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봄처럼 꿈을 지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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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사계절, 춘하추동(春夏秋冬)은 모두 나름대로의 근원과 기도와 교훈이 있다. 그러나 봄은 희망이요, 개척이요, 씨뿌림이며 시작이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심으면 팥 나고, 안 심으면 안난다. 아니 풀 난다. 그래서 심는 게 중요하다.

① “보드라운 손길이 쓰다듬고, 응축된 눈물이 대지를 적셔야만, 새순이 솟아나온다./ 화사한 능선에 얼핏 현혹되어,섣부르게 치마 올리고 ,옷고름 풀지는 말았으면/ 가슴을 열고, 오롯한 씨앗을 품어주는 것은, 투명한 햇살과 초록 숨결뿐이다(임영준/ 봄 주의보).”

②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딸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조병화/ 해마다 봄이되면).”

③ “새벽에 나와, 밤에 기어들고, 때때로 외지에 나가, 내 전심전력 쏟으며, 영토를 넓히고 있을 때, 울안의 나무란 나무, 풀씨란 풀씨 모두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느니

바람 불면 손을 흔들거나, 눈 쌓이면 어깨를 늘어뜨려, 평온을 위장한 채, 거사를 획책하고 있었으니, 그때 일신상의 화급한 문제로, 집을 비웠다가 돌아온 날 정오, 울안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졌느니

철쭉꽃, 애기사과꽃, 새싹이란 새싹, 모두가 일제히 발을 굴러, 그해의 봄은, 둑 터진 강물이었느니(주근옥/ 그 해의 봄).”

④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김소엽/이른 봄의 서정).”

⑤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라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천상병/ 봄을 위하여).”

⑥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어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튀어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오세영/ 봄은 전쟁처럼).”

⑦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끝내/ 그 눈부신 연분홍빛 웨딩드레서 벗어던지고/ 연초록빛 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나태주/ 벚꽃이 훌훌).”

⑧ “보고 싶어도/ 꾹 참기도 한다./ 저 얼음장 위에 던져 놓은 돌이/강바닥에 닿을 때까지는(안도현/ 봄이 올 때까지는).”

모든 것이 그렇듯, 봄은 시작(출발)의 절기다. 신춘(新春)은 신년(新年)이요, 입춘(立春)이다.

봄의 씨뿌림이 없으면 여름은 한가하고 가을은 쓸쓸하며 겨울은 허무하다.

봄의 씨뿌림이 있어야 여름은 분주하고 가을은 동요하며 겨울은 보람을 거둔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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