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박사의 새 창조론 쓰기
6. 생명에 대한 과학의 도전과 한계
그동안 인공적으로 살아있는 원핵세포를 만들어 생명의 물질적 기원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무신진화론자들은 모두 실패했다.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은 원핵생물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저절로 우연히' 수없이 많은 단계의 자연선택을 거쳐 최고의 생물로 진화한 존재이다.
그러나 진화론자들은 생물의 각 세포에 들어 있는 DNA와 RNA, 단백질, 그리고 신체 각 부위와 연결하여 그 기능을 빠짐없이 조절하는 생명 진화의 미로(迷路)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1908년 영국의 수학자 G. H. 하디와 독일의 의사 W. 바인베르크는 교배가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집단에서 우성형질과 열성형질의 발현 비율은 세대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법칙을 각각 발견했다. 그 법칙은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으로 불린다. 그 법칙에 의하면 외부적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각종 생물의 유전형질은 증가되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아주 희귀한 유전형질도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낸 것으로 유명한 줄리언 헉슬리(Julian Huxley)는 1942년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유전법칙을 종합하여 『현대진화이론』을 출판했다. 여기에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를 비롯한 진화론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현대진화이론(종합설)' 그룹을 형성했다.
그러나 '현대진화이론(종합설)'은 멘델의 유전법칙과 하디-바인베르크 유전법칙을 왜곡한 것이다. 사실 그 법칙들에 의하면 조상의 유전형질을 벗어나 새로운 유전형질이 추가되거나 삭제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1) 집단에서 진화는 증명되었나?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통계학에 기초한 집단유전학에서 무신진화론자들은 집단의 유전자풀(pool)이 자연선택과 돌연변이 등의 외부적인 힘에 의하여 유전법칙들을 깨뜨리고 진화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유전학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외부적인 힘은, 하디-바인베르크의 유전법칙과 달리 무작위적이 아닌 작위(선택)적인 교배를 의미한다.
집단에서 배우자의 선택적 교배가 어떤 경향성을 가진다면, 그것이 선택압으로 작용하여 어떤 형질이 발현되는 경향성도 따라서 발현될 것이다. 그런 경향성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 집단 내에서 특정 유전형질의 발현 빈도를 높이게 되고, 따라서 그런 유전형질을 가진 그룹은 집단 내에서 다른 종으로 분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집단에서 배우자의 선택압에 의하여 어떤 경향성을 가진 유전형질이 다른 종으로 분화할 수 있을 정도로 변이된 사실은 관측되지 않았다. 관측된 약간의 변이는, 멘델과 하디-바인베르크의 유전법칙에 의하면, 다만 잠재되었던 희귀 유전형질의 발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20세기 말이 되자 진화론자들은 집단에서 진화를 증명하기 위하여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다. 리처드 렌스키(Richard E. Lenski)는 1988년 2월부터 대장균을 12개의 집단으로 나누어서 '대장균의 장기간 진화 실험'(E. coli Long-term Experimental Evolution Project)을 시작하고 진화의 발생을 관찰했다.
2017년 60,000세대 이상을 관찰한 렌스키 연구팀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만 시트르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던 대장균이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도 시트르산(구연산, 枸櫞酸)을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중요한 적응을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한 적자생존 현상일 뿐이며, 멘델과 하디-바인베르크의 유전법칙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장균은 여전히 대장균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손에 나타나는 유전변이는 유전법칙들에 따라 조상의 유전형질에서 우성과 열성이 조합된 다양성의 발현일 뿐이다.
또한 관찰된 개체의 변이는 환경에 적응한 적자생존의 역사적 산물이다. 여기에서 유전변이에 의하여 종간(種間)의 생식적 격리(生殖的隔離, reproductive isolation)를 뛰어넘는 진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다. 왜곡된 언론보도에 의하여 일반인들에게는 이 실험이 진화론을 입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최고의 생명 모델 인간 게놈 연구
생물의 종류는 많지만 각 생명의 기능은 그 생물의 DNA에 저장되어 있는 생명정보의 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간의 생명정보는 1990년부터 시작되었던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산출되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2003년에 종합보고서와 '인간 게놈 지도'를 제출함으로써 약 60조 개의 세포를 가진 지구 최고의 생물인 인간생명의 연구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프란시스 콜린스는 『신의 언어』(2006)를 출판하여 DNA를 연구하면서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로 전환했다고 고백하면서 바이오로고스(biologos)설을 주장했다.
바이오로고스설에 의하면 DNA는 신이 생명정보를 물리적으로 기록한 언어이며, 게놈(genome: 전체 DNA)은 생명의 설계도이다. 지구 최초의 생물은 그 설계도를 만든 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 이후에는 자연선택설과 같은 방법으로 진화했다.
말하자면 바이오로고스설은 다윈의 진화론과 현대의 지적설계론을 혼합한 것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나 바이오로고스 가설은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보고서에 기초하여 약 31억 개의 DNA를 가진 인간 게놈에서 단백질 합성에 쓰이는 유전자는 2만5,000개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별 기능이 없어 쓰레기 같은 정크(junk) DNA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 보고서는 DNA 염기서열 중에서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약 5%의 엑손(Exon) DNA 이외에 약 95%에 이르는 인트론(Intron) DNA를 별 기능이 없는 쓰레기로 보고, 정크 DNA라고 분류했다.
2003년부터 '엔코드프로젝트'(ENCODE project)가 진행되면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보고서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이 드러났다. '엔코드프로젝트'의 목표는 '인간게놈지도'를 넘어서 인류의 'DNA 백과사전'(ENCyclopedia Of Dna Elements)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0여년 이상 엔코드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콜린스의 주장과는 달리, 쓰레기 같은 '정크 DNA는 없다'는 보고서들을 계속 제출하고 있다.
'엔코드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대개 인간 게놈의 DNA 수는 약32억 개 정도로 비슷하지만, 유전자수는 콜린스의 발표보다 두 배인 5만개보다 조금 많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95%나 되는 인트론이 정크 DNA가 아니라, 생명기능의 어떤 역할을 제각기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인간 게놈에서 약 5%인 엑손(Exon)은 유전형질과 단백질 합성 정보가 암호화(coding)되어 있는 DNA이고, 95%나 되는 인트론(Intron)은 암호화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noncoding), 생명기능에 필요한 외부 데이터 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DNA라는 것이다.
인간의 게놈을 살아 있는 컴퓨터에 비유한다면, 엑손은 생명정보를 보존하고 특정한 실행을 명령하는 프로그램을 저장하고 있는 CPU이고, 인트론은 여러 가지 외부의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장치와 그 데이터를 저장하는 보조장치 부분이다.
엔코드프로젝트는 인간의 DNA를 분석한 자료와 유전자형이 표현형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여 '인간게놈 백과사전'을 만들 것이다. 만약 '인간게놈 백과사전' 표준 데이터와 개인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다면, 질병의 진단 기술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된다.
또한 2015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간의 4차원 뉴클레옴 프로젝트(human 4Dimensional Nucleome project) 프로그램이 주목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DNA 3차원 구조들이 4차원 시공간 안에서 어떻게 재배열되거나 제거되면서(altered, re-located or deleted) 생명기능에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 연구는 4차원에서 정상 상태의 DNA와 질병 상태의 DNA 사이에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질병의 예방과 치료의 방법을 알게 해줄 뿐만 아니라, DNA가 과연 다른 종으로까지 진화하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3) 인간의 유전적 질환과 인공수정
DNA 염기서열에 이상이 발생하여 일어나는 유전적 질환은 멘델의 유전 법칙을 따라서 유전되기 때문에 멘델성 유전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멘델성 유전병으로는 유전자 부위에 발생하는 것과 염색체 부위에 발생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전자에 의한 유전병은 3,500가지 정도이며, 혈우병이나 조현병, 고혈압, 당뇨병, 성격장애, 겸형 적혈구성 빈혈,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인지기능이 퇴보, 출혈이 잘 멎지 않는 혈우병, 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color blindness) 등이 있다.
그리고 국내 드라마에서 유명해진 헌팅턴 무도병은 특정 DNA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생기는 것이다. 말초신경 이상으로 근육마비가 진행되는 샤르코마리투스병(CMT, Charcot-Marie-Tooth Disease)은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가의 유전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에 따라 거의 정상적인 상태에서부터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정도까지 다양하다.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주걱턱으로 유명하며, 근친혼 때문에 생긴 유전병으로 잘 알려지고 있다. 유전법칙을 제대로 이해하면 유전병을 차단하는 일차적 방법은 유전자 결합이 유리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에는 품종개량을 위해 인간에 의해 선택적 교배가 가능하다. 다만 에이즈나 매독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부모의 질병을 자식이 물려받은 경우는 유전병으로 보지 않는다.
여러 개의 유전자가 위치하고 있는 염색체의 수나 구조에 이상이 생기면, 다수의 유전자에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므로 진단과 치료의 방법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 염색체 유전병은 생식세포의 감수분열 및 재결합 과정에서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 또는 수적(數的)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대개 증후군으로 불리는 유전병이다.
21번 염색체가 3개일 때는 신체적 기형, 정신 미숙 및 운동발달 지체와 면역 체계가 약해지는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이 나타난다. 남자(XY)와 여자(XX)의 성염색체에 수적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남성에게 X염색체의 수가 많으면(XXY), 정신발달에 장애가 오면서 거대 고환을 가지는 클라인펠터 증후군이 나타난다. 남성이 정상(XY)이 아닌 XX 염색체를 가졌거나 여성이 정상(XX)이 아닌 XY 염색체를 가지는 경우에는 신체적 기능 이상이나 지능 저하가 나타나며, 여성은 남성적 긴 얼굴이나 남성 성기를 동시에 가지는 등의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남자 생식세포의 XY염색체 중 Y염색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불임을 발생시키는 무정자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의 생식세포 또는 생식기관 이상으로 정상적인 생식에 성공하지 못하는 불임증 부부는 약 15%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임의 원인은 대개 생식 세포 발생 과정에서 정자와 난자의 유전자 질량에 결함이 있거나 생후에 어떤 물리적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
어떤 경우에도 인공수정의 방법으로 자손의 번식에 성공할 수 있다. 인공수정은 대개의 경우 난자에 정자를 집어넣어서 인공 수정란을 만든 다음에 자궁에 집어넣는 방법을 사용한다. 때로는 타인의 난자 또는 정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수정란은 배아세포가 되어 모체의 자궁에서 세포분열에 의해 증식하면서 성체로 성장한다. 모체의 자궁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시험관 수정 후 인공자궁 및 인공 양수를 사용하여 배아를 양육할 수도 있다.
인공수정은 인간이 생물의 품종개량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며, 생명의 원시적 질서에 대해 과학이 도전했던 첫 걸음이었다. 다음 단계로는 유전자 편집과 클로닝, 합성생명, 그리고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humanoid)에 도전하고 있다. (계속)