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승의 러브레터] AMCM 운동
1. 마태복음 7장 12절에서 예수님은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이 곧 율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할 방법론입니다.
2. 바로 그 다음 구절에는 기독교의 또 다른 핵심 단어인 ‘좁은 문’이 있습니다. 그 좁은 문에는 가는자가 적다는 것입니다. 외롭다는 것입니다.
대접하고 섬기는 것과 좁은 문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섬김이 우선돼야 함에도 섬김을 하지 못한채 살아가는 이유는, 그 좁은 문 너머에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좁은 문의 끝에 무한한 영광이 있음을 믿지 못하거나, 넓은 문의 끝에 멸망이 있음을 믿지 못하므로, 늘 오늘 대접받는 삶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3. 따라서 막상 그 길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정말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그 길에 들어설 때, 비로소 우리 인생이 고독함 또한 느끼게 됩니다.
4. AMCM(움직이는 교회 운동)은 2009년부터 생명샘교회가 해 왔던 운동입니다. 벌써 17회를 넘어섰습니다. 2013년까지 했던 이 운동은 잠시 중단됐고, 2015년부터는 재점검을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비중을 없애고, 함께 예배드림으로, 생명샘교회의 목회자의 설교가 아니라 그곳 교회 목사님의 설교로 함께 예배드리기로 했습니다. 알고 지냈던 교회들보다도 하나님께서 알게 해 주신 교회로, 빵과 우유를 들고 갔던 것에서 먼저 그 교회의 입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감당하는 사역으로, 나아가 평일에 갔던 것에서 주말과 주일을 섬기고 오는 것으로 보완되었습니다.
5. 과거 10여 차례 움직였을 때, 교회는 지금보다 몇 배 컸습니다. 그래서 보다 준비하는 데 비용 부담이 적었지만, 지금은 오가는 경비를 부담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전남 고흥의 풍류교회에 가기 전, 1주 전까지만 해도 숙박할 곳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5명이 주말에 1박할 만한 장소를 구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제 마음 한 켠에는, 아니 그래도 이런 사역을 감당하겠다고 설명하면 그래도 주변 큰 교회들이 방 하나 둘은 빌려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연락했는데 아뿔싸, 다들 너무 바쁘신지 OK가 안 되었습니다.
담임목사님과 통화하기도 힘들었지만, 통화가 되어도 대부분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교회도 흔쾌히 잘 모르는 교회가 와서 하루를 지낸다는 것에 쉽게 자기 자리를 내어주지 못함을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6. 그런데 여수 예닮교회에서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저는 얼굴도 모르는 목사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교회인데, 우리 교회 전도사님을 통해 흔쾌히 교회를 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AMCM의 큰 짐을 덜었습니다.
7. AMCM을 갈 때마다 사탄의 시험이 있습니다. 수년 전에도 타이어 펑크가 나서 대형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그런데 AMCM을 부활시킨 작년 11월, 대전 주안의 교회를 가던 중 타이어가 펑크 나서 차량을 폐차시켰습니다.
그런데 우리 성도님들, 믿음으로 맞서 싸우셨습니다. 폐차될 만큼 큰 사고를 당한 차에 탑승한 70세가 넘은 권사님은, 믿음 부족한 목사가 “병원에 들렸다가 가세요” 하자 “믿음에 ‘빠꾸’ 없어요” 하면서 병원에 가지 않고 곧바로 목적지로 가서 해당 교회의 식사준비를 하셨습니다.
목사가 걱정한다며 밤새 끙끙거리시면서도 쉬쉬 하고, 다음 날 모든 일정을 다 마친 뒤 교회에 와서 끌어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사고로 한 권사님은 정확히 한 달 뒤,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말았습니다.
의사의 진단은 한 달 전 사고로 인한 뇌출혈이었습니다. 사흘간 의식이 없다가 수술 후 겨우 깨어나신 권사님이 하신 그 말이 모든 성도들을 울렸습니다.
“우리 식구들 밥은요?”
사탄이 힘 한번 못쓰고 패배했습니다. 이것이 섬김의 길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 믿음으로 인해 1년치 은혜를 받았습니다. 설교 수백 번보다 가치있는 권사님들의 믿음과 본이 되는 길이야말로, 좁은 문 너머에 있는 영광을 온 교회가 누린 순간이었습니다.
8. 다행히 이번 AMCM 때, 교회 차량은 타이어 펑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대신 제 타이어에 펑크가 났습니다. 놀랍게도 고흥 풍류교회 담임목사님 타이어도 펑크가 났습니다.
순간 알아챘습니다. ‘사탄이 또 이 길을 못 걷게 하는구나.’
9. 좁은 길에는 늘 사탄의 시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십니까? 사탄이 방해하는 이유는, 그 길의 끝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놀라운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10. AMCM을 간 일행은 어린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15명입니다. 교회에 재정이 부족해서 바자회를 했습니다.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 약 70만원과 선교비를 포함해 100만원을 마련했습니다. 30만원어치 파스와 의료재, 그리고 그만큼의 학용품을 구매했습니다.
떠나는 입장에서, 주일에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비우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저 말입니다. 이번에는 가장 머나먼 길, 고흥까지 가야 하는 길이니 얼마나 힘들까 싶은 태산 같은 걱정도, 저 한 사람만 한 모양입니다.
11. 걱정 많았던 일정의 AMCM 팀원들이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잠깐 떨어진 지체들을 다시 만났을때 더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 AMCM 지체들이 이렇게 한결같이 말합니다.
“아우, 우리 민페 선교단이에요.”
“아우, 섬기러 갔는데 섬김 받고 왔어요.”
12.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제대로 경험했구나. 하나님 나라 법칙 말입니다. 섬기려 하면 섬김받는 것. 그리고 그것이 좁은 문으로 향하는 좁은 길이기도 합니다.
13. 그런데 이 때 가장 정신차려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좁은 문으로 향하는 좁은 길은 고독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폴 틸리히는 “‘loneliness’ to express the pain of being alone, and the word ‘solitude’ to express the glory of being alone”, 즉 홀로 있음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외로움’이 만들어졌다면, 홀로 있음의 영광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14. 무슨 말이겠습니까? 그리스도인은 홀로 있음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홀로 있음이 언제나 기쁜 자들임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서는 결코 안 됩니다.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아무리 고독한 길이라도, 영광 받을 분이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걱정할 것도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영광을 드려야 할 분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15. 모든 일을 할 때,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운전을 한 전도사님도, 일정을 준비하며 교류한 저도, 물건을 준비하신 선교팀장님과 선교팀도, 새 가족이 된지 얼마 안 된 자매도, 서기와 사진으로 섬기는 성도도, 남아서 교회를 지켰던 전도사님과 성도들도, 누구 하나 우리는 “내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하는 데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고독과 함께하신,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려야 합니다.
16. 지난 주일 사랑의 편지를 통해 같은 말을 했지만, 주일 설교에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 저희 교회에 새로운 가족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꼭 그 분들에게 이 말씀을 전하려 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이 교회를 다닌다 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교회 지체들이 그렇게 친근하게 인사할 시간도 없을지 모릅니다. 일한다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담임으로 있을 동안은, 앞으로도 건물에 투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이 불편할 것입니다. 계속 여러분의 마음과 반대되는 설교를 할 것입니다. 광야일 것입니다. 그것이 불편하면 지금이라도 떠나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으면 다니십시오.
그런데 여러분 기왕 다닐 생각을 했다면,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철저히 하나님 앞에 고독의 기쁨을 찾기 바랍니다. 그 안에 하나님 계심을 발견하고, 그 고독한 순간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드리기 바랍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지 못하면, 이 고독한 길에 내가 영광받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 사랑의 편지를 받으시는 여러분, 여러분의 길은 좁은 문으로 향하는 좁은 길입니까? 아니면 여전히 망설이고 있습니까? 기꺼이 그 길로 들어가십시오.
섬김을 두려워하지 말고 섬기기 위해 그 좁은 길로 여러분의 손과 발을 들이 미십시오. 그곳이 비록 사람 한 명 없고, 아무도 여러분에게 잠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실 것이요 늘 준비해주실 것입니다.
그 길을 버리지 않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은 여러분이 섬긴 것보다 더 큰 섬김으로 은혜를 부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매 순간마다 여러분과 함께하시는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 때 우리 모두 이렇게 고백합시다.
“우리가 섬기긴 뭘요. 맨날 섬김 받아요. 그런데 즐거워요.”
“하나님 영광받으옵소서. 아멘!”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