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창조론의 개혁 방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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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의 ‘욤’과 ‘라키아’의 현대적 해석을 중심으로

허정윤 박사의 새 창조론 쓰기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Ⅲ. '욤'(빛 또는 날)의 현대적 해석

창 1:5 וַיִּקְרָא אֱלֹהִים לָאֹור יֹום וְלַחֹשֶׁךְ קָרָא לָיְלָה וַיְהִי־עֶרֶב וַיְהִי־בֹקֶר יֹום אֶחָד׃. [바이크라 엘로힘 라오르 욤, 베라호셰크 카라 라엘라, 바예히 에레브 바예히 보케르, 욤 에하드] 이 구절은 한글 성경에서 '하나님이 빛을 낮(욤)이라 부르시고 어둠(호셰크: 흑암)을 밤(라엘라)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에레브)이 되고 아침(보케르)이 되니 첫째 날(욤 에하드)이니라'고 번역하고 있다.

앞 구절들에서 창조자 하나님은 그의 영을 보내 지구를 감싸고 있는 물 위를 살펴보셨다. 그리고 흑암에 빛을 있게 하심으로써 빛과 흑암을 나누셨다. 이 구절은 흑암에서 빛을 나누신 하나님이 밤과 낮이 이어지는 '욤'(날)을 제정하시는 모습을 서술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행성들 중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생태계가 지구에만 만들어져 있다는 아주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다.

이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고 창조를 믿는 기독교 신자들은, 하나님이 흑암에 싸여있던 지구에 좋은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빛이 있게 하셨다고 믿지 않을 수 없다. 창세기 저자는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빛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 신자들은 이 구절에 서술된 빛의 의미와 '욤'의 길이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창조자 하나님은 이 구절에서 빛을 '욤'으로 불러 낮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썼다. 이어서 '욤'은 밤을 포함하여 한 '날'을 의미하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창세기 뒤에 이어지는 성경들에는 '욤'이 불특정한 시간(예를 들면, 어떤 사건의 기간 또는 한 시대)을 의미하는 등으로 말의 의미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빛이라는 말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보다 심오한 의미를 내포한 비유로 쓰이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인간의 지적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사물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깊고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약성경을 더 읽어보면 아담과 그의 자손들이 '세상의 빛'으로 만들어졌으나, 창조자 하나님의 창조계획대로 살지 아니하여 '세상의 빛'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신약성경에 이르면 창조자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빛의 특별한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구약성경에서 예언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 빛의 의미를 더 알기 위해서는 창세기에서부터 신약성경에까지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하지만, 지면상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스가랴 14:7에서는 '주의 오심'을 예언하면서 빛으로 표현하고 있다. 히브리어 구약성경의 서술은 '70인 역본'을 통하여 그리스어 신약성경으로 연결할 수 있다. 신약성경에서는 빛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게 된다.

요한복음 1장은 신약성경의 창세기라고 부를 만하다. 여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창조자 하나님과 공동 창조자로 서술되어 있다. 요한은 '태초에(ἐν ἀρχῇ) 말씀(λόγος)이 하나님과 함께(πρὸς τὸν θεόν) 있었으니, 곧 하나님(θεὸς)'이라고 서술했다. 여기서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이어서 서술된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라는 구절을 보면, 요한은 만물의 창조자가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요한은 예수를 '사람들의 빛' (φῶς τῶν ἀνθρώπων)으로 서술했다(요 1:4). 요한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세상의 빛'(φῶς τοῦ κόσμου)이라고 말했고(요 8:12, 9:5, 11:9), 마태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증언했다(마 5:14).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태초에'(ἐν ἀρχῇ)는 창세기의 '태초에'(베레쉬트)와 같은 시기를 말한다. 또한 창세기의 '오르'와 요한복음의 'ㅎ포스'는 동일하게 빛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 이전 태초부터 '세상의 빛'으로 예정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과 공동으로 창조를 계획하고 협의하셨던 사실이 요한복음에 의하여 명백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공동 창조자라면, 사람은 창조되기 이전에 이미 계획되었다는 사실도 입증된다. 그렇다면 흑암을 나눈 빛은 물질적인 빛이 아니라, '세상의 빛'이시고 '사람들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지구에 생태계를 창조하시기 위해 직접 임재하셨다는 사실을 가리킨다는 점도 분명하게 이해된다. 신약성경은 사람들과 세상의 빛이신 그분을 알아보고 그분을 믿는 사람들만이 그와 같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와 같이  성경에서 말하는 빛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일부 신자들은 물질적 빛의 의미인 '욤'의 시간적 길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욤'의 길이를 지구와 우주의 연대 계산에 적용하여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어쨌든 논쟁이 벌어지면 결론을 내야 한다.

'욤'의 길이에 대해서 논의하자면,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창세기에서 처음 나온 빛은 하나님의 물질적 천지창조의 시작 때에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창세기의 첫 마디인 히브리어 '베레시트'(처음에)가 하나님의 천지(우주)창조가 시작된 때를 알려주는 말이다. 그러나 창1:5에서 쓰인 히브리어 '욤 에하드'를 '첫째 날'(the first day)이라고 번역한 성경들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오해의 원인은 '베레시트'와 '에하드'를 동일하게 '처음'의 의미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에하드'는 서수(序數)의 '첫째'가 아니라, 그저 '하나'(one)를 의미하는 기수(基數)이다. 창 1:9에서 물이 '한' 곳으로 모이라는 구절에도 이 말(에하드)이 쓰이고 있다. 하나님에게 '욤 에하드' 그저 일하시는 '하나의 날'(one day)이었을 뿐이다. 서수를 의미하는 '첫째'의 히브리어는 '라숀'(רִאשֹׁון)이다. 이 말은 '베레시트'의 어근이며, 창32:18에서 에서와 야곱의 순서를 말할 때에 쓰였다. 그렇다면 '베레시트'와 '욤 에하드'의 시간적 차이는 어떤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베레시트'는 우주의 창조를 시작한 때를 말하고, '에하드'는 창조자 하나님이 지구에 임재하여 생태계의 창조를 시작한 어느 때를 가리키는 것이다.

만약 창세기 저자에게 이 구절에서 하나라는 기수 '에하드'를 쓴 이유를 묻는다면, 그는 이미 앞에서 '첫째'를 의미하는 '베레시트'라는 말을 썼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라숀'과 '레시트'(앞에 붙인 '베'는 전치사이다)는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데 확고한 증거가 된다.

또한 하나님이 빛을 가장 먼저 창조한 것이라고 오해하면, 창조의 첫째 날에 밤은 없는 것이 된다. 그러면 이 구절에서 서술된 저녁과 아침의 순서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처음에 창조한 빛을 '낮'이라고 규정하였으므로, 빛이 있기 이전의 시간은 첫째 날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첫째 '욤'(날)은 히브리인들의 '욤' 계산 방식과는 다르게 밤이 없는 반쪽 하루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절에서 밤으로 규정한 흑암(호셰크)을 앞의 구절에서 찾아보면, 깊음(테홈: 창1:2) 위에 있다. 그렇다면 빛을 만들기 이전에 이미 밤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글성경은 이 구절(창1:5)에서 '호셰크'를 어둠이라고 오역해놓았고, 그 때문에 첫째 '욤'(날)이 반쪽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 이 '호셰크'(흑암)가 히브리인들의 첫째 '욤'(날)의 밤이며, 그 밤이 태초부터 처음 빛(낮)이 있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히브리어 창세기는 처음에 하나님이 창조에 사용하신 밤(흑암)의 시간이 먼저 있었고, 그 밤의 길이는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시간에 속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논의한 바탕 위에서 흑암과 빛을 나눈 처음 '욤'의 시간적 길이에 대해서 결론을 정리하기로 한다. 처음 '욤'의 밤으로 규정된 흑암에는 하나님이 천지의 창조를 시작하신 때로부터 처음의 빛을 있게 한 때까지의 시간이 포괄되어 있다. 처음 빛('욤', 낮)은 물리적 빛이 아니라, 하나님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하여 지구에 임재하기 시작한 때이다. 현대 우주론에 의하면 물리적 우주의 시공간은 빅뱅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므로 첫째 밤(호셰크)은 빅뱅에서부터 지구에 처음 빛('욤', 낮)이 나타나기까지 매우 길었던 시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과학에서 계산하는 우주와 지구의 연대에 시비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기독교 신자들이 창세기에 나오는 6개의 '욤'의 길이를 멋대로 해석하여 우주와 지구의 나이가 젊었느니, 늙었느니 하고 논쟁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를 잘못 이해한 것을 자랑하는 어리석은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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