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엇을’ 창조하셨을까?(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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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박사의 창조론 다시 쓰기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7. 인간
-창조와 진화: 어느 것이 사실인가?

창 26: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ויאמר אלהים נעשה אדם בצלמנו כדמותנו וירדו בדגת הים ובעוף השמים ובבהמה ובכל הארץ ובכל הרמש הרמש על הארץ׃ [바요메르 엘로힘 나아세 아담 베찰메누 키드무테누 베일두 비데가트 하얌 우베오프 하샤마임 우바베헤마 우베콜 하아레츠 우베콜 하레메스 하로메스 알 하아레츠]

창 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ויברא אלהים את האדם בצלמו בצלם אלהים ברא אתו זכר ונקבה ברא אתם׃ [바이브라 엘로힘 에트 하아담 베찰모 베체렘 엘로힘 바라 오토 자카르 우네케바 바라 오탐]

하나님은 물질적 우주와 지구의 생태계에 각종 생물들을 창조하신 다음 여섯째 날 마지막에 인간을 창조하셨다. 인간의 창조에 관련하여 모세가 서술한 구절들을 읽어보면, 하나님이 그의 형상을 따라 그의 모양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것은 그가 이전에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다스리는 자로 삼기 위해서라는 견해를 표현하고 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 이 지구에 생태계와 각종 생물들을 창조하신 것은 인간을 위해서였다. 위 구절들과 같이 인간의 창조에 대한 모세의 견해는 기독교에서 정통 교리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진화론에 의하면 모세의 견해는 즉시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부정된다. 왜냐하면 진화론은 생명이 물질의 진화적 산물이며, 진화의 과정에는 방향과 목적성이 없다는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물론자들이 다윈의 진화론에서 발전시킨 무신진화론은 창조자 하나님의 존재와 창조를 부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그리고 모든 생명체들을 포함하는 천지만물에 어떤 목적이 개입되어있다는 주장도 결코 인정하지 아니한다. 유물론의 위대한 스승 엥겔스(Friedrich Engels)가 『반듀링론』에서 독일의 유물론자 오이겐 듀링(Eugen Duhring)을 반유물론자라고 공격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반복발생설을 주장하면서 '배아 발생도'를 조작한 것과 '정치는 생물학의 응용'이라는 말을 하여 유명하게 된 독일의 다윈주의자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을 듀링이 비판했기 때문이다. 듀링은 헤켈이 진화의 변화적 측면을 적응이라고 해석한 것을 '유심론적 혼란을 끌어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엥겔스는 듀링이 사용한 적응이라는 말에는 헤겔의 관념철학의 영향을 받아 '목적적 창조자에 도달'하고 있으므로 듀링을 유물론자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엥겔스의 『반듀링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물론자의 세계에서 창조자의 존재를 지시하고 있는 말들은 비판적으로 인용하는 것조차 사람에 따라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신진화론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유신진화론은 다윈처럼 창조자가 최초의 원시생물을 겨우 하나 또는 몇 개를 만들었고, 그 원시생물이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견해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창조자의 특별한 목적이 부여되어 있다는 견해를 가질 수가 없다. 기독교 안에 퍼져 있는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의 종류별 창조를 믿는 기독교의 창조론과는 전혀 뿌리가 다른 것이다. 유신진화론은 다윈의 시대에 『종의 기원』을 그대로 수용했던 다윈주자들이 기독교에 심어놓은 씨앗에서 자란 것이다. 유신진화론의 관점에서는 인간도 특별하게 창조된 존재가 아니라, 침팬지, 원숭이, 생쥐, 멸종한 공룡, 심지어는 박테리아 등과 공통조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 창조론이 유신진화론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자명(自明)하게 드러난다. 창조자이신 하나님과 인간의 특별한 관계성이 너무나 약화되므로 서로의 관계에서 사랑이 존재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창조자 하나님의 사랑에 의지하는 기독교에 창조자의 사랑이 존재할 자리가 없다면, 인간이 굳이 기독교인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원시생물에서 목적이 없이 진화한 수많은 종들 중에서 한 종이 인간이라면, 인간이 창조자 하나님을 믿고 사랑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더욱이 유신진화론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소망의 이유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유신진화론 또는 다윈주의는 결코 창조자 하나님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의 창조론에 포함될 수 없다. 그럼에도 기독교 신자들 중에는 유신진화론자들이 적지 않다.

현대 기독교에서 유신진화론이 득세하게 된 이유는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미국의 국립보건원장이 된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무신론자에서 기독교 신자로 전환했다고 고백한 콜린스는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콜린스의 보고서는 약 31억 개의 인간 DNA 가운데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약 25,000개)에 의해서 단백질 합성에 사용되는 DNA(약 31억 개의 1.5%)만 연구하고, 98.5%를 정크(junk: 쓰레기) DNA로 취급해버린 것이었다. 콜린스는 그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신의 언어』(2006)를 출판했다. 콜린스는 그 책에서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DNA는 자연에서 저절로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이 암호로 쓴 생명의 설계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콜린스는 진화론과 관련하여 기독교인이 4가지 선택사항을 제시하면서 자신은 바이오로고스(BioLogos)를 선택했다. 바이오로고스는 진화론과 기독교 신앙이 공존할 수 있다고 보는 유신진화론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그의 명성과 영향력에 힘입어 기독교에서 유신진화론은 창조론의 하나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이어서 10년 동안 진행된 'ENCODE 프로젝트' 연구자들은 2012년에 발표된 보고에서 '정크 DNA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분자세포생물학자 네사 캐리(Nessa Carey)는 『정크 DNA』(2015)에서 이런 사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이 책은 국내에서 2018년에 번역 출판되었다). 그렇다면 콜린스가 '인간게놈프로젝트' 보고서와 『신의 언어』에서의 주장은 근거가 없어진 것이 된다. DNA를 신의 언어라고 인정하는 콜린스가 DNA를 좀 더 신중하게 연구했었다면, 전체 DNA의 98.5%를 정크 DNA라고 경솔하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고, 바이오로고스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기독교 창조론에서 콜린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는 DNA가 신의 언어로 쓴 생명체의 설계도라는 의미로 제한된다.    

'ENCODE 프로젝트' 이후 진행되는 DNA 연구는 'DNA 백과사전' 완성을 목표로 빅 데이터(Big Data) 수집 경쟁에 돌입하였고, 개인의 질병 치료나 각종 생물의 유전자 등에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미래의 연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DNA 연구와 빅 데이터 수집이 계속 진행되면, DNA의 생명적 기능과 그 형성 과정도 밝혀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각종 생물의 DNA 정보가 하나도 남김없이 밝혀진다면,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것이다. 왜냐하면 DNA를 가진 원시생물의 생명 스위치가 물질에서 스스로 만들어져 작동되었는지, 아니면 창조자가 종류별로 DNA를 만들었는지 여부도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의 언어인 지구 생물의 DNA 정보를 완전히 해독한다면, 창조자에 의하여 DNA 설계도가 종류별로 작성되었으며, 최초의 생명 스위치가 창조자에 의하여 작동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은 본질적으로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 생명체의 창조자인 하나님이냐, 아니면 지구 생명체이냐는 관점의 차이에서 출발한 것이다. 유신진화론은 최초의 생명체가 창조자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고, 지구 생명체는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말했던 것처럼, 창조자가 최초에 창조한 한 개 또는 몇 개의 원시생물이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기독교 창조론은 우리우주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스스로 영원히 존재하시는 하나님이 최초의 생명체이고, 그 하나님이 지구 최초의 생명체를 종류별로 물질로 만드시고, 그들에게 생명을 넣어 주셨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생물들은 그 자손들이다. 진화론자들은 최근에 이르러 지구 생명체의 최초 발생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하여 DNA 연구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기독교에서는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진화론을 비판한다고 자임했던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조차 지구 생물의 발생과정이나 그것들의 DNA 연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은 무신진화론을 비판하는 일보다 기독교 안에서 창조과학적 창조론과 견해를 같이 하지 않는 창조론을 타협이론으로 공격하는 일에 더 열심이다. 현재까지 창조과학적 창조론은 그들의 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고 모세가 모순적으로 서술한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을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기독교를 무지의 종교로 무시당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초의 생명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기독교 창조론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최초의 생명체로 영원히 존재하시는 창조자 하나님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은 오히려 진화론에서 발견된다.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을 반대 이론으로만 취급했을 뿐, 진화론이 하나님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했다. 창조자 하나님이 영원히 스스로 존재하시는 자신의 이름이 진화론과 같은 개념을 가진 것으로 설명하는 말씀은 성경에 서술되어 있다(출: 3:14). 기독교가 하나님의 영원성, 전지전능하신 능력. 그리고 제한 없는 속성을 가지신 창조자로 믿는 이유는, 알고 보면, 바로 영원히 스스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진화론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속성이 하루아침에 획득한 것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시는 동안에 전지전능한 경지에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면, 진화론은 오히려 하나님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주는 이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생물학적 진화론을 주장한 것, 그리고 알렉산더 오파린(Aleksandr I. Oparin)이 『생명의 기원』에서 화학적 진화론을 주장한 것에 그치고, 그런 추론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진화론자들의 한계를 보여준다. 진화론에 대한 이해를 거꾸로 뒤집어 보거나 좀 더 확장해본다면, 진화론은 최초의 생명체이신 하나님의 존재를 입증하는 이론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창세기를 중심으로 하나님이 6일 동안에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살펴보면서, 현대 과학주의 시대에 기독교 창조론이 왜 현대인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는지, 또 경쟁이론인 진화론 비판에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 논의했다. 그 원인은 기독교의 전통적 창조론자들이 창세기에 서술된 '라키아'의 존재를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모든 '욤'을 24시간이라고 왜곡함에 있었음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무신진화론과 유신진화론이 다윈의 진화론을 공통조상으로 가지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무신진화론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 생명체, 특히 인간의 생명까지도 물질에서 저절로 생겨났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기독교로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유신진화론이 기독교에서 창조론으로 인정받으려면, 하나님의 기원에 대해서만 진화론으로 설명하고, 지구 생명체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종류별로 창조하셨다고 이론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창조론은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이 지구에서 인간을 그의 형상을 따라 그의 모양대로, 인간 이외의 생물들은 종류별로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총론적으로 다시 말하면 만물은 창조자 하나님의 계획대로 창조되었다. 그러나 기독교의 창조론이 진화론과의 논쟁에서 승리의 고지를 먼저 점령하려면,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생명의 설계도인 DNA 연구에 더 열심히 노력하면서 현대 창조론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을 창조하시려는 하나님의 뜻과 그곳에서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과 함께 하나님의 왕국을 세우시려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합당한 것이라고 본다. (끝)

*하나님이 '어떻게', '왜' 창조하셨는가에 대한 다시 쓰기는 새해에 시작할 것이다.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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