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엇을’ 창조하셨을까?(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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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박사의 창조론 다시 쓰기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6. 물의 생물과 하늘의 궁창의 새들, 그리고 땅 위의 생물들
-창조와 진화: 어느 것이 사실인가?

하나님은 다섯째 '욤'에 물의 생물과 하늘의 궁창에 새들을 종류대로 창조하셨다. 모세는 이 사실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창1:20 하나님이 가라사대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ויאמר אלהים ישרצו המים שרץ נפש חיה ועוף יעופף על הארץ על פני רקיע השמים ׃ [바요멜 엘로힘 이쉬레추 하마임 셰레츠 네페쉬 하야 베오프 베오페프 알 하아레츠 알 페네 레키아 하샤마임].

창1:21 하나님이 큰 물고기와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יברא אלהים את התנינם הגדלים ואת כל נפש החיה הרמשת אשר שרצו המים למינהם ואת כל עוף כנף למינהו וירא אלהים כי טוב׃ [바이바라 엘로힘 엩 하타니님 하게도림 베에트 콜 네페쉬 하하야 하로메셰트 아셰 샤레추 하마임 레미네헴  베에트 콜 오프 카나프 레미네후 바야르 엘로힘 키 토브].  

그리고 땅 위의 생물들을 창조하신 것은 여섯째 '욤'이었다. 그러나 생물의 창조를 일괄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여기에서 다루기로 한다. 다만 인간의 창조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이 특별하므로 따로 논의하기로 한다.

창1:24 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되 육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 하시고 그대로 되니라ויאמר אלהים תוצא הארץ נפש חיה למינה בהמה ורמש וחיתו ארץ למינה ויהי כן ׃ [바요메르 엘로힘 토체 하아레츠 네페쉬 하야 레미나흐 베헤마 바레메스 베하이토 에레츠 레미나흐 바예히 켄]

여기에 인용된 구절에서 모세는 하나님이 이제까지 애써 미세조정하신 지구의 생태계에 생물들을 창조하시는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하늘과 땅과 물에서 살아갈 생물들(네페쉬 하야)이다. 특히 여기에서 모세는 '콜'(모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모든 생물들이 서식지에 따라 종류별로 창조되었음을 서술했다. 이것은 모세에 의하여 서술된 기독교 최초의 창조론이다. 창세기에 기록되지 아니한 미생물들과 해충들은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없지 아니하다. 만약 그렇다면 하나님은 부분적인 창조자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주장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느냐에 따라서 하나님의 창조를 이해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현대 진화론의 공세에 대응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현대 생물학은 식물도 생물에 포함시키고 있음은 물론, 심해와 깊은 지하에 존재하는 미생물도 연구하고 있다. 현대 진화론은 현대 생물학을 이용하여 생명의 기원이 하나님의 창조가 아니라, 자연에서 우연히 저절로 생겨난 것이며, 현재의 모든 생물은 하나의 단세포 박테리아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의 기초인 하나님에 의한 창조론은 모세에 의하여 일찍(약 BC. 1,500경)부터 창세기에 서술되어 있었고, AD. 1세기 이후에는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서구로 퍼져 나갔다. 기독교 창조론은 초기 서구 과학자들에게 연구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기독교가 지동설을 반대하면서 점점 과학을 멀리하는 바람에 AD. 19세기부터 발전한 진화론의 공세에 밀려 이제 기독교 창조론은 현실적으로 빈사 직전의 상태에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독교 창조론이 진화론의 발전에 대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독교 창조론이 창세기 저자 모세의 모순적 서술 수준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진화론은 생물학의 최신 데이터를 응용하여 새로운 가설들을 발전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세기의 고전적 창조론은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이 『종의 기원』(1859)을 발표하기까지는 통용될 수 있었다. 이후 다윈의 추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게 되자 1863년 미국에서 창립된 안식교회의 조지 맥그리디 프라이스는 진화론에 대응할 목적으로 『신지질학』(1923)의 출판을 계기로 과학적 창조론을 발전시켰고, 개신교 일부에서는 이를 모방한 헨리 모리스 등이 『창세기 홍수』(1961)를 출판하고 창조과학적 창조론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창조론들은 DNA의 발견(1953) 이후 현대 진화론의 발전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반면에 현대 진화론은 생명 현상이 발현되는 DNA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고배율의 첨단 현미경으로 연구하는 현대 유전학의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화론자들은 창조론과의 승패가 생명의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연구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응하는 기독교의 창조론은 경쟁이론의 발전에 의해 위기에 처하게 된 현실조차 모른 채, 고대 히브리인들의 수준에서 창세기의 문자 해석에만 열심이었다. 그런 창조론으로 어떻게 현대 진화론을 이길 수 있겠는가?

현대인들이 현대 진화론의 주장에 동조하는 경향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독교에 현대 창조론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제기되는 이유이다. 현대 진화론은 이제 진화를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독교의 창조론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 만약 현대 진화론이 완전히 승리하는 날이 온다면, 기독교의 창조론은 창조자와 함께 지구에서 사라지고, 기독교는 이름만 남는 허구의 종교가 될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에는 현대 진화론을 극복하는 현대 창조론으로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대 창조론은 이미 체계적인 이론의 틀을 갖춘 현대 진화론의 왜곡된 부분을 반론하는 방법으로 따라잡을 수밖에 없다.

마침 이런 목적에 이용할 수 있는 책이 출판되었다. 『지울 수 없는 흔적-진화는 왜 사실인가』이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Jerry A. Coyne)이 2009년에 쓴 것이다. 이 책은 진화론자들이 과학이론을 어떻게 왜곡하여 창조론을 부정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코인의 책은 저명한 무신론적 진화론자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등에 의하여 추천되어 그들의 추종자들에게는 널리 읽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자를 자처하는 소위 유신진화론자들도 이 책을 읽고 있다.

코인은 그의 책에서 『종의 기원』의 끝 페이지에 서술된 '모든 존재(생물)를 제각기 특수한 창조물로 보는 게 아니라 최초의 캄브리아 지층이 침전되기 전에 살았던 소수의 존재(생물)들에서 나온 직계 자손으로 볼 때, 나는 그것들이 더욱 고귀하게 느껴진다'는 다윈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무신론적 진화론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다윈은 그의 책의 마지막 구절에서 '생명이 그것의 여러 가지 능력과 함께 최초에 조물주(Creator)에 의해 소수의 또는 하나의 형태로 불어넣어졌다'는 견해를 덧붙여놓음으로써 유신진화론자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이 다윈의 말을 부분적으로 인용하면, 무신론자나 유신진화론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윈은 결국 불가지론자임을 고백하고 생을 마쳤다. 어쨌든 다윈은 그의 진화이론대로 현대의 무신론적 진화론자들과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의 공통조상이 되었다.

진화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종이 자연 상태에서 교배를 통해 번식할 수 있는 생물의 한 무리이며, 다른 종의 무리와는 생식적으로 격리되어 있다고 정의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 정의에 의한 종(species)과 창세기에서 말하는 종류(מינ:민, kind)라는 말이 동의어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

종 분류의 오류를 진화적 변화에 의하여 새로운 종이 나타난 것처럼 왜곡하는 경우가 아니면, 아직까지 생식격리(reproduction barrier)를 뛰어넘어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사례를 현실적으로 관찰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인은 『지울 수 없는 흔적-진화는 왜 사실인가』에서, 진화를 여섯 가지 요소-진화의 개념, 점진주의, 종 분화, 공통조상, 자연선택, 자연선택 이외의 진화적 변화-로 쪼개어 보면서 창조론은 틀렸고, 진화론은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코인의 주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2가지를 선택해서 간략하게 비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다윈의 『종의 기원』을 비롯한 기존의 진화론을 더 상세하게 비판한 내용을 보려면, 『과학과 신의 전쟁』을 참고하라).

진화의  개념

코인에 의하면 진화는 지구의 생명이 35억 년 전에 살았던 하나의 원시 종에서-아마도 자기 복제하는 분자였으리라-시작되었고, 그것이 세월에 따라 가지를 쳐서 새롭고 다양한 종을 낳았으며, 그러한 진화적 변화는 (전부는 아니라도) 대부분 자연선택 메커니즘에 의해 벌어졌다. 그리고 종들의 진화속도는 일정하지 않지만, 많은 세대가 지나면 DNA의 돌연변이에 의해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변천할 수가 있다.

-비판: 코인은 하나의 원시 종에서 시작된 생물에 대해 진화가 자연선택과 DNA의 돌연변이를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연선택에 대해서는 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돌연변이를 살펴보자. 돌연변이에 의해 다른 종이 생겨나려면, 생식장벽을 뛰어 넘어 같은 방향의 돌연변이가 동시에 발생한 암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암수가 생식을 통해 새로운 자손을 번식해야 한다. 원시 종의 경우에는 짧은 생존 기간 안에 자연복제 즉 생식기능까지 스스로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자연선택 메커니즘에 의해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원시 종에서부터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연속적으로 생식격리라는 장애를 뛰어넘는 일에 성공해야 하지만, 그 가능성이 너무나 적다. 그러므로 원시 종이 인간으로까지 진화하는 일은 지구의 역사 46억년을 다 쏟아 부어도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면, 코인의 설명이 허구라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자연선택

코인은 다윈의 진화론이 사실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에 의해 공동제안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연선택은 초자연적인 힘이나 안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전히 물질적인 과정을 통해서 자연의 설계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인에 의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유용한 돌연변이는 집단 전체로 퍼지고 해로운 돌연변이는 제거되면서 진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자연선택은 영겁에 걸쳐 동식물을 마치 설계한 듯이 조각할 수 있을 것이지만, 자연선택은 설계자가 아니고 주어진 재료에서 최선을 다하는 땜장이다. 진화는 선조종의 설계를 갖고 새 종을 만들어야 하는 건축가이다. 따라서 진화는 이미 존재하는 건물을 변형시킴으로써 건물의 구조를 변경시키는 건축가이지 맨 땅에서부터 건물을 설계할 수는 없다.

-비판:  다윈은 자연선택이라는 말을 육종업자가 동식물의 품종개량을 위해 사용하는 인위적 선택의 방법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사용했다. 그러므로 자연선택이라는 말은 종의 자연도태 또는 적자생존의 결과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었지, 생명의 기원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코인을 비롯한 현대 진화론자들은 신의 창조를 부정하기 위해 자연선택이라는 말을 쓰는 등, 무소불위의 능력을 발휘하는 주문(呪文)처럼 사용한다. 따라서 진화론자들은 어떤 과학적 이론에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고 말하면, 그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또한 다윈은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변이가 매우 점진적으로 조금씩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돌연변이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진화론은 오히려 DNA 돌연변이를 진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론은 사실상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대 진화론자들은 자연선택이라는 말을 무신론적 진화론에서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로, 유신론적 진화론에서는 인간도 원시 종에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 것처럼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 이와 같이 진화론자들은-코인이 인정하는 것처럼 설계자가 아니고 땜장이나 건축가처럼-진화이론에 필요하다면, 어떤 뜻의 말이나 허구적 개념도 그것들을 돌연변이 방법으로 새로운 사실로 진화시킬 수 있다. 현대 진화론을 비판하려면, 이런 사실을 먼저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계속)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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