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칼럼] 창조신학 Q&A
Q.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과 기독교가 관련이 있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미국 코넬대 천문학 교수로 행성연구실 소장과 1950년대부터 나사(NASA)의 자문역으로 여러 행성 탐사 계획에서 실험관으로 활동하고 최초 행성 탐험(마리너 2호)을 목격했던 세계적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책 제목입니다.
영어로 출판된 과학 서적 중 가장 널리 읽힌 책이라는 <코스모스>가 TV시리즈로 방영되면서 칼 세이건은 1960-70년대 세계에서 대중성에 관한 한 가장 유명한 과학자였습니다. 1996년 출간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반 과학에 대한 칼 세이건의 고발과 경고의 책으로 책 제목은 2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한 장(제 7장)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세이건은 "반 과학" 즉 외계인 접촉과 납치, 속임수, 환상, 점성술, 신비주의자들, 유령, 점쟁이, 마녀 사상 등 "사이비 과학"이 출몰하는 세상이 바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칼 세이건은 잘못된 과학 교육, 과학자들의 무책임, 대중매체들의 묵인과 동조 등으로 인해 과학의 불꽃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함으로 사이비 과학이 출몰하고 있는 현상을 우려합니다.
사이비(似而非)란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완전히 다르거나 본질은 완전히 다른 가짜를 말합니다. 따라서 종교와 과학의 본질이 진리와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이비 종교와 과학도 일부 유사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이비 과학은 자신의 불완전성과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길 결단코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사이비 종교와 유사합니다. 즉 사이비 과학과 틀린 과학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과학은 오류를 토대로 발전합니다. 과학은 오류를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방식으로 발전하지요(Carl sagan). 이렇게 과학은 반박이 가능한 학문입니다(Karl Popper). 즉 과학은 언제나 틀린 결론을 내릴 수 있으나 그것은 잠정적일 뿐입니다. 가설이 세워지지만 그 가설도 언제나 반박될 수 있지요.
그런데 사이비 과학은 정반대입니다. 사이비 과학의 가설들은 흔히 반증 가능성이 있는 어떤 실험으로도 공격할 수 없도록 정교하게 짜여 집니다. 심지어는 가설을 무효화하는 것조차 원리상 불가능하게 하지요. 사이비 과학 종사자들은 방어적이며 만반의 경비 태세를 갖추고 호의적인 태도로 엄밀히 검토하는 것을 거부하는 데 유사 종교가 자기들과 다른 견해에 대해 적대적이고 검토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과학의 질서를 만드신 분은 창조주 하나님이시므로 참 된 과학은 당연히 성경적 질서와 조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리한 성경 적용이 사이비 종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내재의 도구를 다루는 초등학문인 과학(causa instrument)을 내재의 원인이신 창조주 하나님(causa prima)의 초월 계시에 무리하게 적용하려는 미숙한 집착을 할 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이비 학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합니다.
칼 세이건도 "인간은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 점은 과학자들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세이건은 과학의 발전이 인간이 이해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역에 대해 답을 하고 이해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 대단히 고무되어 있던 과학자였습니다.
이렇게 칼 세이건은 기독교인은 아니나 사이비 과학 즉 반 과학을 조장하는 모든 현상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라 칭하면서 과학의 순기능을 설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과학 중심의 과학주의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