈라진 것은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에 의하여 설명된다. 두 번 째 가설은 태양 주위에서 성운으로 만들어진 최초 지구가 주변의 성운들을 계속 흡수하여 점점 커지고, 중력에 의해 압축되면서 뜨거운 마그마가 되었다. 마그마가 식으면서 표면에는 지각과 중력장이 형성되었다. 지각 밑에 있던 마그마는 지각을 뚫고 화산 폭발을 일으켰다. 화산 폭발과 지각 운동에 의하여 지표에 높고 낮은 곳이 생겼다. 화산의 폭발에서 나온 가스가 대기권에 물과 대기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어떤 가설이 맞는지 어느 누구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물이 지구에 있게 된 이유는 지구 생명체의 창조를 계획하신 하나님의 창조설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과 생명체가 특별하게 지구에만 존재하는 것이 결코 우연한 자연적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시기에 형성된 다른 행성에는 물과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지구과학의 가설들이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독교 창조론에서 그런 이유를 핑계로 앵무새처럼 '우주만물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만 주장하고, 과학적 가설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과학이 주장하는 가설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나님의 창조 방법일 수 있다고 그대로 소개하면 된다. 만약 그 가설이 틀렸다면 그것은 과학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이 구절에 대한 해석에 위 두 개의 과학적 가설을 덧붙여 설명한다면, 이에 반박하는 현대인들은 없으리라고 본다. 창조론은 창조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에 우선적인 목적을 둔다. 어떤 사람도 하나님의 창조 사건을 직접 보지 못한 이상 확실하게 입증하기는 불가능하다.

 창 1:11절부터는 창세기를 서술하는 관점이 땅에서 듣고 보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וַיֹּאמֶר אֱלֹהִים תַּדְשֵׁא הָאָרֶץ דֶּשֶׁא עֵשֶׂב מַזְרִיעַ זֶרַע עֵץ פְּרִי עֹשֶׂה פְּרִי לְמִינֹו אֲשֶׁר זַרְעֹו־בֹו עַל־הָאָרֶץ וַיְהִי־כֵן׃[바요메르 엘로힘 타드쉐 하아레츠 데쉐 에세브 마즈리아 제라, 예츠 프리 오세 프리 레미노 아셰르 자르오-보 알-하아레레츠, 바예히-켄]. '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라고 번역된 이 구절에서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환상을 보는 장소가 땅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창세기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 구절은 창조론이 생물학과 맞닥뜨리는 시발점이다. 현대 생물학에 의하면 식물은 물 섭취와 광합성 작용에 의해서 생존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이 제4일에 발광체들을 만들기도 전에 하나님이 마른 땅에 식물의 씨를 창조하라고 명령하시는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먼저 이 구절의 한글 번역을 보면,  하나님이 풀과 채소와 과일나무의 세 가지를 내라고 명령하신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그러나 히브리어는 뒤의 명사가 앞의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 역할을 하므로 '데쉐 에세브'는 채소류의 풀로 이해되어야 하는 말이다. 따라서 모세의 서술대로 해석하면, 이 구절에서 하나님은 땅에게 씨 맺는 채소류의 풀과 열매 맺는 과일 나무를 종류대로 내게 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런데 모세는 왜 하나님의 말씀에 지상의 모든 초목들을 포괄하지 않고, 인간의 먹거리인 채소류와 과일 나무만 서술하고 있을까? 그것은 모세가 창세기를 서술할 때에 하나님의 창조가 인간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모세가 태양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하나님이 마른 땅에서 식물의 씨를 만들어내고 계신 것처럼 서술한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하나는 애굽인을 죽이고 바로를 피해 미디안으로 도망친 모세가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목자 생활을 했던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세는 그곳에서 양떼를 키우면서 봄에 난 초목들이 싹을 내고, 가을철에 땅에 떨어진 씨앗들이 다음 해 봄에 다시 싹을 내면서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세는 끝없이 넓은 미디안 들판에 온갖 종류의 초목들이 빽빽하게 자라난 것을 보고, 그렇게 되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초목들이 없었다면 양떼들은 물론 사람들도 살아갈 수 없다. 모세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창조를 계획하신 하나님이 땅에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은 앞으로 창조하실 인간의 먹거리를 준비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셋째 날에 땅이 생겨난 즉시 모세는 하나님이 가장 먼저 하신 일이 인간들의 먹거리인 채소류와 과일 나무를 만들어내신 것이라고 서술하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모세가 넷째 날 또는 다섯째 날에 하나님이 초목을 나게 하는 환상을 보았는데, 모세가 서술의 순서를 혼동했을 수도 있다. 창 2:4-9에서 모세가 땅의 상태를 서술하는 것과 연결하면, 이 해석이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 어쨌든 지구에서 식물이 동물보다 먼저 생겨난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 구절에서부터 창조론은 진화론과 피할 수 없는 논쟁에 빠져들게 된다. 진화론의 선구자 찰스 다윈은 이 구절부터 나오는 생명체의 종류대로의 창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을 했다. 그는 1859년 『종의 기원』에서 창조자에 의하여 창조된 '몇 개 또는 하나'의 원시 생명체가 오랜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진화하여 오늘날 보이는 종류대로의 초목과 동물 및 인간들이 되었다는 생물학적 진화론을 주장했다. 칼 마르크스와 프레드리히 엥겔스는 공산주의 이론에 창조자가 삭제된 다윈의 진화론을 인용하여 유물론적 진화론을 주장했다.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러시아에서 알렉산더 오파린은 1936년에 『생명의 기원』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 오파린은 최초의 생명체가 물질에서 화학작용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창조자의 존재를 과학에서 지워버렸다. 오파린에 의하면, 빅뱅으로 탄생한 지구에서 무기물질이 화산, 번개, 자외선 등에서 공급되는 에너지에 의해 유기화합물로 합성되었고, 이것들이 원시 바다에서 농축되어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 물질을 형성했다. 고분자 물질은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를 거쳐 최초의 세포로 진화했다. 오파린은 이후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는 찰스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을 그대로 따랐다. 오파린의 화학적 진화론을 증명하기 위하여 진화론 과학자들은 인공세포의 제조 실험에 덤벼들었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생명체는 물질로 되어 있지만, 생명은 물질에서 저절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생명이 하나님의 신비적 소유에 속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는 각종 진화론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다섯째 날의 어류와 조류, 여섯째 날의 동물과 인간의 창조와 관련하여 계속될 것이다.

현대 진화론은 최초 생명체의 DNA가 원시 바다에서 우연히 조립되었다는 가설을 기초로 하고 있다. 특히 스티븐 호킹은 많은 우주들이 무(無)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하는 양자물리학적 진화론을 제안함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어디에서도 창조자의 존재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진화론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진화론이 필요로 하는 오랜 연대를 반박한다는 구실로 창조연대 6,000년 설에 매몰되어 있다. 아직까지도 몰지각한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공공연하게 창조연대 6,000년 설을 기독교의 진리처럼 주장하는 바람에 기독교는 현대인들로부터 오히려 배척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현대 창조론은 현대적인 성경 해석을 바탕으로 이런 오류들을 해결하고, 현대 진화론의 허구성을 반박하는 것이다. 

셋째 날의 창조에 대한 나머지 구절들은 하나님의 창조 명령과 그것의 성취에 대한 찬양, 그리고 이어서 날 수를 세는 후렴구로 6일 창조에서 날마다 나오는 서술 패턴이다. 이 칼럼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굳이 되풀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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