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은 있는데 교사 인권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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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특별기고] 중학교 교사 육진경

▲육진경 교사가 과거 스승의 날 때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육진경 교사 제공

▲육진경 교사가 과거 스승의 날 때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육진경 교사 제공

요즘 학교에는 인권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때 인권이라는 말을 교사에게 무기로 사용한다. 교사에게는 무섭고 두려운 말이 되었다. 복장 지도를 할 때, 생활 지도를 할 때, 또 예고 없이 학생들에게서 이 말을 들을 때 교사들은 참으로 심란하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참으로 사람을 위한 권리인 인권이라는 말이 왜 공격적으로 들리는 것일까?

학교마다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학교 규칙을 바꾸라는 교육청의 공문이 내려와서 학교 규칙을 바꾸기 위한 공론화(?) 작업이 한창이다. 사실 학교 규칙은 교육청의 지시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학교 공동체인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교육청이 낄 자리가 없다. 교육청은 각 학교가 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지원청이라고 이름 부르지 않는가? 그런데 교육청의 지시와 협조로 학교 교육은 점점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얼마 전 학교 직원회의 시간에 수석 교사 선생님이 ' 학생인권조례 바로알기'라는 제목으로 연수를 하였다. 학생도 사람이기에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앉아서 듣고 있다가 마이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의가 끝난 후 앞에 나가서 발언하였다.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받았는지 제가 당한 사례를 예를 들어 말했다. 그 당시(2016년 12월) 서울시교육청이 보낸 공문으로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매우 당황하셨고 동료 교사인 저의 교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 학생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교사의 수업권이 침해되었는지, 그리고 저 스스로 변호사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소명하고 싸운 이야기를 했다.

다들 놀라고 숙연해졌다. 전교조 선생님들의 불편한 기색은 있었지만 당사자가 입을 열었기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올해 새로 오신 생활부장 선생님이 "뭐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합니까?"라고 질문하셨다. 저는 "제 수업을 듣고 '찝찝했다'라고 느꼈다는 것이 전부였다"라고 대답했다. 모두들 기가 막혀했다. 저는 이 일로 외롭고 힘든 수 개월을 보냈다고 했더니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더욱 집중하였고 저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기도 하셨다.

사실 학생인권조례에서 말하는 인권은 잘못된 개념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말하는 인권은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즉 대립 구조에서 약자에게만 부여되는 인권이다. 학교 내 구성원을 강자와 약자로 나누고 선생님을 강자, 학생은 약자로 보고 학생에게 인권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은 갈등 관계가 아니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관계이지 억압하고 투쟁하는 대상이 아니다.

교사인 나는 오늘도 학생들을 억압하러 학교에 가는가?
학생들은 피억압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등교하는가?
누가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과 나를 갈등 관계로 만들었을까?
왜 교사에게서 아이들을 빼앗아 대적하게 만들었을까?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의 작은 허물을 덮을 줄 아는 인격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이런 대립 구조에서 나온 말들이 최근 학교에 스며들고 있다. 학생 인권, 노동 인권, 성 인권, 아동 인권, 여성 인권, 소수자 인권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러한 인권은 보편적 인권이 아니다. 인권(HUMAN RIGHTS)은 모든 사람에게, 사람이기에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다. 사회를 대립 구조로 보고 약자라고 지칭되는 일부 사람에게만 특별하게 적용되는 인권은 보편성을 상실한 개념으로 옳지 않다.

교사인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게 하고 주눅들게 하는 것이 진정 학생을 위한 일이고 진정한 교육일까?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나에게는 물음표만 더욱 많아진다. 일 년 중 가장 어색하고 학교 가기 싫은 날이 사실은 '스승의 날'이다. 노동자도 아니고 노동자가 아닌 것도 아닌, 교사인데 격에 맞지도 않은 것 같은, 감히 쓸 수도 없을 것만 같은 '스승'의 날이라니! 그저 그날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다. 많은 선생님들은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기를 바라기도 하신다.

인권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 교사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저런 행동은 신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볼 때 한숨만 나온다. 체벌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이제 남은 것은 상벌점제인데 벌점을 주는 것도 따지고 들면서 이것도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살펴보면 학생의 권리를 22개로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제6조(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제8조(학습에 관한 권리), 제9조(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자율학습, 방과 후 학교 등 정규교육과정 외의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제10조(휴식권), 제11조(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다양한 문화활동을 누릴 권리, 이를 위해 행·재정 지원을  받을 권리, 제12조(개성을 실현할 권리), 제13조(사생활의 자유 )-소지품과 사적 기록물, 사적 공간, 사적 관계 등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 침해되거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 제14조(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제15조(개인정보를 열람할 권리 등), 제17조(의사 표현의 자유)-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 의견을 존중받을 권리, 서명이나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모을 권리, 제18조(자치활동의 권리), 제19조(학칙 등 학교규정의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 제20조(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 제21조(학교복지에 관한 권리), 제22조(교육환경에 대한 권리), 제23조(급식에 대한 권리), 제24조(건강에 관한 권리), 제25조(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제26조(권리를 지킬 권리) 인권을 옹호하고 자기나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참여할 권리, 제27조(상담 및 조사 등 청구권), 제28조(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빈곤 학생, 장애 학생, 한부모가정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성 소수자, 근로학생 등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보장

▲육진경 교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육진경 교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러나 학생의 책무는 단 2개 조항뿐이다.

제4조 ⑤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하여야 한다.

학생이 교육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는 존재로 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교육공동체의 합의나 공론화가 없이 조례로 제정하면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교사의 수업권에 대한 것은 1조항 뿐이다.

제4조 ③교육감 및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을 위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학생에게는 방종에 가까운 권리를 주고 있어서 학교 현장에 모두 적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인데 교사의 수업권 보장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최근 교사들은 정신적, 물리적인 학생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서 교권 침해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올라오곤 하지만 교사들에게는 사후 교권위원회를 열거나 심리 상담 정도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학교에는 학생 인권은 있는데 교사의 인권은 없다. 보편적인 인권 개념이 아닌 인권이 학교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교권이 무너졌는데 교육이 제대로 되리라고 기대하시는 분이 있을까? 권위가 무너진 교사에게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어제도 나는 사랑스런 우리 반 친구들이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해서 학교에서 2시간 상담하고 퇴근 후에도 2시간 상담했다.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며칠 동안 나도 마음이 너무나 힘들고 몸도 지쳤었다. 잘 화해하고 오늘 아침 등교하는 우리 반 학생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정말 즐겁고 기뻤다. 이렇게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교단을 지키고 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오월에 그릇된 인권 개념을 배워 어른들에게 칼날을 휘두를 다음세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누군가는 깨어 있어서 바른 소리 옳은 말을 다음세대에게 전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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