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부른 노랫말, 그 정서 상징
응원하거나 단결 외칠 때 노래
동질감 소재로 불려왔던 가곡들
말뜻 새기며 정서의 뿌리 삼자
함께 불렀던 노랫말을 보면, 그 시대 그 사람들의 공통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응원을 하거나 단결을 외칠 때 함께 부르는 노래가 아교 역할을 한다.
‘아리랑’이나 ‘도라지’ 그리고 ‘고향의 봄’은 애국가 못지 않게 우리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특히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 동요나 민요 및 가곡을 부르면 향수와 함께 애국심도 북돋게 된다. 그런 예를 들어보자.
①“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기울며는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이별의 노래: 박목월 작사/ 김성태 작곡)”.
②“등불을 끄고 자려 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으오 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달은 어여쁜 선녀같이 내 뜰 위에 찾아온다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얘기하고 싶구나/ 어디서 부르는 단소 소리 처량타 달 밝은 밤이오. 솔바람이 선선한 이 밤에 달은 외로운 길손같이 또 어디로 가려는고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동행하고 싶구나(달밤: 나운영 작곡)”.
③“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 구란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베어지고 없구려/ 지팡이 도로 집고 산기슭 돌아서니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순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옛 동산에 올라: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
④“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 집 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 갑니다(그 집 앞: 이은상 작사/ 현제명 작곡)”.
⑤“깊어가는 가을밤에 고향 그리워, 맑은 하늘 쳐다보며 눈물집니다. 시냇물은 소리 높여 좔좔 흐르고 처량하게 기러기는 울며 나는데 깊어가는 가을밤에 고향 그리워 맑은 하늘 쳐다보며 눈물집니다/ 어린 몸이 자라나던 고향 그리워 서쪽 하늘 쳐다보며 눈물집니다 단풍잎은 바람결에 펄펄 날리고 애달프게 벌레들은 울어쌌는데 어린 몸이 자라나던 고향 그리워 서쪽 하늘 쳐다보며 눈물집니다(고향 그리워: 만향 작사/ 이홍렬 작곡)”.
⑥“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 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 희망의 나라로 희망의 나라로/ 밤은 지나가고 환한 새벽 온다 종을 크게 울려라 멀리 보이나니 푸른 들이로다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 찬 곳 희망의 나라로. 희망의 나라로(희망의 나라로: 현제명 작사·작곡)”.
⑦“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너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여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순풍에 돛 달고서 어서 떠나자 서산에 해 지면은 달 떠온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가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사공의 노래: 함호영 작사/ 홍난파 작곡)”.
⑧“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 소리 들릴 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이역 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선구자: 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
우리 민족의 역사적 경험과 전승돼 오는 공통 감정을 노랫말로 지어 오랫동안 동질감의 소재로 불러왔던 가곡들이다. 곡조만 생각하며 부르지 말고 그 말뜻을 새겨 명실공히 우리들의 정서에 뿌리로 삼았으면 좋겠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