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창조론의 개혁 방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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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의 ‘욤’과 ‘라키아’의 현대적 해석을 중심으로

허정윤 박사의 새 창조론 쓰기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Ⅴ. 넷째 날의 '라키아'(궁창)와 광명들(2)

2. 넷째 날 창조의 문자적 해석의 문제점

모세의 창세기 1:15절 וְהָיוּ לִמְאֹורֹת בִּרְקִיעַ הַשָּׁמַיִם לְהָאִיר עַל־הָאָרֶץ וַיְהִי־כֵן׃ [베하유 라메오르트 베레키아 하샤마임 레하이르 알하아레츠, 베예히=켄]에 의하면 이 구절에서 광명들이 하늘의 궁창에(베레키아 하샤마임) 있어 땅을 비추라고 명령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의 명령이 그대로 이루어졌다고 찬양하는 후렴구 때문에 '베레키아 하샤마임'에 대한 해석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 구절의 모순적 서술에 대해 고대 히브리인들처럼 '문자 그대로의' 해석 방법을 따른다면, 기독교에 치명적인 한 가지 문제가 부각된다. 앞의 [참고 자료] 그림과 같이, '베레키아 하샤마임'의 광명들이 라키아(궁창) 밑에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도 모세가 창세기에서 서술한 '라키아'의 실체가 '과학적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라키아'가 왜 보이지 않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구의 하늘에서 '라키아'의 실체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라키아'의 존재가 '과학적 사실'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일부 기독교 창조론자들로 인하여 기독교는 '라키아'의 존재를 현대인들에게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기독교가 직면하게 되는 치명적인 문제는 '라키아'의 존재 여부에 따라 그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존재와 그것을 서술한 창세기의 사실성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모세가 서술한 '라키아'가 현재에는 보이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면, '라키아' 위에 있던 물이 쏟아져 내렸다고 하는 노아의 홍수 때에 '라키아'도 없어졌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세는 노아의 홍수 때에 '라키아'에 있는 '하늘의 창들이 열려'(창 7:111) 40일 주야로 비가 내렸다가 '하늘의 창들이 닫혀'(창 8:2) 비가 그쳤다고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성경에서 '라키아'가 없어진 기록은 창세기를 비롯하여 성경 전체를 뒤져보아도 발견되지 않는다. '라키아'에 대하여는 현재 지구의 하늘 어디에서도 그 존재가 발견되지 않고, 과거에 '라키아'가 존재했었다는 역사적 흔적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라키아'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모세의 서술에 의하여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 안에서만 존재했던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현대우주론을 알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모세에 의하여 광명들이 '라키아'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서술된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을 아직도 '과학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모세의 '라키아'에 대한 서술이 과학적으로 또한 '문자 그대로' 정확무오한 사실이므로 그대로 믿지 않으면, 진정한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억지 주장을 하는 일부 신학자나 목회자, 또는 창조론자들이 없지 않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일부 신자들(특히 젊은이들)은 반감을 갖고 교회를 떠나거나, 유신진화론자가 되는 길을 택하게 된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기독교를 무지의 종교라고 배척하면서 우리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존재까지도 불신하게 된다. 왜냐하면 모세가 창세기에서 서술한 '문자 그대로의' 우주를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말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알고 있는 우리우주와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3. 천동설을 믿게 한 '라키아'

로마가톨릭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를 1633년 종교재판에서 가택연금에 처하는 판결을 내리고, 그를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박해했던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독교 전체의 역사적 과오이자 수치이다. 전통적으로 유대교인들은 모세가 서술한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을 믿었고, 초기 로마가톨릭교회가 구약성경에 수록된 '토라'에 의하여 천동설을 믿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믿음의 핵심은 '라키아'에 있는 길을 따라서 별들과 태양과 달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이다. 모세가 태어나서 왕자로 양육되었던 고대 이집트에서도 그들의 신화에 따라 천동설을 믿었다. 이집트에서 살았던 모세와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이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쨌든 로마 가톨릭교회는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자료에 의하여 지동설이 '과학적 사실'로 밝혀진 이후에도 천동설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교황 바오로 2세가 공식적으로 천동설을 버리고 지동설을 인정한 것은 1977년 발사된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호가 사진과 관측 자료를 보내오면서, 태양계의 시스템이 완전히 밝혀진 1996년에 이르러서였다. 바오로 2세는 지동설을 인정하면서 갈릴레오를 사면하고 역사적 과오를 사과했다.

이후 모세의 창조론을 믿지 못하게 된 로마가톨릭교회는 다윈주의 유신진화론을 수용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이런 과정은 로마 가톨릭교회가 창세기 저자 모세의 모순적 서술을 별 생각 없이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가 초래한 참사였다. 잘못된 천동설이 믿음의 핵심에 자리 잡게 만든 것이 바로 '라키아'다.

모세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라고 서술한 '라키아' 때문에 잘못된 천동설을 믿었던 사람들의 믿음을 창조자 하나님은 칭찬하셨을까? 개혁교회 신자들은 누구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교회 신자들이 아직도 모세의 모순적 서술을 '문자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믿는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종교의 경전도 '과학적 사실'이 아닌 서술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그런 서술을 가진 경전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감출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모순된 서술을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세상에 떠들면서 스스로 드러낼 필요도 없다.

각 종교는 그런 서술에 대해 침묵하거나, 그냥 지나치거나, 또는 비유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으로, 그 책임이 신앙의 대상이신 분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각 종교의 핵심은 신앙의 대상이신 분이 신자들에게 가르치는 삶의 길이다. 기독교 신앙의 대상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삼위일체적 하나님이시다. 현대 기독교는 이제 창세기의 '라키아'의 모순적 서술에 대해서는 모세가 망원경을 가지고 관찰한 것도 아니고, 창조자이신 하나님이 모세에게 일일이 설명하신 것도 아니라는 관점에서 대안적 해석을 찾아야 한다.

기독교는 이제 '라키아'는 '과학적 사실'이 아니며,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모세에 의하여 서술된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 안에서만 존재했던 것이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기독교의 창조론은 그 바탕 위에서 개혁적으로 다시 써야 한다.

Ⅵ. 창조론의 개혁 방향

1. 기독교가 버려야 할 창조론

1860년대에 미국에서 진화론 비판의 선봉에 나선 것은 안식교회(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였다. 안식교회는 설립 이전부터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를 주장하는 근본주의 집단으로 예수의 재림과 환난이 닥칠 시기를 몇 번이나 예언했다가 모두 빗나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안식교회는 지금도 신자들에게 예수의 재림과 말세의 환난에 대비하여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택하도록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바람에 미국을 제외한 곳에서 개혁교회는 대개 안식교회를 이단 교파로 인식하고 있다.

어쨌든 안식교회 창립자인 엘렌 G. 화이트(Ellen G. White)는 하나님의 창조가 노아의 홍수까지 창세기의 서술과 똑같이 진행되는 환상을 보았다고 설교했다. 조지 맥그리디 프라이스(George McGready Price)가 화이트의 설교에 근거하여 진화론을 비판하는 『신지질학』(1923)을 저술했다. 『신지질학』은 진화론을 비판하는 방법으로 지구의 나이 6,000년설(젊은 지구론)과 노아홍수 단일격변설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제임스 어셔의 연대표에 따르면, 지구는 우주와 함께 BC. 4004년에 창조되었고, 노아의 홍수는 BC. 2348년(어셔의 창조연대 1656년)에 일어났다. 『신지질학』에 의하면 현재 지구의 지층은 노아의 홍수에 의하여 단번에 현재 모양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신지질학』은 '홍수지질학'으로 불리기도 한다. 프라이스의 '홍수지질학'은 오랜 연대를 주장하는 기존의 지질학을 무너뜨리면, 역시 오랜 연대를 토대로 하는 진화론도 무너지리라는 논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홍수지질학'은 '욤'과 '라키아'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지질학의 비판에 성공하지도 못했고, 진화론 비판에는 아예 실패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신지질학』은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창세기에 서술된 노아홍수를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보증한 화이트의 설교에 힘입어서 안식교회의 창조론이 되었다.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집단으로 입증된 안식교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혁교회 일부 신자들은 왜 로마 가톨릭교회마저 이미 버린 모세의 우주관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개혁교회는 진화론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헨리 모리스(Henry M. Morris)가 쓴 『창세기 대홍수』(1961)의 창조과학적 창조론을 가지고 진화론에 대항했다. 그러나 모리스의  『창세기 대홍수』는 프라이스의 '홍수 지질학'을 거의 그대로 편집한 것이었으므로 정상적인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경을 올바로 해석한 것도 아니다.

결국 개혁교회의 창조론은 안식교회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은 성경의 판본조차 보지 않고 '문자 그대로' 묻지마 식 문자적 해석을 강변하면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은 사실이 아닌 '라키아'의 실체를 옹호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까지 부정하고 있다. 그런 행동은 일반 신자들 앞에서 성경과 과학을 동시에 왜곡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현대에 이르러서 개혁교회의 창조과학적 창조론은 진화론 비판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고, 과학계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외면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창조를 과학과 연결시켜 서술하려면,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과학을 부정하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론이어서는 아니 된다.

창조론은 과거의 오류를 점점 정밀하게 수정하면서 과학과 더불어 계속 발전하는 학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개혁교회는 안식교회처럼 모세의 우주관을 '과학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적 창조론이 도그마로 변질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개혁교회는 창세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왜곡된 안식교회 창조교리를 답습하는 창조과학적 창조론을 버리고, 진정한 개혁주의적 창조론을 발전시켜야 한다.

2. 성경이 가르쳐주는 방향

모세의 모순적 서술에 대해 성경은 창조론 개혁의 방향과 그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사야에 의하면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위하여, '새 하늘과 새 땅(שמים חדשים וארץ חדשה: 샤마임 하다심 베아레츠 하다사)을 다시 창조하실 것이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사65:17). 여기서 '이전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바로 모세가 서술한 하늘과 땅을 가리킨다.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 이 말씀에 의하여 모세가 이전에 해와 달과 별들이 매달려 있고 그 위에 물을 담고 있다고 서술한 '라키아'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세의 '라키아'는 잊어버리고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하나님의 날이 임하면 뜨거운 불에 타서 하늘은 풀어지고 물질은 녹아서 땅의 모든 일이 드러나리라고 예언하면서, '그(예수 그리스도)의 약속대로 의가 있는 곳인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라고 권유하고 있다(벧후 3:13). 여기서 풀어질 하늘과 물질이 녹아질 땅은 모세의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사야와 베드로의 예언에 의하면, 하나님이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기에 앞서 모세의 하늘과 땅은 먼저 사라져야 할 것들이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쓴 요한은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고 말하면서, 하나님께로부터 새 예루살렘도 내려올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계21:1-2). 요한에 의하면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계 21:4)으로 만물을 새롭게 하시고(계21:5), 이기는 자들이 상속으로 받게 하시니(계21:7),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계217)이 될 것이다.

요한은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가야 하나님이 만물을 새롭게 하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만물을 새롭게 하실 수 있도록 모세에 의하여 서술된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은 버려야 한다. 요한에 의하면 새 예루살렘 성 안에는 하나님과 그 어린 양이 성전이 되므로 성전이 따로 있지 않다고 했다. 또한 그곳에는 하나님의 영광이 비치고 어린 양이 그 등불이 되므로 해나 달의 비침도 쓸 데 없고 21:23), 밤도 없다(계21:25). 요한에 의하면, 그곳에는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나 가증한 일 또는 거짓말하는 자는 결코 들어가지 못하고 오직 어린 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만 들어간다(계21:27).

이사야를 뒤이은 선지자 예레미야에 의하면 여호와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렘29:11)을 이미 가지고 계셨다. 그 소망은 이사야가 말한 '새 하늘과 새 땅'이다. 그러나 신약성경은 유대인들이 그 소망을 받지 않았으므로 이방인에게 소망이 주어지게 되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방인들이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을지라도, 새 하늘과 새 땅, 더욱이 새 예루살렘에 들어가는 소망을 성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 창조론은 '이전 것'에 속하는 모세의 옛 하늘과 옛 땅을 모두 버리고 미래를 향한 관점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 창조론은 과학적 사실과 다른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있는 곳' 즉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기독교인들이라면, 누구나 생명책에 기록되어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살아가는 소망을 갖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그런 소망을 위해 버려야 할 '이전 것'들을 버리지 못할 이유 또한 어디에 있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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