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시를 읽어야 봄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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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완전히 봄이 무르익는 시간이다. 청명, 한식은 식목(植木)의 적기이고 곡우도 농사에 중요한 절기이다. 농촌에서는 거의 낮시간을 농토에서 보내게 되는 달이다.

옛날에는 초조목피니 보리고개니 하는 배고픈 경험의 달이기도 하다. 해는 길고 배는 고프고 일은 많이 하니까 매우 고달픈 달이기도 하였다. 이제는 시인들의 촉촉한 시를 통해 윤택한 인간 삶을 구가해 보자.

① “그럴싸 그러한 지 솔잎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밭아래 들려다/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라/ 내 생각 엉 기울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본들 어떠리”(정인보/ 조춘)

② “송찻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박목월/ 윤사월)

③ “사춘기 시절 등굣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그 계집에,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자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 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 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 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가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정일근/ 4월에 걸려온 전화)

④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 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 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 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정애정/ 4월 비빔밥)

⑤ “절을 에워싼 산빛이 수상하다/ 잡목 사이로 여기저기 펄럭거린 진달래/ 담청 엎질린 것 같다/ 등산로를 떠나 한 무리/어린 여자들이 내려와서 마을쪽으로 사라진다/ 조용하라, 조용히 하라, 마음이여/ 절을 에워싼 산빛이 비릿하다”(문민수/ 4월)

⑥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 사는 동기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서로를 무시하지 않는다/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한승수/ 4월)

⑦ “바람의 힘으로, 눈 뜬 새싹이 나풀거리고/ 동안거 끝낸 새 잎이 파르르/ 목단꽃 같은 웃음 사뿐사뿐 보낸다// 미호천 미루나무는, 양 손 흔들며 환호하고/ 조치원 농원에 옹기종기 박힌, 복숭아나무는 복사꽃 활짝 피우며/ 피안대소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화는, 사천왕처럼 눈망울 치켜뜨고/ 약동의 소리에 귓바퀴 굴린다// 동구 밖 들판에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가/ 아장아장 걸어 나와, 미각 돋우다 추파 던지고/ 둑방길에는 밥알같은, 조팝나무 흐드르러지게 꽃을 피운다”(반기룡/ 4월)

농익은 봄 기도에 새로운 소망, 새로운 출발에 하늘의 축복도 함께 한다. 이제 하나님이 준 자연은 싱그럽고 아름다우니, 그 안에 사는 우리 인간들만 좀 더 착하고 둔하고 멋있으면 되겠다.

같은 시대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끼리 사랑하고 아끼기를 힘써야 한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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