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창조론의 개혁 방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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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의 ‘욤’과 ‘라키아’의 현대적 해석을 중심으로

허정윤 박사의 새 창조론 쓰기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Ⅵ. 창조론의 개혁 방향(2)

3. 개혁적 관점에서의 창조과학적 창조론 비판

돌이켜 보면 1517년부터 시작된 종교개혁 운동의 실상은 로마가톨릭 교황이 가진 성경해석의 독점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뒤이은 과학혁명의 불길은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가 로마가톨릭교회의 탄압을 피하려고 그의 사후에 출판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1543)에서 주장한 지동설에 의하여 점화된 것이었다.

두 개의 혁명세력은 당시 지배세력이던 로마가톨릭교회의 억압에 눌려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었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의 무서운 탄압에도 물구하고, 두 개의 혁명운동은 삭으라들지 않았다. 당시 로마가톨릭교회의 천동설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에 의하여 옛 하늘과 옛 땅의 '라키아'에 매어 있던 것이었으므로 종교개혁자들에 의하여 개혁되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종교개혁자들은 과학혁명의 도화선이 된 지동설이 장래 기독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단지 성경의 문자적 해석과 지동설이 모순된다는 이유에서 지동설을 무시했다.

종교개혁자들은 교황이 가지고 있던 성경해석의 독점권을 아무나 누릴 수 있는 만인사제설의 자유권에 넘겨주었다. 만인사제설이 교리가 된 개혁교회에는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읽는 이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 되었지만, 로마가톨릭교회와는 다른 문제가 새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종교개혁가들이 만인사제설과 함께 주장했던 '오직 성경'(Sola Scriptura)과 성경무오설은 어떤 판본의 성경과 누구의 해석이 무오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히브리어본의 문자적 해석이 기준으로 제시되었지만, 그것은 히브리어본의 '사실성의 문제'와 각종 번역본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봉책 수준이었다. 그래서 개혁교회는 지도자에 의하여 선택된 성경과 그 해석의 방향에 따라 숱한 분파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런 현상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개혁교회 내의 창조론 논쟁도 결국 그 연장선상에서 파생된 것이다.

종교개혁자로서 개혁적 신학을 가장 잘 서술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독교 강요』의 저자 칼빈(Jean Calvin)은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는 말로 중단 없는 종교개혁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말에는 또한 교회일치를 위해 분파적 성경해석을 경계하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러나 청교도 이민자들의 주도로 미국 건국(1776)이 성공하자, 개혁교회에서 칼빈의 경고는 잊어진 것이 되었고, 교회의 부흥은 오히려 종말론에 빠져들어 예수의 재림과 종말의 심판이 주제가 되었다.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되면서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다윈주의자들의 등장은 기독교와의 논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특히 영국 국교회가 채택해서 KJV 관주성경에 실렸던 어셔 주교의 'BC 4004년 창조설'은 다윈의 진화론과의 논쟁에서 점차 모순을 노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점점 다윈의 진화론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교회 내에서 다윈주의자 또는 유신진화론자로 불리게 되었다. 나아가 유물론과 결합한 무신진화론자들은 기독교를 근본적으로 말살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결국 무신진화론자들의 도전과 압박에 직면한 기독교의 운명은 패배하면 사라져야 하는 막다른 처지에 빠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전선의 최전방에 나서야 하는 것이 창조론이다. 개혁교회의 창조론이 바로 그런 책무를 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과 첨단과학이 주도하는 현대에서 무신진화론에 승리하지 못하는 창조론이라면, 그것은 기독교의 미래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것이 바로 창조과학적 창조론을 개혁교회가 개혁해야 할 이유이다.

이제 개혁교회 창조론이 무신진화론에 이기는 길을 가기 위해서라면, 공인된 '과학적 사실'의 수용과 성경해석 방법을 바꾸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하나님은 성경에 이미 그런 일에 대비해서 창세기의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을 버리고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을 창조한다는 계시를 보여주셨다.

그렇다면 그동안 안일하게 창조과학적 창조론에 머무르면서 성경에 계시된 길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일부 개혁교회 지도자들과 신학자들, 그리고 신자들은 지금이라도 기독교를 위해 창조과학적 창조론을 버리는 개혁적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첨단과학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과학적 체계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에서는 무엇이든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독교에서 이러한 시대정신에 가장 역행하는 부분이 아직도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적 창조론이다.

창세기는 모세가 주전 약 1,500년경에 쓴 것으로 당시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욤'의 잘못된 해석과 '라키아'를 과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무신진화론자의 공격에 방어 불가능한 치명적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런 주장들로 인하여 독실한 기독교인들조차 자녀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현대에서 '라키아'가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그에 대한 사실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현대 포스트모더니즘과 첨단과학 교육환경에서 자란 세대들은 이전 세대들과 달라서, 사실이 아니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독교가 진화론의 득세를 이겨내고 미래에도 존속하려면, 가장 먼저 창조론을 개혁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4. 기독교 창조론의 알파와 오메가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기독교 창조론은 알파와 오메가의 두 가지 목적을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 창조론의 첫째인 알파는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창조를 부정하는 무신진화론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종류별 창조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이다. 창조론의 둘째인 오메가는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신자들에게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있는 곳, 즉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서 살아가는 소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혁교회 창조론의 알파는 창조의 증거물인 자연에 대해 사실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고, 오메가는 올바른 성경해석의 기초 위에서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을 설명하는 것이다. 알파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하나님의 창조 방법에 대해서 과학적 사실과 성경을 비교 연구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발견되면, 다시 비유적으로 해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진화론에 대해서는 최신 가설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으로 세밀하게 검토하고, 여리고성처럼 무너질 때까지 반론하는 일을 계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오메가의 목적 성취는 성경에서 계시한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있는 곳, 즉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시겠다고 약속하신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대한 소망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창조론의 알파와 오메가에 대한 연구는 동시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별개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두 하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창조의 알파와 오메가는 바로 삼위일체적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하신(실) 일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알파는 하나님의 창조를 서술한 창세기로 시작하고 오메가는 하나님에 의하여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이 새로 창조된다는 요한계시록의 예언으로 끝나는 것이 바로 그런 사실을 말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누구나 우주만물의 알파와 오메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있는 곳, 즉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한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창조론은 창조의 알파와 오메가를 통섭적으로 논의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독교의 새 창조론이 되는 것이다.

현대 기독교의 창조론이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학적 사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과학을 부정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하는 창조과학적 창조론은 개혁교회에서 이제 그만 종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은 그동안 현대과학이 이룩한 현대문명의 거대한 실상을 보면서도,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안식교회의 창조론 교리를 답습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현대과학에 의하여 발전한 첨단 의료기술과 통신기술 등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들의 '문자 그대로'의 성경해석과 모순되므로 과학법칙이나 공리(公理)까지 틀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은 이제 그런 주장들이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기독교의 창조론은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에 공명하는 과학적 이론의 실상을 소개함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신뢰를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성경에는 모세가 서술한 옛 하늘과 옛 땅은 버려질 것이고,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있는 곳인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을 새로 창조하실 것이라고 예언되어 있다.

개혁교회에서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과 과학적 창조론을 믿는 신자들은 왜 이런 성경 구절들은 알지도 못하고 있는가? 이제 기독교의 창조론은 하나님이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을 창조하실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을 가지게 하는 새 창조론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다.

Ⅶ. 결론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처음 말씀에 의하여 빛이 나타나서 첫째 '욤'이 되었다. 그 '욤'은 사실 지구에 임재하신 창조자 그리스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경에서 '욤'은 물리적으로는 낮을 가리키는 말과 날(일자)을 가리키는 말, 또는 불특정 긴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 여기서 창세기의 처음 '욤'이 24시간의 하루(일자)를 의미이며, 이때부터 창조연대가 시작되었다고 해석하는 창조과학적 창조론의 오류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창조연대가 빛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석한다면, 하나님이 그 빛을 낮이라고 규정하셨으므로, 첫째 날에는 밤이 먼저 나오는 히브리인들의 일자 계산법과 달리, 밤이 없게 된다. 첫째 '욤'에 밤이 없다고 하면, 반쪽짜리 날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이 '호셰크'(흑암, *한글성경에는 어둠이라고 오역되어 있다)를 밤이라고 칭하셨다고 서술함으로써 히브리인들의 일자 계산법과 일치하게 빛(낮)의 창조 이전에 밤이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서술하고 있다.

히브리어 창세기에서 첫째 '욤'(날)의 밤에 해당하는 '호셰크'를 찾아보면, 창1:2절의 깊음(테홈)위에 있었던 흑암(호셰크)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 '호셰크'는 태초의 천지장조 때부터 시작한 밤이었으며, 인간으로서는 그 시간적 길이를 알 수 없는 첫째 날의 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과학적 창조론자들이 창세기의 '욤'을 모두 24시간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경을 왜곡되게 해석한 것일 뿐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리우주와 이 지구의 역사에는 창세기에서 모세가 서술한 '라키아'가 존재하지 않았다. 기독교가 현대인들에게 계속 우리가 살고 있는 하늘과 땅에 '라키아'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기독교의 하나님이 우리 우주의 창조주라고 믿을 사람이 점점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적 사실'로 드러난 우리우주의 모습과 '라키아'가 있는 창세기의 우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키아'는 사실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에서만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창세기의 '라키아'는 저자 모세에게 그 책임이 귀속되는 모순적 서술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하나님은 먼저 구약성경에서 이사야를 통해, 그리고 신약성경에서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 '이전 하늘과 이전 땅을 버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신다'고 말씀하셨다. 개혁교회 신자들이 이제까지 모세가 서술한 옛 하늘과 옛 땅의 창조론을 그대로 믿었던 것은 안식교회의 창조론 교리를 답습한 창조과학적 창조론에 원인이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에 알파와 오메가를 계시하고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창조론의 알파는 무신진화론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창조를 입증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오메가는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 곧 예수님이 약속하신 그의 '의가 있는 곳'을 믿는 믿음과 소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의 새 창조론은 진화론을 무너뜨리는 노력과 병행하여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소망을 논의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혁교회 기독교인들은 이제까지 창조론의 알파와 오메가의 목적 수행에 실패한 옛 창조론을 버리고,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쓰는 새 창조론으로 바꿔야 한다.

다시 정리하면 기독교 창조론은 알파와 오메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의를 사모하는 기독교인들이 그가 주신 새 계명에 따라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면서, 하나님이 새로 창조하실 새 하늘과 새 땅과 새 예루살렘에서 살아가는 소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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