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창조 신앙을 살펴보면서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조덕영 칼럼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새 창조 신앙으로 나아간 사도 바울

사도 바울의 창조 신앙은 단순한 창조 신앙이 아니었다. 창조주요 구속의 주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준비한다. 즉 성경의 창조 신앙은 궁극적으로 새 창조(종말적 구원 창조) 신앙으로 발전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바울 신학을 단순히 구속 신학(신앙)에 머물지 않게 하는 위대함이다. 바울은 이 새 창조를 강림(파루시아)과 (신령한) 부활이라는 말로 주로 표현한다(살전 4:16, 17). 신령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에덴 동산으로 돌아가는 회복이 아니다. 에덴 동산에는 여전히 유혹이 인간을 기다릴 뿐이다. 이 회복은 실로 신령한 재 창조다! 그 새 창조의 양상이 어떠할 지 죄성을 여전히 보유한 우리 피조물은 성경이 언급하는 것 이상 헤아리기 조차 쉽지 않다. 게할더스 보스는 이 강림과 부활에 대해 첫 번째 부활은 그리스도가 강림하실 때 일어나고, 두 번째 부활은 그리스도가 그의 나라를 바치실 때 일어난다고 보았다(게하더스 보스, 박규태 옮김, 『바울의 종말론』 서울: 좋은씨앗, 2015, 353). 부활의 시기와 빈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신학적 관점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필자는 지면의 제약 상 이 부분을 더 다루고 싶지 않다. 다만 필자가 주목하는 바울의 새 창조 사상은 이 강림과 부활 속에 사도 바울이 사람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들이 허무함의 종살이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기 위해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 중에 있다고 한 말이다(롬 8:18-22).

사도 바울의 새 창조 신앙은 인간만이 대상이 아니었다

즉 사도 바울의 새 창조 신앙은 인간만이 대상이 아니었다. 바울이 말하는 창조의 회복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다른 생명체에게로 확장된다. 기독교는 결코 동물을 무시하거나 동물에게 무례한 종교가 아니다. 인간은 피조물의 주인도 아니다. 청지기일 뿐이다. 바울은 동물 역시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이요 언약의 약속 안에 있는 존재임을 암시한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가축이 있는 니느웨 성을 불쌍히 여기셨다(욘 4:11). 창조는 종말론적 구원을 지향한다. 태초에 하늘과 땅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마지막 날에 모든 피조물을 위한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실 것이며(사 65:17, 계 21:1), 아담의 죄로 인해 파괴된 인간과 동물 간에도 평화가 다시 회복될 것이다(사 65:25). 그 때까지 인간은 다스림의 위치에서 소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 다스림은 군림이 아니다. 인도의 신학자요 생태학자인 켄 그나나칸(Ken Gnanakan)은 이 '다스림' 안에는 사랑, 상호 연결, 지속 가능한 창조성, 다른 이들을 위한 배려, 종으로서의 섬김, 청지기, 하나님의 창조물에 대한 존경심, 정의라는 8 가지 요소가 들어있다고 했다. 마치 예수께서 죄 짐 맡은 우리 구주요 좋은 친구였던 것처럼 인간은 당연히 동물들과 사랑 안에서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바울은 창조주 하나님의 새 창조 속에 이 같은 하나님 사랑의 본질이 담겨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창조주와 인간의 존재론적 간극(자연 계시는 어떻게 구원적 가치로 연결되는가)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존재론적 간극(ontological gap)이 엄연한 현실 아래서 자연 계시의 구원적 가치(salvific value)에 대한 논란은 포스트모던 시대를 맞으면서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전면 부정론(Karl Barth, 1886-1968이 대표적)과 비관론(화란 계통의 A. Kuyper, G. C. Berkouwer, C. Van Til이 대표적)을 넘어 오히려 논쟁은 더 심화 되는 듯하다. 포스트모던 신학자 클락 피녹(Clark H. Pinnock, A Wilderness in God's Mercy: The Finality of Jesus Christ in World of Religious Grand Rapids, Michigan: Zondervan Publishing house, 1992, 181-182.)은 일반 계시를 구원적 가치에 적극적으로 연결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오늘날 일반 계시에 구원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카톨릭 신학의 공식 입장이 되고 있다(Karl Rahner, Christianity and the Non Christian Religions" Theological Investigations, Vol. Ⅴ. Later Writings NY: Crossroad Publishing House Company, 1966, 115-134). 대표적 종교 다원주의자 존 힉(John Hick)은 신적 계시로서의 성경을 포기하고 자연 종교로 돌아가고 있다(John Hick, God has Many Names Philadelphia: Westninster Press, 1982, 79-115).

"오직 성경" 속 자연의 은총과 계시

반 틸(Cornelius Van Til)은 개혁 신학의 특징 가운데 일반 계시의 명료성을 말하나, 타락한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일반 계시로는 누구도 실제적인 하나님을 참된 창조주로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다(Cornelius Van Til, The Reformed Pastor and modern Thought Phillipsburg: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 Co., 1971, 1980, 4-8). 성경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이유다. 우리 인간은 늘 제한을 가진 도구로 하나님을 다룰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하나님의 계시의 불완전이라기보다 분명 인간의 죄성과 그에 따른 교제의 상실 그리고 피조물로서의 인간이 지니는 한계 때문이다. 인간은 오직 부분을 다룰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특수 계시(성경의 구속 계시)가 적용되는 공간은 여전히 창조 세상(일반 계시) 영역이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창조된 우주 안에 하나님이 주시는 계시(啓示)는 인간의 정신 활동 가운데서 제한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

자연 계시를 구속 계시로 연결한 예수 그리스도

예수의 자연 계시도 두 가지 측면 즉 자신이 곧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이시요 동시에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는 구속 계시를 향한 연결 고리를 제공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신론(Deism)의 영향 속에서 '자연에 의존하는 신학이 계시를 뒷받침하기보다 희생시켜 왔다'는 생각이 20 세기 신학을 지배하여 온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세기 신학자들이 자연 계시의 합리성을 알면서도 자유주의 신학자라거나 무지한 신학자라는 공격을 염려하여 자연 신학이라는 언어의 불충분성 때문에 자연 계시의 유용성조차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자연 신학에 대한 바르트의 극단적인 부정적 견해에 대해 바르트의 비판이 (1) 부적절한 성경적 기초에 기초하며 (2) 바르트 자신이 개혁신학의 전통에 있다는 주장이나 칼빈이 자연 신학에 대해 반대자의 입장에 있었다는 견해는 모두 잘못이요 (3) 자연 신학에 대한 바르트의 부정적 태도는 자연과학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고 비판(A. McGrath, 『과학신학』 서울: CLC, 2010, 113-114)한 것은 바로 20 세기 주요 신학에 있어 자연 계시와 자연 신학을 보는 편견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준다.

나가면서(복음의 접촉점)

삼위의 제 2위이신 '창조주 하나님, 예수'가 바라보고 언급하고 사역한 공생애를 통한 창조 계시(자연 계시)는 결국 궁극적 구속 계시로 연결되는 접촉점을 찾는 작업이었다. 이처럼 사도 바울의 창조 신앙도 결국 체계적으로 의도한 작업은 아니었을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개종이전의 히브리적 창조 신앙을 그리스도에게 연결한다. 즉 바울은 기독교 신앙을 정립하는 과정 속에서 창조 신앙을 구속 신앙의 완성을 위한 마중물이요 기초석이요 통전적인 기독교 사랑의 실현으로서의 하나님 계시를 구원론적 종말론적 구원 창조 신앙으로 연결하는 조직적이며 선교적인 작업을 통해, 자신의 창조 신앙을 복음을 전혀 몰랐던 이방인들을 향한 자연스러우면서도 필연적인 논리적 도구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하나님이 택하신 이방인의 사도, 바울의 위대함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평택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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